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어느날 영국 런던의 이른바 대영박물관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는 영국에는 어떤 문화재가 있었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그 유명한 세익스피어가 있었고 화가로는 윌리엄 터너도 존재하고 과학자로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아낸 아이작 뉴턴도 있었기에 말이죠. 굉장한 기대를 가지고 찾아간 대영박물관에는 그러나 실제로 영국의 문화재는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영박물관에 있는 유일한 영국제품은 입구에 서 있는 경비원뿐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그 많은 문화재는 어떻게 영국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인가요. 그것은 바로 도둑질해 온 것입니다. 강탈한 것입니다. 그냥 빼앗아오고 뜯어온 문화재들입니다.
대영박물관이 세계에 크게 이름을 알린 것은 바로 엘긴 마블이라고 합니다. 엘긴의 대리석이지요. 엘긴 마블은 원래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 있었던 것들입니다. 당시 대단한 제국을 이루었던 오스만투르크에 주재하고 있던 영국의 대사 토머스 엘긴에 의해서입니다. 당시 오스만투르크는 그리스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영국의 대사였으니 자유롭게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구경할 수 있었겠죠.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던 엘긴은 흑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파르테논 신전에 조각된 작품들을 자신의 나라인 영국으로 가져갈 방안을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파르테논 신전에 조각된 작품들을 뜯기 시작합니다. 영국 정부의 도움으로 영국 군함까지 동원된 문화재 강탈 작전으로 파르테논 신전의 상당수의 대리석 문화재는 영국으로 옮겨집니다.엘긴은 자신의 집에 보관하다가 영국 정부에 넘겼습니다. 물론 그냥은 아니었겠죠. 지금도 그 엘긴의 이름은 후대에 널리 전해집니다. 더러운 이름으로 말이죠. 희대의 문화재 약탈범이자 세계 도굴사에 영원히 남는 그런 인물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타국의 국보급 문화재를 약탈해 마치 자신의 것인양 우쭐되는 무리 그리고 그런 세력들의 야만적 약탈행위를 가리켜 엘기니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세계사에서 못된 짓이 들통나거나 후대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항상 등장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이지요. 영국은 한때 세계 50개국을 식민지화했습니다. 영국이 점령한 나라에서 국보급 문화재가 털리는 것은 일반화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영국이 저지른 문화재 강탈 즉 엘기니즘은 이루 언급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식민 제국들이 행한 국보급 문화재 강탈은 비단 영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프랑스 크리스티 경매에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유품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쥐와 토끼의 조각품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편전쟁이 끝나기 직전 청나라 수도 베이징까지 공격했던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청 황제 별장에서 청동 12지 동물조각을 훔쳐갔는데 회수하지 못한 것 가운데 2개였습니다.
한반도를 식민지화했던 일본의 문화재 약탈도 실로 엄청났습니다. 지금도 한국정부가 반환을 요청하지만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국보급 문화재가 상당하지요. 대표적인 것이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가져간 1천여점의 문화재입니다. 지금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다지요. 지금 전세계 강대국 즉 세계에 식민지를 두었던 나라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일본 등에 있는 박물관은 그야말로 약탈품 전시장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들의 후손들에게 너희의 선조들은 이렇게 국제적인 도굴꾼들과 문화재 약탈범이었다고 자랑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영국의 엘긴을 비롯해 문화재 약탈범들은 말합니다. 파괴되고 부셔져 없어질 위기에 처한 물품을 잘 가져다 보관해주는 것을 감사해야 할 판에 오히려 내놓으라고 앙탈을 부린다고 말이죠. 당시 자신들이 그 문화재의 진가를 알아 보관하지 않았으면 불에 타거나 훼손되었을 것이라 강변합니다.
하긴 그들이 식민지로 삼았던 곳들의 백성들은 많이 배우지 못하고 자국의 문화재의 소중함을 미리 깨우치지 못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물건도 아닌데 제대로 보관되지 못한다는 핑게를 대고 훔쳐가고 아주 싼 가격에 후려쳐서 가져가는 것은 엄청난 범법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가난한 동네를 돌아다니다 쓸만한 물건이 보이면 뜯어가거나 속여서 아주 헐값에 가져가는 행위가 약탈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형법에 점유물 이탈 횡령죄라는 것이 있습니다. 길에 떨어진 팔찌를 가볍게 생각하고 주워갔을 경우입니다. 알고 보니 그 팔찌는 고가의 물품이었습니다. 그냥 떨어진 물품을 주워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졸지에 점유물 이탈 횡령죄로 입건되었다고 합니다. 그냥 떨어진 것을 별 생각없이 주워 보관할 경우에도 주인이 알고 고소를 하게되면 영락없이 점유물 이탈 횡령죄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물건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점유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재물을 불법으로 차지하고 가지게 되면 바로 이 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홍수때 강물에 떠내려온 냉장고나 소를 건져내 집에 보관하고 있어도 바로 이 죄가 성립됩니다.
지금 전세계에서 타국의 문화재를 약탈해 전시하고 있는 사람과 나라는 모두 바로 이 점유물 이탈 횡령죄에 해당합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일본에서 보란 듯이 전시되어 있는 타국의 문화재는 모두 점유물 이탈 횡령죄에 연류된 문화재들입니다. 그들 나라는 모두 선진국이니 법제도도 잘 발달되고 정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 나라에서는 철저하게 법을 지키는 인물들이 타국의 물품에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마구 약탈하고 도둑질해 갔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립니다.
그리스 정부는 영국에게 파르테논 신전의 문화재를 반환하라고 끈질기게 요청하지만 영국은 들은채도 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도 일본에 대해 문화재를 반환하라고 주장하지만 일본은 나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강대국들도 모두 한결같이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재를 찾아올 방법은 유일합니다. 해당 국민들이 돈을 많이 모아 거액을 주고서라도 사오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그 강대국들이 행한 방법처럼 군사력을 동원해 처들어가서 가져 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가지 방법 모두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팔지도 않을 것이고 그 강대국들을 어떻게 쳐들어간단 말입니까. 괴롭고 슬프지만 분노를 삭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문화재를 강탈당하지 않기 위해 국민들이 단합하고 국력을 키우고 군사력을 증강해 나라와 문화재를 지킬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보입니다. 대단히 슬프게도 말이죠.
2024년 1월 1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