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 딸, 두살배기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의 이야기
이 소설은 몇달 전에 트위터에서 알게 된 책이란다.
아빠가 팔로잉하는 트윗터들이 여러번 언급되었던 책이야.
중년 남자. 아빠로의 삶.
뭐 그런 이야기로 일독을 권하는 내용들.
그래서 아빠도 읽어본거야.
아빠의 삶.
과연 돈벌어오는 기계인가?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아빠이기 전에 한 명의 남자이고, 인격체야.
하지만, 아빠로의 삶은 충실히 살고 있단다.
자신이 번 돈으로 자신이 쓰는 것은 얼마나 될까?
아빠도 아빠잖아.
그런데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
아빠는 나름,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은 다 하고 다 산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너희들이 잠든 이후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고.
라디오 켜놓고, 책도 보고, 너희들에게 편지도 쓰고...
아빠라고 해서 크게 자신의 삶과 꿈을 저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글쎄, 시간이 좀더 지나면 그럴려나?
그래도 가족들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아빠들..
아빠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
...
그런 아빠의 과감한 일탈,
아빠를 버리고 자신을 되찾은 이야기.
그것이 이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제목 소금.
왜 제목을 소금이라고 했을까.
주인공이 소금을 만드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버지와 소금 사이의 공통점이 있어서는 아닐까?
그 공통점은 뭐지?
소금은 그 자신은 음식물 속에 녹아서 음식의 맛을 돋구잖아.
그것처럼 아버지도 자신은 녹아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려고 한다는 점.
그것이 공통점이 아닐까?
아빠는 즈레 생각해 본다.
1. 아버지 실종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 '나'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것 같구나.
그는 39살의 시인이자 대학의 시간 강사.
얼마 전에 이혼을 하고, 고향 근처의 지방에 있는 대학의 시간강사로 출강하기 위해
지방에 내려와 지내고 있었어.
고향에 있는 폐교를 거닐다가
십년전에 실종된 아버지를 찾으려는 29살 시우를 우연히 만났어.
시우.
그녀는 스물아홉살의 삼류 프리랜서 연극배우란다.
10년전 20살 그녀의 생일날, 아버지는 실종되었어.
아버지의 이름은 선명우. 직업은 음료회사 상무.
시우는 세자매 중에 막내딸이었어.
아버지는 가장 모범적이고 가장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버지였어.
돈 잘 벌어오고, 집안의 대소사를 꼭 챙기는 그런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역할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가족들.
그런 아버지의 사라짐..
가족은 당연했던 존재가 사라지면서 당황을 했어.
그리고 그제서야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아버지가 얼마 전 건강 검진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췌장암 소진이 있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
그런데, 아버지는 추가 검사도 맞지 않고, 사라진거야.
아버지 실종 후 이성을 잃은 엄마.
아버지를 찾으러 다니다 한달만에 교통사고로 그만 돌아가셨어.
그리고 남은 3자매.
엄마가 사업으로 남긴 빚으로 집에서 쫓겨나고,
큰 언니는 남자친구 따라 유학준비한다고 연락을 끊었고,
시우는 둘째 언니와 단칸방에서 살게 되었어.
존재감 제로였던 아버지의 실종은 그제서야 존재감을 드러내며 집안의 풍비박산으로 이어졌던거야.
아버지의 회사의 상관이었던 O전무.
아버지 대신 보살펴준다면서,
집을 오피스텔로 옮겨주고, 작은 언니의 취업자리고 마련해 주었어.
하지만, 전무는 흑심을 품고 있었던 거야.
작은 언니 뿐만 아니라 시우의 순결까지 앗아간 전무.
전무와 시우의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걸 알게된 둘째 언니는 시우를 내쫗았어.
내쫓긴 시우는 고시원에서 생활하기 시작했지.
2. 가족의 탄생
시우의 가족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가족의 탄생은 어떤 가족이나 마찬가지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으로 시작해서,
결혼으로 이어지고, 아이들을 낳으면서 완성된다고 볼 수 있지.
시우네는 어땠을까?
시우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엄청 좋아했대.
부잣집 엄마의 집안 반대를 무릎쓰고 한 결혼이었어.
그런데 결혼한 후에는 엄마는 아버지를 무시하는 그런 관계였대.
사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고,
지갑에 그 여자 사진을 넣고 다니다가 엄마한테 걸려서
엄마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를 낸 적도 있었대.
시우의 아빠의 과거는 조금 있다가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께.
3. 조금 더 먼 과거
아까 폐교에서 '나'와 시우가 우연히 만났다고 했잖아.
그때 이야기를 잠깐 나누어서 시우가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
주인공은 탐정처럼 시우의 아버지 선명우를 찾아나섰어.
지방에 있으면서 특별히 할 일도 없었거든..
근처 동네인 강경에 '선기철 소금'을 파는 가게를 봤다는 친구의 말만 듣고
그 집을 찾아갔어.
'선'이라는 성이 흔한 성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 집은 김승민이라는 사람이 주인이었고,
그는 절름발이 부인, 장애인 큰딸, 장님이 될 병을 가진 둘째딸.
그리고 부인의 오빠로 전심마비 중환자.. 그렇게 같이 살고 있었어.
주인공은 계속 추적한 결과
그 김승민이 바로 그가 찾던 시우의 아버지, 선명우란 사실을 알게 되었어.
선명우도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어.
왜 자신을 찾는지도 묻지 않았어.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 주었어.
....
선명우는 가난한 집안의 오남매 중 세째아들이었어.
큰 형은 사고뭉치였고, 나이가 차서 일찍 군에 갔고,
둘째 형은 선천적으로 몸이 유약하여 늘 병상에 누워 있었어.
그러다보니 아버지는 명우에게 올인했단다.
엄마마저 일찍 돌아가셔서 집안의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지...
아버지는 고향인 강경에서 염전일을 시작했고,
그에서 명우는 유일한 희망이었어.
어린 딸들에게는 염전일을 시켰지만, 명우에게는 절대로 염전일을 시키지 않았어.
그리고 명우를 논산에 있는 당고모 집에 보내서 공부를 시켰어.
절대로 염전에 오지 못하도록 하고..
중학생인 명우는 여름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방학때 강경에 왔다가 아버지에게 크게 혼나고,
아버지로부터 도망을 간다고 무작정 다시 논산으로 도망갔단다.
그렇게 도망가듯히 뛰어가다가 중간에 정신을 잃어 쓰러졌어.
그런 그를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세희라는 학생이 되려다가 보살펴 주었단다.
세희. 명우보다 두살 위였어.
그런데 하필 명우가 세희의 집에 있는 동안
세희의 할머니가 돌아가신거야.
세희는 할머지가 돌아가시고 세희는 강경의 친척집에서 살게 되었어.
논산에서 지내고 있는 명우는 정기적으로 세희와 만났어.
그래.. 예상했듯이 명우의 첫사랑이 세희였어.
명우는 대전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세희와 연락이 끊겼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찾으려고 했는데, 못찾았어.
그리고 군대를 다녀온 대학 3학년이 되어서야 세희와 재회하였단다.
세희는 재봉사로 일하고 있었어.
명우는 날마다 세희를 찾아가 일을 도와주면서 데이트도 즐겼어.
그런데, 그들의 그런 작고 아름다운 사랑은
명우를 짝사랑하던 부잣집 딸 혜란의 횡포가 깨지고 말았지..
혜란과 명우의 하룻밤 불장난이 있었는데 임신을 했다면서
세희 앞에서 난동을 부렸어.
그 이후 세희는 잠적하고, 명우는 자신의 아이를 가진 혜란과 결혼할 수 밖에 없었어.
....
그리고 그들의 결혼생활은 앞서 이야기한대로야...
아주 충실한 남편, 아주 모범적인 세 딸의 아빠.
다른 아빠들처럼 그렇게 살 수도 있었어.
4. 아버지를 버리고...
명우의 막내딸 시우의 스무번째 생일.
집까지 거의 다 왔다가 시우의 생일 선물을 깜빡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발길을 돌려 예약해둔 시우의 생일선물을 찾으러 가다가
눈길에 미끄러진 트럭을 도와주었어. 그런데 역부족이었어.
트럭운전사가 미끌어지는 트럭에 끼여 중상을 입었고, 선명우도 의식을 잃었어.
선명우는 병원에서 삼일만에 깨어났는데
이상하게도 말끔해진 영혼을 갖게된 자신을 발견했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가 도와준 트럭에는 소금이 잔득 실려 있었어.
그 소금을 보자, 자신을 위해 염전에서 일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났어.
염부로 자신의 삶은 포기하고 살아간 아버지.
그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건거지.
앞으로 그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순간 깨달음을 터득한 도인처럼 순간적으로 깨달음을 얻었어.
이젠 자신의 삶을 살겠다고 말이야.
그 순간 그는 다시 태어난거야.
세 자매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었던 지난 삶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로운 삶의 시작.
그는 트럭운전사 김승민,
그리고 김승민의 부인 윤선미.
그리고 선미가 버려진 아이였는데 데려가 키운 신애,.
그리고 나중에 또 버려진 지애까지..
그들과 함께 트럭에서 생활을 했어.
자신의 이름도 숨기고,
식물인간이 된 김승민의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했어.
전국의 각종 축제를 돌아다니면서 행상을 했지.
그의 새로운 삶은 그 이전의 무서운 소비 세계와는 전혀 딴판이었어.
사실 옛식구였던 아내와 세딸의 소비 욕구는 그가 절대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
....
그는 이제 가난한 삶이고, 돌봐야 할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는 행복했어.
어느날 강경에 우연히 들렀는데, 그곳에서 세희의 소식을 들었어.
병에 걸려 죽기 전에 강경에 들렀다가 약 6개월을 살다가 죽었다고...
선명우는 이후 세희가 살던 집에서 정착해서 생활했어.
그리고 그때부터 염전일을 시작했어. 아버지의 이름인 선기철 소금이라는 브랜드로...
명우, 선미, 승민, 신애, 지애...
그들은 혈육은 하나도 없지만, 가족같은 사랑을 느꼈어.
그들의 사랑은 소비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야.
그야말라 서로 소중히 아끼는 사랑, 그 자체였어.
명우는 불구인 승민의 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는데,
이것은 자신을 위해 희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보상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어.
....
주인공 '나'는 명우에게 조심스럽게 시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어.
하지만, 명우는 단칼에 거절했어.
그는 옛가족과의 삶은 전쟁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인공도 그의 뜻을 계속 들어서 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단다.
시우를 만나도 직접적으로 아버지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
'나'와 시우도 자주 만나서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되었는데,
그런만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어.
시우는 '나'가 지인이라고 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지금의 삶을 영위하겠다는 아버지의 뜻마저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어.
그래서 아버지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단다.
어쩌면 돌아가신 것이 아니고,
이 세상 속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하구나.
....
결국 소설은 끝내 선명우는 예전의 자리를 되찾지 않았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거지.
그는 죄책감 같은 것이 전혀 없었을까?
지금의 삶은 정말 행복한가?
과거의 삶에서 바꿀 수는 없었을까?
삐딱한 시선으로 그런 것이 궁금하구나.
5. 처음 보는 말
처음 보는 말들이 많아 사전을 찾아보았단다.
금방 잊혀질 단어들이지만...
* 엉너리 : 남의 환심을 사려고 어벌쩡하게 넘기는 짓.
* 담쏙 : 손으로 탐스럽게 쥐거나 팔로 포근하게 안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 덤턱스럽다 ; 매우 투박스럽게 크고 푸진 데가 있다
* 왜장치다 : 누구인지 꼭 밝히어 말하지 않고 헛되이 큰 소리로 마구 떠들다
* 가살스럽다 : (사람이나 그 말, 행동 따위가)얄밉고 되바라진 데가 있다
* 너울가지 : 남과 쉽게 잘 사귀는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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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소금
지은이 : 박범신
펴낸곳 : 한겨레출판
페이지 : 367 page
펴낸날 : 2013년 04월 15일
책정가 : 13,000원
읽은날 : 2013.09.30~2013.10.03
글쓴날 : 2013.10.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