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
- 그리스 조각품 같이 잘생긴 세기의 미남배우 알랑들롱의 24살 무렵의 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영화 태양은 가득히는 올드팬들에게는 가슴설레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 냉철하고 차가운 외모의 가난한 청년 톰 리플리(알란들롱 분)는 부호의 아들인 친구 필립과 그 애인 마르쥬와 함께 셋이서 이태리 나폴리 해안 먼바다를 요트여행을 즐기면서 친구 필립으로 부터는 심한 모욕감과 업신여김 그리고 차양막 하나 없는 구명보트에 알몸으로 태워져 끌려다니다 햍볕에 타 죽을뻔한 고문을 당하기까지 합니다. 이일을 복수라도 하듯이 파도 거친 어느날 오후 대명천지 맑은 하늘 아래의 요트위에서 톰 리플리는 필립을 순식간에 칼로 가슴을 찔러 살해하고 시체를 거적으로 포장한후 닻을 시체에 묶어 바다속으로 밀어넣어 버립니다.
- 그전에 방탕한 필립은 요트 위에서 톰이 있는데도 안하무인으로 애인 마르쥬와 시시덕거리면서 톰에게 참을수 없는 모욕감과 열등감, 그리고 적개심을 안겨줍니다. 그런 필립에게 톰은 단한번의 계략을 써서 마르쥬를 그에게서 떼어내어 하선하도록 만든 뒤에 요트에서 단 둘이 남아 포카를 하다가 어찌보면 우발적인 것으로도 보이는 전광석화와 같은 살인을 해버립니다.
- 그리고는 뭍으로 나와 이전에 그가 내심으로 품고 있던 망상과도 같은 농담을 필립에게 건넨바 대로 오로지 타자기(모든 문서와 편지는 손으로 쓰지 않고 타자로 친다)한대와 서명위조, 그리고 목소리 흉내를 통해서 죽은 필립 행세를 하고 돈을 인출하여 쓰고 다닙니다. 그리고 주체할수 없을 눈부신 외모로 필립의 애인 마르쥬를 차지함으로써 여자와 재산을 동시에 가로채는 완전범죄를 도모하여 거의 성공해 갑니다.
- 모든 범죄 서스펜스 영화가 다 그렇듯이 사건의 전개과정에는 여러번의 긴박하고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오지만 이 영화에서는 특히 흥미로운 장면이하나 있습니다. 톰이 호텔방에서 죽은 필립의 서명을 위조하기 위하여 인젝터로 서명의 필체를 크게 확대시켜 몇 번이고 치밀하게 연습하는 장면인데 아마도 남의 서명은 우선 그 필체를 크게 확대시킨후 그위에다 천천히 그리고 여러번 연습하여 익힌후에 원래 크기로 흉내내면 더욱 감쪽같은 위조가 가능해지게 되나 봅니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호텔방에서 톰은 죽은 필립의 친구가 찾아오자 그를 또 살해하고는 필립의 소행으로 위장합니다. 그리하여 마치 필립이 살인의 죄책감으로 자살을 하는 것처럼 상황을 만든후 필립의 아버지에게 유서를 타자기로 작성해서 보내어 소유재산을 모두 마르쥬에게 주도록 만듭니다. 그리고는 살인이 일어났던 요트를 팔아치우는 것으로 범죄는 끝이납니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해변으로 서서히 끌어올려지는 요트 뒷부분으로 기다란 밧줄하나가 팽팽하게 스크류에 감겨 따라 올라오는데 그 밧줄의 끝에는 바닷속에 있어야 할 죽은 필립의 시체가 거적에 쌓인채 끔찍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르쥬의 비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경악이 화면을 진동시킬때 모든 것이 성공했다는 듯 행복감에 젖어 바닷가 편의점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서 담배를 입에 물고 지긋이 눈을 감으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톰 리플리에게 경관의 부탁을 받은 종업원이 다가 갑니다 .누가 보잔다고 전갈을 하자 그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나오는 장면에서 감미롭고도 구슬픈 OST "태양은 가득히"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며 영화는 끝(Fin)을 맺습니다.
- 지난 주말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에 육아 관련 티브이채널에서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극장에서 한번 본 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너무나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르네클레망 감독은 이 영화 말고도 음악 "로망스"가 더 유명한 "금지된 장난"을 감독했습니다. 그 영화에서도 어린 전쟁고아 소녀가 수용소로 보내지기 위하여 그동안 함께 동무로 지냈던 소년과 강제로 헤어진후 어떤 사람이 그 소년의 이름을 부르자 그를 찾으러 그의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며 혼잡한 군중속으로 사라져 가는 마지막 장면이 있는데 우리에게 정말 가슴아픈 감동을 안겨 줍니다.
- 르네 클레망감독의 이번 태양은 가득히의 마지막 장면도 보통의 범죄 영화에 있어서의 전형이라 할수 있는 완전범죄의 발각과 이로 인한 통쾌감 같은것과는 거리가 먼 무언지 모를 묘한 아쉬움과 처연한 감정이 우리의 뇌리를 떠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영화 내내 관객의 눈길을 사로 잡는 범죄자 알란들롱의 빼어나 용모와 우수어린 표정연기 그리고 니노로타의 서글픈 주제곡 선율의 여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 요즘은 지상파 방송에서는 주말의 명화 시간에도 옛날 고전 명작영화는 거의 방송을 안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는 우리가 잘 안보는 정책방송 KTV에서 주말 새벽 시간에 60년대의 흑백방화 한 편을 상영했습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최은희의 젊은 시절 영화인데 그녀의 기구한 삶의 선입견 때문일까요. 영화의 결말도 그렇고 그녀의 슬픈 얼굴과 절제되고 조신한 몸가짐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애처로운 감정을 갖게 했습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다들 열심히 일하고 골프치고 등산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겠지만 때때로 이런 고전영화에 잠시동안이나마 심취하여 보다 원숙해진 안목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그리하면 마음이 순화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그 고단함을 어느정도 잊을수가 있게 됩니다. 그럼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안녕.
첫댓글 '태양은 가득히' 주제곡이 대단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필체를 위조하기 위해 화면을 확대하여
연습하는 장면, 압권이었어요. 최낙문 선생, 오랜만이네여 ㅋㅋㅋ
태양은 말하나요
- 나처럼 뜨거운 사랑을 나처럼 밝은 지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