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라 천둥 / 장석원
몸버리고
떠난그사람
염하는데
그몸두고
차갑게우는
꽃의 봄
火木의재
묻은구름
피네나의피네
피네피네하늘에
불꽃
꽃내
묻은그몸
훨 훨 날아가네
ㅡ 시집 『유루 무루』 ((파란, 2021.08)
* 장석원 시인
1969년 충북 청주 출생, 고려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
시집 〈아나키스트〉 〈태양의 연대기〉 〈역진화의 시작〉 〈리듬〉 〈유루 무루〉
산문집 〈우리 결코, 음악이 되자〉 〈미스틱〉 등.
2008년 <현대시학> 작품상, 2010년 <통영문학상> 수상
현재 광운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천둥이란 번개가 칠 때 발생하는 소리를 말하고, 번개란 대기 중에 고전류의 전기를 방전하는 것을 말한다. 구름 내부를 살펴보면 물 입자와 얼음 입자가 있고, 이 입자들이 서로 마찰을 일으켜 전하를 띠게 된다. 물은 음전하(-)가 되고, 얼음 입자는 양전하(+)가 된다. 물은 얼음보다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구름의 하부로 이동하고, 얼음은 물보다 비중이 작기 때문에 구름의 상부로 이동한다. 구름 상부는 양전하(+)를 띠게 되고, 구름하부는 음전하(-)를 띠게 된다. 따라서 구름 하부에 음전하가 쌓이다 보면 대지와 구름 사이에 전위차가 커져 공기의 절연을 파괴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이때에, 갑자기, 순간적으로 방전이 일어나면서 무서운 빛과 열이 발생하는 데 이것을 번개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천둥이란 번개가 칠 때, 즉, 무서운 빛과 열이 발생할 때, 이 발생하는 열에 의해 주변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가열되고, 이 가열된 공기가 충격파를 만들며 이로 인해 천둥 소리가 발생한다. 가령 빛이 번쩍하고 10초 후에 천둥소리가 들렸다고 하면, 빛의 속도는 30만km이고, 음속은 340m이기 때문에,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3,400m 지점에서 번개가 쳤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번개는 꽝 하고 단발적인 천둥소리를 내는 반면, 먼곳에서 발생한 번개는 수많은 산과 공기와 지형 등에 반사되기 때문에, 우르르 꽝꽝 연속적인 폭발음을 내게 된다.
장석원 시인의 [울어라 천둥]은 자연의 천둥이 아니라, “몸버리고/ 떠난그사람”에 대한 슬픔의 천둥이자 통곡의 천둥이라고 할 수가 있다. 자연사도 있고, 돌연사도 있다. 의문의 죽음도 있고, 요절이나 비명횡사의 죽음도 있다. 자연사란 천수를 다하고 때맞추어 간 죽음을 말하고, 돌연사란 너무나도 뜻밖에 일어난 죽음을 말한다. 의문사란 자연의 순리가 아닌 자살이나 타살 등의 죽음을 말하고, 요절이나 비명횡사는 수많은 질병이나 이 세상의 삶의 압력에 의한 너무나도 안타깝고 서러운 죽음을 말한다. 장석원 시인의 “몸버리고/ 떠난그사람/ 염하는데// 그몸두고/ 차갑게우는/ 꽃의 봄”의 시구들을 유추해보면 그 사람은 요절이나 비명횡사해간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몸 버리고 떠난 그 사람은 자살을 뜻할 수도 있고, 이 세상에다가 몸을 버리고 하늘로 승천한 사람을 뜻할 수도 있다.
화장터의 염습의 시간----. 화목火木의 재가 구름으로 피어나고, “나의 피”가 하늘의 불꽃(노을)이 되고, 그의 불타는 몸은 훨훨훨 하늘 나라로 날아간다. 때이른 죽음이나 너무나도 안타까운 죽음은 슬픔이 되고, 슬픔은 번개-불꽃이 된다. 번개-불꽃은 울음과 통곡이 되고, 울음과 통곡은 천지개벽적인 폭우가 된다. 그 사람의 몸은 화목의 재가 될 때까지 이글이글 타오르고, 차갑게 우는 꽃의 봄은 물이 된다. 이 따뜻한 구름과 차가운 구름이 맞부딪쳐 천둥 번개가 되고, 이 세상은 [울어라 천둥]의 세계가 된다.
“火木의재/ 묻은구름/ 피네나의피네/ 피네피네하늘에/ 불꽃/ 꽃내/ 묻은그몸/ 훨 훨날아가네.”
요절과 비명횡사는 슬픔이며, 슬픔은 번개이고 불꽃이며, 따라서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장중한 천둥소리가 들려오게 된다.
나는 너희들에게 장석원 시인의 [울어라 천둥]을 들려주고자 한다.
우는 천둥은 그 사람이고 시인이며, 우는 천둥은 꽃의 봄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장중한 울음의 대폭발 소리이기도 한 것이다.
- 반경환 (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