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독선 이명박 정권의 회개를 촉구하는 미사 강론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현직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올해(2010년 1월 1일)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로 선포하신 주제입니다.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는 평화” 이것은 이십년 전(1990년 1월 1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로 선포하신 주제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자연에 대한 마땅한 존중이 결여되어, 이로 인해 세계평화가 위협당하고 있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위 담화문)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강조하셨습니다. “교회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모두에게 주신 선물인 땅과 물과 공기를 보호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를 자멸에서 구해내기 위하여 공공 생활에서 그 책임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위 담화문)
우리는 평화를 열망합니다. 자연과의 평화, 인간들 사이의 평화, 그리하여 마침내 하느님과 평화를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선물 자연을 보호하고, 이 나라를 자멸에서 구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신앙행위이며, 종교인다운 헌신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마치 창조주인양, 녹색사업의 구세주인양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흥행성공한 청계천을 보면 4대강의 미래가 보입니다. 그 청계천은 지금, 속임수로 연명되고 엄청난 관리비용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물이 깨끗해져서 온갖 물고기가 돌아왔다고, 심지어는 저 멀리 섬진강 물고기까지 발견되었다고 자랑했는데, 알고 보니 서울시가 업자들한테 사서 풀어놓곤 거짓말하는 거랍니다. 콘크리트 인공하천이라 녹조문제가 심각해서 관리비용만 해마다 무려 80억 가까이 들어갑니다.
지난 4월 우리 주교님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이렇게 한 목소리를 의견을 내셨습니다.
"우리 주교들은 4대강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하여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주교님들 말씀처럼, 4대강 사업은 도무지 이해불가, 수용불가입니다. 4대강 사업은 자연을 향한 인간의 무지막지한 테러이고 전쟁입니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와 의견은 무시된 채 순식간에 4대강 유역이 난도질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야만과 광기로 밀어붙이는 공사현장은 군사작전마냥 무섭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군사작전처럼 자행합니다. 정권초기, 부자 감세를 최우선으로 순식간에 처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촛불민심, 행정도시 철회, 용산참사, 4대강 사업, 언론 장악, 전교조 선생님들에 대한 탄압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중요정책들을 개인회사, 조폭집단마냥 안하무인으로 밀어붙여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남북관계마저 완전히 파탄내 버렸습니다. 천안함 고귀한 장병들의 비극적 죽음과 희생마저 오로지 선거승리만을 겨냥해 파렴치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저주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이 그나마 정말 평화로운 시기였음을 절감합니다. 부동산과 주식이 폭등하던 그 10년은, 사실 평화로운 시절이어서 가능했습니다. 전쟁공포 없이, 불안함 없이, 내 생활과 재산증식만 신경 쓰면 되는 시기였던 것입니다. 설사 흔한 말로 북한에 퍼주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들이 누리고 싶은 평화와 안전비용을 지불했을 뿐입니다. 전쟁공포가 최고조에 올랐던 지난 주 화요일, 그 날 단 하루 동안 주식시장 폭락으로만 29조가 증발했습니다. 환율은 폭등하고 경제주체들은 좌불안석에 난리가 났습니다.
미쳤습니다. 숭례문 화재참사에서 시작된 불길한 징조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정부는, 정부와 국민, 남과 북, 자연과 인간 사이를 상호불신과 파괴, 공멸의 길로 이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토록 순식간에, 이 나라 어느 한 구석 편안 곳 없이 고루고루 말아먹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북풍은 70년, 80년대 식 어둠의 자식입니다. 선거용 허풍이고 광풍입니다. 전쟁나면 없는 놈이 손해입니까, 있는 놈이 손해입니까. 내 재산 지키고 싶으면, 내 자식들 안전하게 잘 있게 하고 싶으면 전쟁이 아닌 평화와 공존을 선택해야 합니다. 평화가 살림이고, 평화가 경제입니다.
오늘 독서 창세기는 “강 하나가 에덴에서 흘러나와 동산을 적시고 그곳에서 갈라져 네 줄기를 이루었다.” 합니다. 그리고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습니다. 창조주 하느님이시야말로 4대강 사업의 원조이십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4대강은 생명과 평화의 강입니다. 그 강들은 하느님이라는 모태와 직접 연결된 탯줄이고, 인간세상, 지구의 생명수입니다. 에덴동산에서 흘러나온 4대강은 저마다 독특하게 풍요롭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백성들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키엘 47,9)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은 신성모독 공사입니다. 천박함과 황폐함, 아집과 집착만 담긴 토목공사입니다. 에덴동산이 아니라 지옥을 만들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지난 해 반포하신 사회회칙 [진리안의 사랑]에서 ‘정의와 공동선에 입각한 인간 발전’을 촉구했습니다. "경제활동의 궁극적 목적이 공동선 실현이 아닌 이익 추구라면, 그런 경제는 부를 파괴하고 가난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은 국가재정 파탄을 부르고, 후손들에게 큰 짐을 지우는 아주 질 나쁘고 못된 정책입니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아이들에게 차별 없는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으며, 가난한 이들에게는 복지를 지원하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들에게는 예산삭감이 아닌,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돈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우리 아이들을 입시전쟁 속에 서열화 획일화하여 길들이는 것처럼, 대다수 국민들을 적자생존 피라미드 구조로 단순화하여 지배하려는 것처럼, 남과 북 관계를 대결과 반목 속에 공멸로 치닫게 하는 것처럼, 자연생태계도 직선과 시멘트로 도배하여 과시용 전시용으로 착취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만하십시오. 외형에 집착하는 개발지상주의와 대규모 토목공사의 착시효과와 수명은 끝났습니다. 부동산 신화도 꺼져가고, 지자체들은 재정붕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과 인간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존중하며,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생기 충만하고, 평화롭고, 미래에 희망이 있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여강, 남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그리고 이 땅의 수많은 크고 작은 강들은 저마다 다양한 풍경과 빛깔로 아름다워야 합니다. 어딜 가나 똑같은 모양의 인위적인 테마공원과
저수지와 댐들을 우린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농민들과 노동자들을 내쫒고, 여울과 습지를 밀어버리고 금모래 은모래 사장을 없애버리며, 그 피눈물 위에 세워진 놀이공원, 자전거 길은 죽음의 놀이터일 뿐입니다.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평온함도 있고 격정도 있으며, 빠를 때도 있고 느릴 때도 있는 우리들 인생살이처럼, 콘크리트 직선길이 아닌, 여울 따라 굽이굽이 곡선으로 흐르는 강을 지키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두루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처럼, 저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아름다움에 맞게 새들과 물고기들이 살아있는, 그런 강과 어울리고 싶습니다. 이 모양 저 모양 다 품고 만들어주는 강들과 숲길 속에, 창조주 하느님께서 생명과 평화로 현존하시며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심을 깊이 느끼고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불행한 자들’ 목록을 펼쳐 보이십니다. “위선자들아, 독사의 자식들아, ‘지옥형 판결’을 어찌 피하려느냐.”고 호통하고 안타까워하십니다.
4대강 사업이 이대로 끝끝내 강행된다면, 우리 모두는 누구랄 것 없이 결국 파국과 지옥형 결과들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을 탓하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이, 우리 모두 부끄러울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우리 안의 탐욕과 이기심이 빚어낸 이 시대의 아바타요 괴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것을 깨닫고 비워내는 참회와 회개는 누구보다 먼저, 우리 종교인들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지난 2주 동안 풍찬노숙, 단식기도와 미사를 드리며 계단과 건물처마 밑에서 텐트도 아닌 침낭 잠을 이겨내신 신부님들, 너무 고맙습니다. 전주에서 명동의 신부님들 생각하며 맨 날 목이 메었습니다. 그놈의 비는 왜 그리도 자주 내리는지, 그놈의 땡볕은 왜 그리 잘잘 내리쬐는지 말입니다. 저도 사계절 길 위에서 온갖 풍상을 겪어봤습니다만, 이번 단식기도가 여러모로 가장 눈물 나고 고난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가장 빛나고 아름답고 애절한 기도였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진리안의 사랑]에서 “이 위기 속에서 우리는 인간사회 여정을 새롭게 짜야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정의와 공동선이 도전받고, 자연생태계가 광범위하게 파괴되고 있는 이 위기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하느님께서 우리 교회를 특별한 전환의 역사, 새로운 여정과 변화 속으로 이끌고 계십니다. 보십시오. 물신숭배와 욕심과 이기주의가 정상인 것 같은 세상과 달리, 완고하고 비싸지고 특권화 되고 있는 교회 일부 모습과 달리, 성령의 교회, 열린 교회, 살아있는 교회, 생태계와 인간의 아픔과 함께 하는 교회역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하게 전국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동행하는 이 시간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큰 선물이요 은총입니다.
함께 기도해주신 수녀님들, 신자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다 박해받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예수님께서는 선포하셨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교회, 평화의 교회, 성령의 교회를 이 지상에 세우고자 분투하는 하느님 자녀들, 평화의 사도들입니다.
바로 내일 모레 지방선거 투표는 ‘정의와 공동선’의 가슴으로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그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의 여정을 끊임없이 새롭게 짜야 합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창조사업이 계속되는 한, 하느님의 피조물을 인간의 사리사욕으로 독점하려는 세력들이 있는 한, 우리들 생명과 평화의 여정은 쉼 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 길에 언제나 동반자로 계셔 주시길 청하고, 기도드립니다.
문규현 신부(전주 평화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