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10일과 19~20일 이어진 폭우로 물난리가 난 평북 신의주의 그후 풍경을 담은 동영상을 6일 본지가 단독 입수했다.
지난달 말 촬영된 이 동영상에 따르면 신의주 대부분의 지역에서 물은 빠졌지만 복구가 늦어져 주민 상당수가 노상에 임시 천막을 쳐놓고 생활하고 있었다. 포대 자루를 이어붙여 만든 천막 옆엔 집에서 가져온 가재도구들이 비닐에 덮인 채 잔뜩 쌓여 있었다. 주민들은 천막 밖에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2~3명씩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보였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동영상을 촬영한 북한 내부 소식통이 "오늘 유엔 차들 들어갔다던데?"라고 묻자 한 여성이 "들어갔나?"라고 되묻는 장면도 나온다. 이 소식통은 " 북한 당국이 8월 말 김정일 방중과 9월 초 당대표자회 준비로 바빠 신의주는 아무런 지원도 못 받고 유엔 지원 물자도 모두 평양으로 들어갔다"며 "알아서 해결하라는 건데 전기와 수도가 끊겨 모든 게 엉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남조선에서 신의주에 식량과 물자 100억원어치를 주겠다고 하는데 김정일 이 개××는 왜 안 받는 거냐'며 대놓고 욕을 한다"고도 했다. 신의주에는 남한 라디오 방송을 듣는 인구가 많고 정보 유통이 빨라 외부 소식이 하루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전달된다고 한다.
저층 아파트 밀집지역을 촬영한 화면에는 다양한 크기의 물통과 양동이를 든 사람들이 낡은 트럭 주변에 몰려들어 순서를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물장수에게서 식수를 사가려는 주민들이다. 물장수는 트럭에 싣고 온 큰 물통에 고무호스를 연결해 물 사러 온 사람들에게 물을 채워주고 있었다. 누군가 "야, 이거 얼마가"하고 묻자 물장수는 "150원씩"이라고 대답했다. 북한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3000원선이다.
지난달 초 수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렸던 신의주 채하시장〈본지 8월 19일자 A1·3면 보도〉은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활기찼다. 수해 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상인들이 모두 시장 건물 밖으로 나와 길거리 양쪽에 좌판을 깔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행렬이 시장 주변 도로를 따라 수백m에 달했다. 소식통은 "침수됐던 시장 건물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인들과 손님들이 모두 길거리로 나온 탓에 자전거가 경적 소리를 내지 않으면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혼잡했다.
간혹 젊은 남성도 있지만 상인들은 대부분 중년 여성들이었고 쌀과 감자 외에 배추·무·가지·바나나·고추·꽈배기·달걀·구두 등 다양한 상품들이 좌판에 놓여 있었다. "거 앞에 앉으면 안 돼요. 거기 앞에 못 앉게 하라요"라며 자리를 놓고 서로 다투는 상인들, "고기 안 사요?"라며 호객행위 하는 상인도 카메라에 잡혔다.
손님들은 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야채를 사거나 양손에 물건들을 들고 바삐 걸어다녔다. 거울로 추정되는 물건을 중국 어 상표(三强家具)가 적힌 상자에 담아 걸어가는 여성 두 명도 보였다.
동영상을 제공한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난 주말 현재 신의주는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통제구역으로 지정돼 북한에서도 지원 물자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시장마저 없었다면 민란이 일어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