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과다한 인지세에 반발한 미국,
1775년부터 8년간 공방 끝에 독립, 그 전쟁 한복판의 가족 수난사 그려
미국 독립전쟁(Independent War, 1775∼1783)은 영국이 식민지 미국에 과다한 인지세(印紙稅)를 부과하려 하자 북아메리카의 13개 주가 이에 대항해 일어난 전쟁이다. 프랑스와 벌인 전쟁으로 재정이 어려워진 영국이 세입 증대를 위해 미국 내의 상업 및 법률 서류, 신문, 팸플릿, 카드 등에 직접세를 부과한 것이 발단이다.
미국은 조지 워싱턴을 총사령관으로 추대, 1776년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영국과 싸웠다. 8년간의 공방 끝에 마침내 1783년 파리조약에서 미국의 독립이 승인된다.
미국 독립전쟁 중 남부전선에서도 많은 전투가 벌어졌는데, 1781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카우펜스 전투(Battle of Cowpens)도 그중 하나다. 이 전투 승리로 미국은 영국에 빼앗겼던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다시 찾아오는 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대륙군의 모건 장군이 펼친 작전은 미국 독립전쟁사에서 전술적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군과 맞대결하는 것을 피하고 아군의 병력을 분산시켜 공격함으로써 훈련이 덜 된 민병대로 영국의 정규군을 크게 이긴 것이다.
두 아들을 잃고 전쟁터로 나서는 주인공
영화 ‘패트리어트: 늪 속의 여우’는 미국 독립전쟁에 참전한 민병대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식민지 주민이 전쟁 한복판에서 겪는 가족 수난사이기도 하다. 제목 패트리어트(The Patriot·애국자)가 시사하듯 영화 전편에 애국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 적지 않다.
영화는 가족을 보살펴야 한다는 이유로, 영국과 싸우지 않겠다던 주인공 벤저민(멜 깁슨)이 아들을 잃고 나서 독립을 위해 총을 들고 싸운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그는 한때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전쟁(‘프렌치-인디언 전쟁’)에서 ‘늪 속의 여우’라고 불리며 프랑스군과 인디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설적인 전쟁영웅이었지만 피로 얼룩진 과거를 뒤로하고 가족만을 위해 살기로 다짐한 것이다.
하지만 영국군의 침략이 거세지면서 둘째 아들은 영국군에게 사살되고, 큰아들 가브리엘(히스 레저)마저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대하자 벤저민은 민병대를 결성하고 영국군을 공격한다.
영화에는 감동적인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영화 후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전사한 아들 가브리엘을 묻고 돌아서던 벤저민이 아들이 간직하고 있던 성조기를 발견하곤 마음을 바꿔 깃발을 휘날리며 다시 전쟁터로 가는 장면이 압권이다. 두 아들을 모두 잃고 절망에 빠진 주인공이 다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을 던지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다.
이보다 앞선 장면에서, 둘째 아들이 죽고 주인공과 첫째 아들 가브리엘이 벌이는 논쟁도 인상적이다. 아버지는 부대로 돌아가려는 아들을 저지하며 “너의 임무는 여기서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하자 아들은 “돌아갈 거예요. 그게 군인의 의무죠”라고 맞선다. 군인의 의무와 가족의 임무가 상충하는 절절하고 가슴 시린 장면이다.
실존 인물 프랜시스 매리언 장군 모델로
가브리엘 역으로 출연하는 히스 레저는 이 영화에서 때 묻지 않고 의협심이 강한 이미지로 나와 큰 인기를 모았으며 ‘브로크백 마운틴’ ‘다크 나이트’에도 출연해 좋은 연기를 보여줬으나 2008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특히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에서 ‘가장 완벽한 조커 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18세기 말 당시의 전투 방식과 총기를 보여주는데 넓은 들판에서 미 대륙군과 영국군이 마주 보고 벌이는 전투 장면이 스펙터클하다. 1분에 2발 정도 쏠 수 있고 사격 후엔 꽂을대로 총강을 청소해줘야 하는 데다 명중률도 형편없는 머스킷(Musket) 총을 들고 전투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영화의 주인공 벤저민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늪 속의 여우’란 별명을 얻었던 실존 인물 프랜시스 매리언 장군을 모델로 한 것이고, 잔인한 영국 장교로 묘사된 타빙튼 역시 실존 인물 배니스터 탈레톤 장군이다.
“영국을 악당으로 그려” 일부 학자 비판
영화 개봉 당시 일부 영국 역사학자들은 “영국인은 악당으로 그리고 멜 깁슨은 영웅으로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전쟁 등 실제 역사 사건을 다룬 영화는 종종 입장(국가)에 따라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당시인 18세기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제국들은 국익과 이해관계에 따라 피아(彼我)가 자주 바뀌었고, 원주민 입장에선 이들이 다 가해자로 보였을 것이다. 이 영화 역시 미국 입장에서 독립 전쟁을 묘사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