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대는 전북 남원시 주천면과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지리산을 서북쪽에서 조망하는 가장 멋진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풍수지리에서 복(福)이 많은 곳이라 하여 '만복대'로 이름 지어졌다.
좋은 산벗들과 함께 만복대 능선길을 걸으며 지독한 더위를 날려버렸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경보로 도시는 끓어오르고 있었다.
더위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은 지리산 서북능선으로 향했다.
성삼재에 내리니 서늘한 바람과 은밀한 안개가 우리를 휘감아왔다.
성삼재에서 산행 채비를 마치고 만복대 탐방로로 들어섰다.
인적이 드문 탐방로를 우리 일행이 독차지하고 걷는 행복이란 ...!!
이곳에서 당동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기에 '당동고개'란 이름이 붙었다.
당동마을은 노고단 능선 아래 위치한 작은 산골마을이다.
1850년대부터 마을의 성황당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여기서 ‘당동’이란 이름이 유래했다.
흔히 말하는 지리산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지리산이다.
스치는 바람은 시원하였으나 땀을 많이 흘렀다.
소나무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토마토 쥬스로 원기를 보충하였다.
지리산 서북능선에는 지형도상에 고리봉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정령치 너머의 고리봉(1,304m)이고 이를 큰고리봉이라 한다.
이곳은 성삼재와 만복대 사이에 있는 작은 고리봉 (1,248m) 이다.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온 소금 배를 묶어 놓는 고리가 있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멀리서 보는 여름산은 위대하다
가까이서 보는 여름산은 아름답다
제각기 자유롭게
모두 모두 팔짱을 끼고 8월의 폭염과 폭우에 대항하는
여름산의 무수한 자연들은 차라리 황홀하다
그 완강하고도 끈질긴 여름산
여름산은 이 땅의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김용락 <여름산> 전문
선두와 후미가 많이 떨어져서 따로따로 점심 식사를 하였다.
후미그룹은 묘봉치 직전의 숲속에서 식사를 하였다.
율리아노의 배낭에서 나온 상치와 고추, 참이슬이 감동이었다.
숲속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몇 걸음 옮겼더니 묘봉치가 나타났다.
묘봉치(卯峰峙)의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곳에 토끼가 많아서 12간지 중 묘(卯)자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반달가슴곰 출현 주의'라는 현수막이 자주 나타났다.
이런 길은 혼자 가는 것보다 여럿이 어울려 지나가는 게 좋다.
내가 고요를 주마
너의 빈방 허허롭지 않게
필데 없는 꽃들 들르거든
갈 데 없는 나비 들르거든
돌멩이 단단하듯 사랑하고 살아라
더 비워져도 좋으니 고요하게 살아라
사랑도 고요가 필요할 때 있더라.............................................황청원 <빈방-꽃과 나비1 > 전문
군데군데 전망이 좋은 곳에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안개로 인하여 장대한 지리산맥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 만복대쉼터에서 남아있는 힘을 모아 정상으로 올라갔다,
먼저 도착한 등반대장이 대원들을 불러모은다.
주변에는 자주색 산오이풀이 집단으로 피어있었다.
거대한 젖무덤처럼 부드럽게 솟아오른 만복대가 유혹하였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만복대(1,433m)에 올랐다.
이름만큼 복스러운 산으로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되어 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주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조정래는 소설 <태백산맥>에서 만복대를 '잘생긴 봉우리'라고 표현하였다.
만복대에 선 회장님의 위엄이 느껴진다.
회장님의 주위엔 이렇게 미인들이 모여든다.
이런 맛에 신산회 회장 하시는 게 아닐까?
알로이시오 형님이 지리산 지킴이로 나섰다.
천 년 묵은 소나무 위에서 지리산을 내려다 보신다.
모든 것들을 품어주고 사랑할 것 같은 미소가 지극히 아름답다.
등산로 주변에는 특이하게도 며느리밥풀꽃이 흐드러졌다.
며느리밥풀꽃이 이렇게 대규모로 집단을 이룬 것은 처음 본다.
가난한 집 며느리가 밥을 짓다가 뜸이 들었는지 보려고 주걱에 붙은 밥풀을 먹었다.
이것을 본 시어미가 집안 음식을 축낸다고 며느리를 마구 때려 죽게 만들었다.
이듬해부터 햅쌀이 날 즈음 빨간 입술에 밥풀을 문 모습의 꽃이 산속에 피어났다.
수줍음을 잘 타서 깊은 산속에서만 핀다고 한다.
만복대에서 내려와 정령치에 닿으면서 산행이 마무리된다.
정령치에 닿기 전의 마지막 쉼터에서 쉬었다.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 능선을 원없이 보고 또 볼 수 있다.
드디어 정령치로 하산하여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장대한 산맥이다.
우리나라 땅의 근골을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다.
이곳에서 백두산까지 1,363km란 이정표가 우리를 슬프게 하였다.
정령치( 1,172m)는 주천면 고기리에서 산내면 달궁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고갯마루가 운동장만큼이나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멈춰선다.
백두대간길은 정령치에서 큰고리봉을 지나 덕유산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