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벌학(天罰學) 개론(槪論)
김삿갓 오자서 페드라를 중심으로
김광한 인간으로서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행동을 해서 하늘도 용서하지 못한다는 말에서 나온 천벌(天罰)이라는 말이 있다.기독교 사상에서는 죄진자가 회개를 하면 용서를 받고 일곱번씩 70번을 용서하라고 했지만 그것은 용서받아야할 범주에 속한 범죄이지 용서받지 못할 한계를 넘어선 범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아들이 애비 에미를 죽이고 어린놈이 제 어머니뻘의 여자를 강간하고 살인을 밥먹듯이 해서 23명이나 죽인 유영철이 같은 자를 과연 기독교 신앙에서 용서를 해줄 수가 있겠는가.
만일 용서를 해준다면 그놈과 같은 패거리가 아닌가.그런 놈은 홰개가 없다는 것은 심리학자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가 조상들과 하늘을 올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큰죄에 속한다고 믿고 스스로 생을다하는 날까지 속죄를 하면서 살다간 사람들이 있다. 조선후기 방랑시인으로 자(字)는 난고, 별호는 김삿갓 또는 김립(金笠). 본관은 안동. 경기도 양주출생으로 선천부사였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죄로 집안이 멸족을 당하였으나, 형 병하와 함께 노복 김성수의 도움으로 황해도 곡산으로 도망가 살았다. 후일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되어 강원도 영월로 옮겨 살다가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였으나, 자신의 집안 내력을 모르고 할아버지 익순을 조롱하는 시제(詩題)를 택한 자책과 폐족자에 대한 멸시 등으로 방랑길에 올랐다. 조상님과 하늘을 대하기가 부끄럽다면서 평생을 갓을 쓰고 전국을 방랑하다가 전라도 땅에서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하직했다. 불가(佛家)에서는 절구통 스님, 또는 판사 스님이라고 부르던 이효봉 스님이 입적한 것은 1966년이다.일찌기 판사재직시에 독립군 지사에게 사형언도를 내린 것이 죄가되어서 어찌 인간이 인간에게 형벌을 내릴 수 있느냐면서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 조계종의 첫 종정이 되어서 철저하게 계률을 지키면서 살다가 입적을 했다.요즘의 판검사들은 잘못 판결한 데 대해 절대 반성을 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출세의 밑천으로 삼는자들이 대부분인데 효봉 스님이야말로 이 부패하고 타락한 판검사들에 대한 법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책임감이 큰것인가를 알려주는 큰 스승으로 남아있다. 조선조 말에 민비 시해 사건이 있었다.일본군 낭인들(불량 칼잡이)에 의해 궁전안에서 난자를 당하고 불태워져 시해를 한 자들 가운데 한국인이 있었다. 그 이름이 우범선이라는 자인데 이자는 그후 도망해서 일본에 가 살면서 일본 여자를 취해 자식을 낳았는데, 그 이름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씨없는 수박의 주인공인 우장춘 박사이다.우범선은 의협심 강한 조선의 지사에게 암살을 당했다.어찌보면 부모의 잘못을 대신 속죄하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포클레스가 쓴 오디프스 왕은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내용을 구미에 맞게 쓴 비극적인 소설이다.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오디프스 컴플렉스란 말로 오디프스의 행위에 대한 심리적인 분석을 했다.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에피카스테)의 아들인데 숙명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테베의 왕이 되었다. 어머니인 줄 모르고 결혼한 그들은 그 사실을 알자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자기 눈을 뺀다.
살아있음에 대한 수치를 더 이상 볼수 없다는 것과 하늘에 대한 속죄를 하기 위해서였다.비록 신탁(神託)에 의한 주어진 운명이라 할지라도 부모에 대한 죄의식은 떼어버릴 수가없었던 것이다. 성서(聖書)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때까지 악명으로 남아있는 갈리옷 사람 유다는 은전 몇잎을 얻기 위해 예수를 로마군에게 팔았다. 나중에 후회를 했으나 이미 늦었다.결국 그는 자책감에 못 이겨 목매 자살을 했다.인류에의 위대한 스승을 팔아넘긴 죄는 엄청나지만 속죄를 했고 그 속죄를 목숨을 던져버리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늘을 대신한 사람 오자서(伍子胥) 춘추시대 오패(五覇)라고 하는 나라 가운데 초나라가 있었다. 초나라에서 혁혁한 무공을 쌓은 집안으로 그 아버지 이름이 오사였다.오사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큰 아들이 자상이고 작은 아들이 자서였다.자서의 이름은 원(員), 부와 형이 모두 초 평왕(平王)에게 살해당하였다. 자서는 오로 도망가 오왕을 도와 초를 토벌하였다. 아버지와 형을 죽인 평왕의 묘를 파헤쳐 사체에 매질을 하고 목을 베었다.스스로는 하늘을 대신했다고 하나 그것은 개인의 복수였다.오자서와 친교를 나누었던 병법의 대가 손무는 평왕의 묘를 파헤치고 시신에게 매질을 하는 오자서를 보고 사귈 사람이 못되는구나 하면서 거리를 두게 되었다. 오자서는 초나라를 떠나 오나라의 희광 공자 문하에서 업적을 쌓았으나 나중에 희광왕자가 합려란 이름으로 임금이 되자 더욱 무공을 쌓았으나 같은 망명객인 백비란 자의 모함에 걸려 자결하게 되고 유언에 내가 죽거던 눈알을 뽑아서 산위의 소나무 가지에 걸어두라고 했다. 오나라가 망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합려는 월나라 왕 구천을 잡아다가 선조의 묘실 옆 석관에서 살게 했고 구천은 나중에 복수를 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와신상담(누워서 쓸개를 씹는다)이란 말이 나왔다.복수란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대신해야하는 것이지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게 된다는 교훈이다. 제우스가 내린 형벌 그리스는 신화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그리스에는 모든 것이 신화로 이루어져있다고 할 만큼 많은 건물과 인물들에 대한 신화가 붙여져있다.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2가지 주요전설을 이야기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속아서 고기 대신 뼈와 기름을 제물로 받은 주신(主神) 제우스가 인간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불을 감추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쳐 다시 지상에 돌려주었다. 불을 훔친 대가와 인간에 대한 벌로 제우스는 판도라라는 여자를 만들어 에피메테우스('때늦은지혜'라는 뜻)에게 내려보냈고 에피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도라와 결혼했다. 판도라가 자신이 가져온 단지의 커다란 뚜껑을 열었을 때 악과 고된 일과 병이 나와서 인간들 사이에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희망만이 그 안에 남아 있게 되었다. 헤시오도스의 또다른 이야기에서는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복수로 제우스가 그를 카프카스의 바위에 사슬로 묶고 독수리를 보내서 영원한 생명을 가진 간을 쪼아 먹게 하는데 그 간은 끊임없이 다시 회복되곤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아이스킬로스의 〈묶인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Bound〉에서 구체화되는데, 아이스킬로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인간에게 불과 문명을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생존 수단 이외의 모든 예술과 과학을 줌으로써 불과 문명을 보호하는 존재로 표현했다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친 죄로 죽지도 못하고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영벌(永罰)을 선고받았다.하느님이 아니라 하느님을 대신하는 최고의 신인 제우스에게... 페드라의 비극 이 작품은 유리피데스로부터 그 주제를 따온 비극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품에서 모든 것을 빌어다가 작품을 장식하였다. 그 비극적 이야기를 현대식 영화로 만든 것이 <페드라 죽어도 좋아>였다.그리스 선박왕의 딸인 페드라는 동료 선박왕에게 정략적으로 시집을 가게 되는데 나이 많은 남편에게 아들이 있었다. 잘생기고 순진한 그 아들과 눈이 맞아서 사랑을 하게 되고 이 사랑의 이야기가 나중에 그녀의 남편에게 들통이 나자 스포츠 카를 몰고 가다가 절벽에서 함께 추락해서 죽는다는 이야기였다. 신화속의 주인공들은 신의 노여움을 받아서 비극적인 생애를 마쳤으나 현대의 페드라는 불륜을 발각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결말을 지었다. 페드라 역에 그리스 여배우 멜리나 멜리크리, 그리고 아들역에 안소니 파킨스, 아버지 역에 라프 발로네, 모두 당대의 명배우였다.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가 울려 퍼지고 아들인 알렉시스는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고함을 질러댄다. 멜리나 멜리크리는 <일요일밤은 참으세요>로 한국팬들에게 널리 알려져있고 나중에 그리스 문화상이 되었다.줄스 닷신 감독은 생전에 여러편의 명화를 만든 예술가였다.안소니 파킨스는 알프렛 히치코크 감독의 명작 사이코에서 여관집 주인역으로 나와 멋진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나중에 젊은 나이로 에이즈에 걸려 사망했다.라프 발로네는 오나시스 영화에서 오나시스로, 에밀 졸라 원작 <비탄의 테레즈>란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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