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저 영화를 막 봤다. 학교 다닐때 공부도 몰아치기를 잘했고, 여자도 막 막다른 골목으로 잘 몰고, 애들도 몰아서 패고, 집사람도 하루 날 잡아 몰아서 축 늘어 뜨리고 영화도 몰아서 본다.
그중에 [그놈 목소리]를 보고 난 의아했다. 1991년도에 발생한 실제사건을 배경으로 했고 TV뉴스에서도 범인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는데 난 그때 뭐하느라 이 사건이 기억에 없다. 아마 16년전이면 한창 여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던 때라 바빠서 못봤던것 같다.
나도 어머니 말로는 7살땐가 부모님이 누구 병문안 갔는데 따라가서 병원 복도에서 뛰어 놀다 사라졌다고 했다. 어떤 아저씨가 날 데리고 다녔는데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해서 그 아저씨가 아버지보다 좋아졌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하루만에 우리집에 전화해서 나를 어디 데려 놓을테니 찾아 가라고 했다고 한다. 애가 워낙 쫑알쫑알 씨부리고 먹성좋게 먹을 것만 사달라고 해서 도저히 감당이 안되 더 이상 못데리고 있겠다고.....난 그 아저씨 좋았는데....돈도 울 아버지보다 훨 많은 것 같았고...
그러다 9살땐가 아버지가 전근을 하여 이사를 했는데 새로 이사온 집에선 짐을 풀고 있느라 정신이 없었고 난 처음 와보는 이 동네가 (면에서 군으로 이사옴) 크고 신기해 저녁을 먹고 밖으로 순시를 나갔다. 이것 저것 둘러보고 집에 들어왔는데 현관문에서 어떤 4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 나오셨다. 난 그분께 꾸벅 절을 했다. 집에 오신 손님인줄 알고...근데 그분이 내 가슴을 발로 팍 차면서 후다닥 신발도 안신고 도망가는 것이였다. 도둑넘이였다. 나참.. 이사 온 첫날부터 도둑넘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발로 가슴팍을 얻어맞고.... 전문 도둑넘은 아니고 그냥 이사짐 정리하느라 문 활짝 열어 놓고 있으니 살금 들어와 뭐라도 하나 가져갈 요량으로 들어온 거리의 떠돌이님이셨던 것 같다. 가슴팍을 채인 드러번 기분에 그 다음날 그 넘의 족적이 있나 살펴보기도 하고 그러다 탐정소설에 심취하게되고 왠만한 사건은 추리를 해 낼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난 [그넘의 목소리]란 영화를 남다른 관점에서 지켜봤다.
[단독 범행이였을까?] 다른 아이들이 같이 놀고 있었던 놀이터에서 3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아이를 데리고 갔다. 범인은 그후 계속 무인포스트 (쓰레기통에 메모 남김)를 지정해 지시를 하고 하룻동안 이곳저곳으로 아이 부모를 뺑뺑이 돌린다. 범죄심리학적으로 볼때 놀이터에서 아이를 데리고 갈때 어느정도 주위 아이들에게 얼굴이 노출된 상태에서 본인이 직접 목소리를 또 남기지 않는다. 즉 이말은 아이를 데리고 간넘과 목소리의 주인공이 다른넘이란 뜻이다. 이것이 수사에 혼선을 초래한 것이다. 유괴범과 목소리 주인공을 동일 인물로 보고 수사를 했으니... 무인 포스트와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시간적, 거리적인 상황이 한명이 감당하기엔 벅찬 일이였다. 그리고 범인의 협박 전화와 그 상황을 보면 마치 부모의 행동을 어디선가 보면서 말하는 듯하나 자세히 상황과 연결시켜 보면 그렇지 않다. 즉 현장에 나가 있는 놈과 전화를 거는 놈은 틀리다는 말이 된다. 전화를 거는 놈은 현장에 나가있는 놈에게 상황을 전해듣고 전화를 하는 것을 알 수있다. 그래서 시종일관 목소리는 마치 적어놓은 글을 읽듯 흥분을 하지 않고 존댓말을 꼬박꼬박 사용한다.
범인이 포스트에 남긴 메모를 보면 "우리", "우리들" 이라고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보통 범인의 심리로 볼땐 검거가 되었을때를 대비해 공범이 있다면 상대방을 보호해 주기 위해 우리란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란 표현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저 우리란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단 한가지다. 여러명이 지켜보고 있으니 경찰에 연락하는 등 수작을 부리지 말라는 의미이다. 꺼구로 생각해 보면 지켜보고 있는 넘은 우리가 아닌 한명인 것을 알수있다. 한넘은 현장 감시, 한넘은 전화협박을 분업화 한 것이다.
[도킹, 티케팅] 협박전화에 아이를 만나게 해 주겠다는 말을 도킹이라 표현하고 공항 티케팅 하는곳에 오라는 말을 하고 있다. 항공사에 근무한 경험으로 볼때 90년대 초에 티케팅이란 말은 주로 공항에서 사용되었다. 기차나 지하철은 그냥 주로 표끊는 곳이라 했다. 이를 볼때 범인은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자이며, 만남이란 말을 일반인들이 잘 표현하지 않는 도킹이란 말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이런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분위기에 젖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즉 90년대에 나이트에서 "부킹에서 도킹까지 책임집니다" 란 말을 많이 사용했듯이 어떤 이유로 도킹이란 말이 입에 달린 직업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도킹이란 말은 돈을 받으면 서로가 어디서 도킹하자는 약속이 되어있기에 이런 단어가 은연중에 입에서 나온 것이다. 즉 만남을 도킹이란 표현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아이와 부모를 만나게 해 주겠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이것 또한 공범이 있다는 증거가 될수 있다. 그렇다면 범인은 30대 전후로 한때 돈도 잘쓰면서 해외여행도 해본 경험이 있는 특이한 직업에 종사한 사람이다. "돈이 회수될때까지 아이에게 식사를 중단하겠습니다"란 대화에서 범인은 마치 빌려준 돈을 받는 것처럼 "회수"란 용어를 구사한다. 성문분석으로 범인은 많이 배운 30대 회사원풍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대부업등이나 외상값 회수하는 일에서 놀아먹은 한때 돈이 풍족하여 조금 세련된 생활을 한 넘일 뿐이다.
[어디부터 뒤져야 했나?] 수사망에 노출된것을 알고서도 범인들이 그레도 돈을 받기 위해 부모를 뺑뺑이를 돌렸던 것은 무슨 이유로 범인들은 돈이 다급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돈이 다급했던 만큼 실수는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고 사전 준비도 했을 것이다. 과연 놀이터에서 그냥 아무 아이나 데리고 갔을까? 그렇지 않다. 한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았기에 사전에 그 아이의 부모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돈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했을 것이다. 그 당시 아이의 아버지는 피혁무역회사를 하며 한창 잘나갔다고 한다. 잘 나간다는 것이 주로 노출되는 것은 직장부하, 친구, 친척, 학교 학부모, 거래처 사람 이런류의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수사선상에 바로 오르기에 쉽게 범행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의외의 곳에 복병이 있다. 바로 아이의 아버지가 자주 다니던 단골집이다. 그곳에서 그 사람의 재력이 쉽게 노출된다. 도킹이란 말은 주로 그 당시 유흥가에서 주로 쓰이던 용어였다. 그 당시에는 대리운전이 발달하지 않아 술을 마시면 업소의 대리기사가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집을 알기란 식은 죽먹기 였을 것이다. 아이의 아버지가 자주 들렸던 단골집을 탐문수사 해야 했었다.
[지금 범인들은 어디에 있을까?] 해외로 나갔을 공산이 크다.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뚝 끊긴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김포공항으로 불러낸것도 범인 중 최소 한넘은 무슨 사연으로 해외로 튀어야 했던 급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고 공항에서 최소한 돈이 갈취되는 것만이라도 보고 떠나야 했던 넘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영화를 DVD로 만들어 해외에 뿌려야 한다. 범인이 이 영화를 보고 죄책감이 팍팍 들게 만들어야 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사회시스템에 대한 장기적인 개혁을 가져 오는 것이다.
미국에서 렌트카를 빌려 손수 운전을 하면 제일 신경 스이는 것이 스쿨버스다. 스쿨버스가 STOP 이란 표지판에 불을 넣고 깜박거리고 있으면 마주오던 차도 뒤따라 가던차도 일정거리에서 같이 멈춰서야 한다. 우리나라 교통법규상으로 볼때 황당하리 만큼 엄격한 법 적용이 아니냐고 반문할 지 모르나 이러한 어린이들을 우선시하는 사회적인 문화나 제도가 궁극적으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줄이는 요인이 된다는데는 아무런 토를 달 수가 없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일어났을때 들끓는 일시적인 분노는 잠깐의 분노로만 남아서는 아니되며 지속적인 사회적인 분노로 표출되어 제도나 문화를 개선하는 공론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놈 목소리]란 영화가 나온것이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들리시는 분들 이곳에 가셔서 공소시효 폐지 운동에 서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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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모루의 일상 원문보기 글쓴이: 모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