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10,2)
오늘은 어제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에 이어서, 바오로의 영적 아들이며 제자이고 협력자인 성 티모테오와 티토의 축일입니다. 한 사람의 변화는 단지 한 사람의 변화로 끝나지 않고, 많은 사람의 삶과 진로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이는 바로, 바오로의 작은 날개 짓이 훗날 이스라엘이란 좁은 지역을 떠나 세상의 모든 고을과 지역으로 파급 확장되어 영적 새바람을 일으킨 것은 마치 복음 선포와 선교의 영적 나비 효과라고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다마스커스 여정에서 주님의 선택과 소명을 보고 들음으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대로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음을 자신의 선교 여행을 통해 몸소 체험하고 실감하셨습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예수님의 일꾼으로, 복음의 일꾼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다음과 같이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나 바오로는 그 복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콜로1,23) 이렇게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증인이 되어, 복음의 일꾼으로 수많은 시련과 환난과 옥고를 겪으면서도 생의 마지막까지 땅끝까지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다 실행하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교회는 바오로 사도가 사랑하고 아꼈던 에페소의 성 티모테오와 크레타의 성 티토 주교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독서의 행간을 보면 티모테오가 겪는 어려움을 수인이 된 바오로가 알고 있었기에 그를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며 그가 홀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격려합니다. “나는 그대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그대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대는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분 때문에 수인이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2티1,4.8)라고 격려합니다. 마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보내면서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10,3) 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안쓰러움과 걱정스러움을 바오로 사도 역시 느꼈기에 티모테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며 독려합니다.
주님의 일꾼은 자신이 소유하고 소지한 것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과 하느님의 은사로, 하느님 영으로 불타올라 복음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영적 아들인 티모테오에게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2티1,6)라고 격려합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수행하면서 직면하는 반대와 어려움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겁을 내지 말고 또 “주님을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도록” (1,8) 티모테오에게 아버지의 심정으로 독려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역시도 살아가면서 두렵고 힘들 때, 오늘 복음에서 둘씩 제자들을 파견하신 까닭을 기억하면서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또한 동행하시는 하느님의 힘을 의지하면서 꿋꿋이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수행하는 사람이 됩시다. 사도 바오로가 제자인 티모테오에 대한 신뢰에서 우러나온 말은 어쩌면 우리에게 준 기도이며 기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그대 안에 있는 진실한 믿음을 기억합니다.”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