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폭우로 새벽의 산행을 쉬었는데
오늘은 어제의 많은 비에도 불구하고 비 예보가 없어 3시 40분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요즘은 집에서부터 입에 물을 머금고 산행하는데
순환도로 삼거리쯤 가서 입 안에 머금은 물을 거의 다 삼킵니다.
입에 물을 머금고 걸으면 입안과 목이 마르지 않고
입술을 오므리기 때문에 안면근육 운동의 효과를 얻습니다.
순환도로 삼거리쯤 갔을 때
평소 내려오는 산행의 고수를 만났는데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급경사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산행의 고수는
줄행랑을 치듯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갔습니다.
저도 오르막길을 오를 때
몸의 체중이 실리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빠르게 오르는데
산행의 고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완전 레전드급이었습니다.
순환도로의 오르막길 끝자락은 순환산책로와 연결되는 급경사 내리막길인데
늘 운동하는 그 곳에 커다란 뱀이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주변의 막대기로 뱀을 건드리니까
빠르게 반응하며 공격자세를 취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운동하는 방향의 산으로 움직이길레
막대기로 순환도로쪽으로 몰았습니다.
그 때 80세 어르신이 도착하였는데
차에 치여 죽도록 도로에 내버려 두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차에 치여 죽은 뱀의 처참한 모습을 알기에
막대기로 뱀을 몰아 순환도로 건너편 산으로 올라가게 하였습니다.
거의 10여 미터를 막대기로 뱀을 몰면서
지난 날 강원도 산약초 산행에서 만난 뱀들이 생각났습니다.
백두대간을 발품 팔아 산약초 산행을 하면
거의 매일 서너 마리의 뱀을 목격합니다.
특히 강릉 뒷산의 바우길에 뱀들이 많고
가을이면 산의 능선에 뱀이 많습니다.
뱀을 먼저 발견하면 문제가 없지만
미처 뱀을 발견하지 못하고 바로 옆으로 지나갈 때면 간담이 서늘합니다.
산촌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번도 뱀에게 물린 적은 없습니다.
지난 날 대구의 앞산과 팔공산에서는 뱀을 본 적이 없는데
오늘 비슬산 산행길에서 그 새벽에 뱀을 만났습니다.
비 온 뒤 순환도로는 지렁이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 많은 땅 속의 지렁이가 아스팔트 도로를 기어 다닙니다.
마찬가지로 비 온 뒤 순환도로와 산책로와 산길은
뱀의 출몰이 잦아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순환산책로의 가로등이 켜졌고
어두운 저녁과 새벽에 순환산책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보장되었습니다.
순환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는 길에
젊었을 때 자리공 다려먹고 병원 실려간 어르신을 만났는데
핸드폰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슨 꽃이냐고 물었습니다.
핸드폰의 사진이 작아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나도송이풀꽃이 아니면 꽃며느리밥풀꽃 같다고 하였더니 아니라고 하여
확대해서 자세히 보니 디기탈리스였습니다.
무슨 꽃이든 보면 그 이름이 생각나는 경지는
꽃을 사랑하는 마음의 행복일 것입니다.
새벽 산행길에서 꽃의 이름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는 만남의 광장은
비슬산둘레길의 친환경 서정으로 넘치는 목가적 정서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