예전 같으면 방학때 한다고 보통 8월말에 하던 것을 금년에는 추석이 조금 늦게 들어 벌초도 9월에 들어 하기로 했었다.
집사람도 쉬는 날짜를 택해 날짜를 잡다가 보니 9월 15일로 잡혔다. 그런데 주간날씨를 보니 14일부터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가 나와 있고 하루 전에 확인해봐도 변함이 없었다. 비가 오면 벌초하기도 힘들어 다음주로 연기를 하기로 시골에 있는 막내 동생과
합의를 보았다. 왜냐하면 시골에 사는 막내동생한테 예초기와 다른 도구들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걷기운동을 하면서 하늘을 보니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컴퓨터를 켜고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10,11시만 비가 오는 것으로 돼 있고 이후에는 비가 그치고 구름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 막내동생이 일 나가기 전에 당장 전화를 했다. 오늘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니 예초기와 다른 준비를 해 두라고. 집사람과 두 아들을 데리고 아침식사를 마치고 법주 한 병과 과일과 떡을 챙겨서 바로 출발을 하였다. 마산을 지나 산인 쯤 가니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였다. 혹시나 일기예보가 틀릴깨봐서 비닐 우산도 두어개 챙겼다.
진성 산소에 도착하니 마침 비가 그쳤다. 막내동생이 예초기와 낫과 깔꾸리 등 다른 도구들을 챙겨와 기다리고 있었다.
먼제 조부모님과 부모남께 술을 한잔 따라 올리고 벌초 왔다고 인사를 드렸다. 그러고선 예초기를 시동하여 짊어지고 무성하게 자라난 풀울 베는데 얼마가지 않아 엔진시동이 꺼져 버리는 게 아닌가. 초크를 내렸다 열였다 하고 연료탱크에서 캬부레타로 주입되는 코크를 반대편으로 돌리고서 시동핸들을 힘껏 잡아당겨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몇번 당김줄을 잡아당겼더니 힘만 쭉 빠졌다.
동생이 해 보다가 두 아들까지 가세했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예초기를 한쪽으로 제쳐두고 낫으로 또 가위로 봉분과
봉분 주변만 풀을 깎았다. 나머지는 추석 전이나 추석때 동생이 다시 와서 하기로 하였다.
예전에는 다 낫으로 풀을 베었는데 요즘은 예초기로 바뀌었다. 또 멀리 있는 사람들은 전문 벌초꾼에게 돈을 주고 맡기기도 한다.
나도 예전엔 낫으로 다 베었지만 지금은 늙어서 그런지 허리가 아파서 낫으로 베기도 어려웠다. 두 아들이 낫질도 제대로 해 보지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풀을 베어야 했다. 길게 자란 풀은 왼손으로 움켜잡고 밑둥부분을 낫으로 당기면서 싹둑 베어야 하는 데 일정치가 않으니 마치 쥐듣어 먹은 듯이 울퉁불퉁 하였다. '처 삼촌 묘 벌초하기'란 이런 식으로 성의없게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막내동생이 빌려온 예초기를 돌려 주면서 주인이 시동을 걸어보니 단박에 걸리더라고 한다. 원인은 연료탱크에서 캬부레타로 내려오는 연료파이프 차단 코크를 차단 위치에 놓고 시동레버를 당겼더라고 한다. 연료가 차단된 상태에서 시동이 걸릴리가 없지 않은가. 베테랑 기관장 출신이 예초기 엔진 시동 하나 걸지 못했다니 말이나 될법한가?
코크(cock)는 A형과 B형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콕은 직경이 작은 파이프에 유로의 흐름과 차단을 목적으로 부착된 설비로서 A형은 유로의 방향과 일치하면 유통 90도로 각을 이루면 차단되는 것으로 대개 노브(knob)나 보디에 'A'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 B형은 반대다. 콕보다 큰 것을 밸브라 하며 대용량의 유로 단면에 부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