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녀석들 아침밥 해주는데 마지막 반찬을 끝으로 가스가 똑 떨어졌습니다. 성산읍 신풍리에 산다는 것은 제주도 변방 중의 변방인지라 개별 LPG를 써야하는데 현재 살고있는 집의 특성상 LPG가스 1통씩 놓아야하니 이것도 참 난감한 노릇입니다. 떠나려는 집이니 2구짜리 가스통 조절기를 비용들여 설치하기도 뭣하니 그냥 불편함을 감수합니다.
그래도 마지막 반찬까지 하고나서 떨어졌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이렇게 아침에 다가온 절묘한 타이밍을 제대로 못 살린 것은 얼른 해야하는 가스주문을 새까맣게 잊은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일찍부터 병원행에다 너무 오래걸린 진료때문에 오후 2시 돌아왔고, 그 때부터 다양한 일로 저를 찾는 사람들 만나느라 분주한 사이 녀석들이 벌써 하원해서 왔습니다.
미술을 가지않으니 갑자기 오후가 길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녀석들 데리고 수산한못을 갑니다. 그 곳에 가면 제가 같이 걷지 않아도 태균이는 기본 5바퀴, 준이는 무한대로 걷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딱 좋은 코스입니다. 더욱 푸르러진 수산한못 주변에 수국이 제 철의 만개를 위해 꽃봉우리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5바퀴돌고 벤치에 앉아있던 태균이, 그만하고 가자는 말에 준이 챙기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맛있는 저녁해먹자며 저녁장까지 잔뜩 봐가지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7시 15분! 아뿔싸 가스를 안시켰으니 그 때부터 주변 가스집에 전화를 돌려도 배달불가! 저녁 7시면 배달종료랍니다. 가스불을 켤 수 없으니 원룸건물 주방에 가서 해먹을 수도 있으나 원룸에 3가구가 입주한 후 왠지 출입이 예전처럼 자유롭지가 않습니다. 또 2층이라 오르락내리락이 현재 골절다리 형편상 가장 힘들어서 안하는 게 좋습니다.
내키지않아도 오늘은 외식타임! 낙삼(낙지와 삼겹살)볶음으로 신나는 저녁을 먹습니다. 그래도 식당에만 오면 태균이 음료수에 밥도 추가해 먹으니 이런 게 보기싫어 외식을 피하건만 오늘은 나름 기념할만한 날입니다. 준이가 낙지를 덥썩덥썩 잘도 먹었기 때문입니다. 삼겹살만 골라주고 혹시나 해서 낙지도 줘보았는데 오 마이갓! 질색팔색은 어디로 가고 넙쭉넙쭉 잘도 먹는겁니다.
요즘 준이가 수직상승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바뀌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음료수도 예전 같으면 태균이가 따라준 한 잔을 빨리 마시지 못해 태균이한테 홀딱 빼앗기곤 했는데 어제는 절대 내주질 않습니다. 줄 수 없다는 듯 태균이 손길이 자기앞으로 오려고 하면 얼른 잔을 들어 높이 들며 자기가 다 마셔버립니다. 이런 것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준이를 보니 3년 꾸준히 해야 변화들이 급작히 수직상승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우리의 제주생활 3년이 다 되어가자 서서히 딱딱한 알껍질이 깨지고 있는 듯한 형상입니다. 이제 겨우 알껍질 깨는 정도지만 껍질깨기까지가 어렵지 그 다음의 진전은 일사천리일 수도 있어서 요즘 기대가 큽니다. 어제 아침에는 잡채도 처음으로 먹었으니까요!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은 너무 많다는 사실을 체득화하는 중입니다.
그렇습니다. 타이밍은 결코 그냥 오지 않습니다. 공들인 시간Time이 누적되어야 때맞춤Timing이 온다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어떤 날 갑자기 다가오는 것 같은 운빨도 알고보면 누적된 내공들의 보답일 뿐,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헛되지 않게 쌓아놓은 것만이 진정한 행운이 됩니다.
가스배달이 늦어져 오늘은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아침준비를 하게 됩니다. 평소같으면 벌써 마쳤을 시간인데 아직도 국은 더 끓어야하고 다른 반찬도 더 손이 필요합니다. 준이 8시면 먹는 아침식사에 스스로 알아서 식탁으로 온 지 대략 한 달쯤 되었습니다. 오늘도 그 시간에 연실 자기방문을 열었다닫았다 하면서 아침상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눈치발도 생겼고 시간개념도 좀 생겼습니다. 서서히 적극성이 전염되고 있습니다.
더욱 알찬 타이밍을 위해 2026년 여름도 변함없이 활기차고 빈틈없이 보낼 것입니다. 물론 휴식도 즐기면서^^
첫댓글 와~~기적같은 내용입니다.
준이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모든 자폐아가 좋게 발전하면 걱정이 없을텐데, 그렇지 않은 사례를 보다가 준이 경우는 얼마나 희망적인지요! 반찬에 대한 도전도 작은 일이 아니고, 여러가지가 그렇습니다. 대표님은 복 받으실거고 태균 형님도 무한 감사를 받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