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는 모르모트(marmotte)란 기니피그(guinea pig)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돼 있다.
보통 실험에 쓰이는 동물이나 사람을 비하하는 단어이다. 동물 모르모트가 실험용으로 자주 쓰인다는 점에서 기인한 듯하다.
기니피그라고 한다면 종 자체나 반려동물 정도의 느낌이 강한 것에 비해 모르모트는 실험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말은 일본에서 주로 쓰이는 명칭인데, 과거 네덜란드에서 기니피그를 마멋(marmot)으로 착각하여 '마르모트'로 부르던 것이 일본어에 전파되면서
'모르모트'로 와전된 것으로 일제강점기때부터 우리말에도 전파되었지만 여전히 정식 단어는 아니다.
얼마전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 벽에 붙은 광고를 보고 척추협착증 연구대상자(모르모트?)로 신청을 했었는데 며칠 후 연락이 와서
양산 부산대캠퍼스에 있는 한방병원으로 찾아갔다. 혈액검사를 해 보고 합격여부를 통보해 주겠다고 하였다.
혈액검사 결과는 몇시간 후면 나올 것인데 이틀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모르모트가 되기도 쉽지 않구나 하고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엊그제 진주 조부모 산소와 부모님 산소 벌초를 하고 돌아오는 도중 프로젝트 담당 간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혈액검사결과를 보고 심의한 결과 연구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었다. 조상이 돌본 탓인지도 모르지만 선정됐다니 기분이 좋았다.
요즘이야 애완용으로 곤충이나 여러가지 동물들을 키우지만 예전에는 사람들도 먹을 것이 모자랐으므로 가축 외엔 키우는 동물이 없었다. 시골에서는 소나 돼지 외에는 똥개외 토끼 닭 정도였다. 소는 논밭을 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었고, 돼지는 큰 일을 치루는데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
우리가 영국에 잠시 거주할 때 아이들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유럽여행을 떠났다. 스위스 어느 재를 넘을 때 농가에서 마멋을 기르고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토끼처럼 생겼는데 처음 보는 동물이었다. 이름을 물어보니 마멋(marmot)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긴다. 200여년 만에 기대수명이 두 배로 뛸 수 있었던 데는 쥐의 공이 크단다. 동물실험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쥐의 ‘희생’ 덕분에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 치료 연구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귀한 곡식을 축낸다며 한때 박멸의 대상이기도 했던 쥐에게 지금은 인류가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실험용 쥐(mormotte)는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일단 국내 동물실험의 95%를 쥐가 차지하고 있다. 비만·노화·암 등 질환 관련 유전자를 삽입 혹은 변형해 인위적으로 질환이 걸린 쥐를 모델로 신약의 안정성 및 효능이 검증된다. 돼지와 원숭이 등 다양한 실험동물 가운데서도 쥐가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생체구조가 인간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험용 쥐 연구에 30년이상을 보낸 연세대 실험동물연구센터의 이 한웅교수는 “쥐는 장기·조직·세포에서 사람과 95% 이상 동일하다”며 “돼지는 제일 작은 게 40~60㎏인 반면 쥐는 30g에 불과해 사육공간·비용에서도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쥐는 임신 기간이 한 달가량밖에 되지 않아 짧은 시간 동안 세대를 관찰하고 노화를 연구하기에도 적합하다. 그래서 다단계 사기꾼을 네즈미 구미라고도 한다.
일반 실험용 쥐는 1만원 가량 하지만 유전자 조작이 이뤄진 쥐는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쥐나 면역 결핍된 쥐는 몸값이 더 높다. 신약개발의 기본 토대가 되는 실험용 쥐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