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지금 작은도서관 조성 붐이 일고 있다. 2006년 12월 교1동주민센터 2층에 솔올꽃나무 작은도서관 개관을 시작으로, 지난해 2월 입암동 성덕반딧불 작은도서관, 5월 시청내 로하스강릉 작은도서관, 올해 8월 선교장 열화당 작은도서관, 지난달 포남동 어울림 작은도서관까지 모두 5곳의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더해 내달 중앙동 문화 작은도서관, 내년 초 성남시장내 성남시장 작은도서관(가칭) 등 2곳이 개관을 앞두고 있고, 추가로 2곳을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말 강릉에는 9개의 작은도서관이 운영되는 셈이다.
강릉의 작은도서관들은 민간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부천과는 달리, 행정이 나서서 작은도서관을 직영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사서를 채용하기 어려운 소도시의 문제점을 행정력의 투입으로 보완하려는 지자체의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행정 주도하에 이뤄지는 체계적인 전산망 관리는 상호대차(도서관간 도서교환) 서비스의 원활, 도서 구입 및 프로그램의 중복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부여되고 있다.
한 해 5억원 투입하는 강릉시
현재 교1동 솔올꽃나무 작은도서관을 제외한 성덕반딧불 작은도서관과 로하스강릉 작은도서관, 어울림 작은도서관에는 현대화 시설이 구비된 전자정보실이 마련돼 있다.
단순히 책을 읽고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에 더해 주민들에게 동영상 강의나 인터넷 검색도 병행할 수 있도록 편의를 마련한 것. 때문에 평일에도 작은도서관 이용률이 100~200명 선이 유지되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야간(밤 10시)까지 운영하고, 주말·휴일 운영(국경일은 제외), 작은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의 회원증을 웹상으로 일원화하는 등 이용자 편의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작은도서관 마다 1만권 내외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월 5~6회 신간을 들여 놓을 정도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강릉시는 도서구입비로 지난 한 해 동안 5억여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주민과 호흡하는 작은도서관
강릉시는 지난해 5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는 최초로 청사 내에 작은도서관을 조성했다. 종합자료실(18층)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민원을 보기 위해 시청을 찾은 주민들과 점심식사를 마친 시청 직원들에게 안락한 휴식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피아노, 음향 및 영상시설도 갖춰져 강릉시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돼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8월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고택(古宅)으로 손꼽히는 강릉선교장(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5호)에 조성된 열화당 작은도서관은 선교장이 대를 이어 보관하고 있는 옛 책과 새로 들여온 책들이 비치돼, 방문객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강릉시는 내년 1월 재래시장 활성화와 연계한 방안으로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과 상인들을 위한 작은도서관도 조성할 계획이다.
성남시장 2층에 조성되는 ‘성남시장 작은도서관’(가칭)은 33㎡규모로,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오는 시민들이 자녀를 맡기고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아 중심의 도서공간으로 꾸며진다. 노인 및 상인들을 위한 복지공간도 조성할 예정이며, 1만여 권의 장서를 비치할 계획이다.
강릉은 주민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라면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든지 책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도서관마다 프로그램 차별화
강릉 작은도서관에는 전문 사서가 없다. 속초와 마찬가지로 사서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을 안고 있다.
대신 원주강릉대 평생교육원에서 사서도우미 교육 과정(4개월)을 이수한 계약직 근로자들이 도서와 회원 관리, 이용자 통계 등 도서관의 기본적인 관리부분만을 맡고 있다.
도서 배치와 프로그램 구성 등의 도서관 운영의 큰 틀은 시립도서관에서 기획, 작은도서관으로 하달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작은도서관별로 차별성을 가지게 됐다.
교동 솔올꽃나무 작은도서관은 젊은 인구 위주로 형성된 지역 특성에 맞게 영유아 및 저학년들을 돌봐주는 ‘동화놀이’ 등의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입암동 성덕반딧불 작은도서관은 저소득층 주민들의 비중이 높아 ‘논술을 통한 독서지도’, ‘책 읽기와 NIE’등과 같은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현실적 한계 상호서비스로 극복
강릉도 부천과 마찬가지로 상호대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의 회원 전산망은 강릉시립도서관(포남동)과 강릉모루도서관(교동) 등 2곳의 시립도서관과 통합전산망을 갖추고 있다.
작은도서관의 장서 부족의 한계는 부천과 마찬가지로 상호대차 서비스로 풀어가고 있다.
강릉의 상호대차 서비스는 시립도서관홈페이지에서 자료를 검색한 후 신청서를 작성하면 주 2회(화·금요일) 신청도서가 배달된다. 화~목요일 신청한 책은 금요일에, 금~월요일 신청한 책은 화요일에 배달되고 있다. 상호대차 서비스는 시립도서관 2곳과 작은도서관 4곳, 사립문고 5곳이 도서를 공유하고 있다.
강릉은 또한 원거리 거주자나 거동 불편 주민들을 위해 ‘움직이는 도서관’의 이동서비스를 마련, 읍·면 단위 주민들에게도 독서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움직이는 도서관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1일 2회 운행한다.
이우철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강릉의 성덕반딧불 작은도서관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
‘강남지역에도 작은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요구로 지난해 2월 조성된 성덕반딧불 작은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국비 2억원을 지원받아 (옛)입암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입암동을 비롯해 인근지역인 노암동, 성덕동 지역을 통틀어 유일한 작은도서관인 이곳은 개관 첫날부터 100여명이 넘는 어린이와 시민들이 찾으면서 현재까지 작은도서관 중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는 200명이 넘는 인원이 다녀간다.
지난 3일 찾은 성덕반딧불 작은도서관에는 어른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1만권의 장서가 갖춰져 있었으며, 2층에 마련된 강의실과 전자정보실에는 각종 청소년 강좌와 부모 강좌가 열리며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었다.
특히 자료실(1층)은 노란색과 주황색, 연두색 등 화사한 색채가 사용돼 어린이들이 친근함을 가지도록 유도했고, 책장과 의자는 연결돼 있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책장에 걸터앉은 듯한 분위기가 연출돼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딸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한 주부는 “이전에는 (강릉)시립도서관(차량으로 10분)을 이용하느라 번거로웠는데 집 근처에 작은도서관이 생기면서 자주 들르고 있다”며 “동네 이웃을 만나는 장소로도 가끔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인터뷰/박순희 부천지역작은도서관협의회장(행복한도서관 관장)
“주민·행정 역할 구분 필요”
박순희 부천지역작은도서관협의회장은 “자치단체가 작은도서관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롭고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관에 지나치게 치우치게 되면 주민이 운영의 주체가 되는 작은도서관의 이상에서 멀어질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작은도서관은 마을 주민들이 문화적 소양을 쌓고,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자기계발을 이뤄내는 산실”이라며 “민·관의 관계와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이 되고 서로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때 작은도서관은 마을 사랑방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