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알까?
김홍래
2013년 초봄 어느 토요일의 일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친구가 강원도 홍천에서 된장을 담근다고 하여 주말에 바람도 쐴 겸해서 친구를 따라 나섰다. 다른 친구들은 일요일인 다음날 온다고 했는데, 나는 첩첩 산 중의 산방에서 하룻밤 유할 욕심으로 하루 먼저 도착 하였다.
초봄의 산중이라서 해가 일찍 넘어 가고 우리는 서둘러 배추 된장국에 나물을 무쳐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산책을 하였다. 곧 저녁 어스름이 내렸다. 우리는 조금 심심하기도 하여 다음날 된장을 담는데 필요한 독을 옮기기로 하였다. 친구와 함께 빈 된장독을 들어 보니 무척 무거웠다. 크기도 초대형이지만 무게가 엄청났다. 그래서 친구에게 내일 친구들이 오니까 같이 협동하여 옮기자고 하였으나 친구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직 젊은데 이 정도 쯤이야 문제없단다. 나도 서서 물건을 옮기는 것이어서 큰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하였다. 비탈진 곳의 위쪽으로 약 40미터 지점에 된장독을 놓아두는 곳으로 둘이 독을 들어 옮기는데 허리에 많은 하중이 와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힘들게 옮기고 나니 허리가 약간 부담스러웠다. ‘밤에 뜨끈 뜨끈한 방에서 푹 자고 나면 괜찮겠지’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더 무겁고 불편하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부터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누이가 허리 협착증으로 10년 넘게 고생을 하고 있던 터였다. 우선 직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정형외과에서 물리 치료를 받으며 힘겹게 직장엘 다녔다. 처음에는 좀 나지는가 싶더니 다시 악화 되고 그러기를 반복하였다.
그렇게 2달을 보내고 안 되겠다 싶어 다니던 직장에 2개월간의 장기 병가를 내고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비롯하여 유명하다는 병원을 여러 군데 다니며 치료를 했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고, 운동 치료를 받다가 다쳐서 오히려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 내 몸 어디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아프고, 불편하겠지만 허리 통증이야 말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였다. 허리가 몸의 중심이므로 몸 전체를 움직일 수가 없어서 참으로 이만 저만 힘든 것이 아니다. 밤에는 잠을 설치기가 일쑤이고 진통제를 복용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패치 진통제(파스처럼 몸에 붙이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너무 아프고 통증이 심하여 여러 군데 병원을 전전하게 되었고 이런 과정에서 가족은 물론 의사나 간호사, 친구들, 지인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으며 이들은 아픈 나를 위하여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이렇게 심한 통증과 고통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것이었다. 그 이전 까지는 누가 허리가 아프다면 그냥 조금 뻐근하고 저린가보다 그렇게 여기고 남의 아픔에 대하여 진지하고 성심으로 걱정을 해보지 않았었다. 지인들이나 친척이 입원을 했다고 하면 마실 거리나 몇 병 사들고 병문안이나 가서 위로의 말 몇 마디를 건네고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정말 그렇게 많이 아프고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에 대하여 내가 얼마나 성의 없이 대하고 외면해 왔는지를 돌이켜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찬가로 자신의 아픔과 슬픔, 고통에 대해서는 더 크고 중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나 슬픔은 그냥 무덤덤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네가 당해 봐야 남의 어려움을 안다”라는 말이 정말로 실감이 났다. 사람들은 남을 용서하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잘못에 대해서는 지극히 관대하면서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비난하며 잘못의 책임을 더욱 크게 물으려고 한다. 나도 이번에 내가 아파서 많은 고통을 겪고 힘들어 하면서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삶의 아픔과 고통에 대하여 좀 더 진실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프고, 고통 받으며 살고 있으며 어쩌면 나보다도 더 심하고, 어렵고,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니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가볍게만 여기고 무성의 했던 지난 일들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사람들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세상은 더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이렇게 바삐 움직이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힘들어 우리 이웃들에게 작은 관심이라도 가지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내가 힘드니까 이웃을 돌아보고 걱정하고 함께 공감할 정신적, 물질적인 여유 없는 것이다. 배려라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 주고 오랫동안 울림을 주게 된다. 사람 사는 냄새를 맡으며 그 속에서 정을 나누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내 이웃을 위해서 얼마나 배려하고 마음 쓰며 살아가고 있는지 가끔씩 뒤 돌아 볼 일이다. 사람들은 알까? 이웃을 위한 배려의 말 한마디가 어여쁜 분홍 꽃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왜 모를까? 내 이웃들은 나보다도 더 깊은 아픔 하나씩 가슴 한켠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끝.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걸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연말 다가오니까 어려운 사람들이
걱정이 되네요,,,
글, 잘보았습니다, 그리고 공감합니다,
걸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요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내가 건강하고 .. 뭐든지 충만할땐
다른 사람의 불행이 눈에 들어오지 않지요
동정은 할수 있지만..
정작 내가 어려움에 닥쳤을때
비로소 남의 아픔과 불행이 보이는 겁니다
누군들.. 다르겠습니까?
세상사 .. 모두가 그런걸요..
나의 아픔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서로 교류한다면 .. 우리 사회는 좀더 아름다울수 있겠지요
허리 .. 빠른 쾌유를 빕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기리님의 말씀대로 충만할 때는 다른 사람들의
아픔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잘봐서요~~
고맙습니다.
그렇네요, 대상포진 정말 오래가고 힘이 드네요
대상포진이 잘 않났더라구요, 통증도 심하고 오래간다고 합니다.
얼른 완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걸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난한자가 가난한자를 돕지 부자는 가난한자를 돕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동병상련 과 진심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거겠지요 ..
한편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으로 다가 왔습니다 ! 건강하세요~ !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건강한 여름 나시기 바랍니다.
덕분에 남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작물님 다녀 가심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한 여름 나시기 바랍니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