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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충 10경기 정도 돌아보면 팀의 전력이 나온다고 하지요. 하지만 올해 한화는 10경기를 돌려고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전력이 모두 파악이 되지 않은 듯 합니다. 선수들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고, 감독님도 정확하게 선수들의 성향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좌충우돌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 거죠. 이 이야기를 계속 하게 되네요. 그러는 와중에도 타석에 대한 성향 파악은 대충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비수에 대한 견적도 나온거죠. 투수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성향 파악하는데만 해도 갈 길이 멀다는 뜻입니다.
어제 경기에서 2이닝을 마친 후 마일영 선수와 허유강 선수가 몸을 푸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초반에 쉽게 이길 경기라고 생각하신 듯 했습니다. 1~2점만 점수를 더 낸다면, 6회가 지난 후 허유강 선수와 마일영 선수가 투입되어 기량을 점검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말 그대로 기량을 점검하고, 실전의 긴장감 속에서 한구 한구 정성을 다 해 공을 던지는 연습을 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모건 선수의 도루 실패(그때 감독님 표정이 일그러졌지요. 뭔가 사인미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와 수비수들의 실책으로 인해 1점을 추격당하고, 필승조가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결국 불펜에서 몸을 푼 마일영 선수는 투입되지 못했지만, 허유강 선수는 9회에 등판하여 본인의 기량을 충분히 증명하고 돌아갔습니다.
또 한 명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불펜에서 자기 기량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허유강 선수입니다. 지난 마산에서 NC와 경기 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기뻤는데, 어제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원포인트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내려갔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대훈 선수와 허유강 선수 중 허유강 선수가 먼저 1군에서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정대훈 선수는 주자가 출루해 있는 긴장감 도는 상황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던데요. 빨리 약점을 극복하고, 불펜의 경쟁을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해 한화 마운드를 지킨 안정진 트리오 중, 윤규진 선수가 가장 김성근 감독님 스타일에 빨리 적응하여 클로저로써 안착한 것 같습니다. 혹사는 마운드가 무너졌을 때 발생합니다. 지난 해 한화 마운드 처럼 말입니다. 중무리로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닥치는대로 오가며 공을 던져야 했던 안정진 트리오가 계투와 마무리에서 자기 해야 할 몫 만큼만 해줄 때 어떤 위력을 보여줄지. 이를 제일 처음 증명한 것이 윤규진 선수였다는 것입니다. 피로한 몸을 이끌고 긴 이닝을 던져야 할 때 호흡과, 단발 싸움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이기고 공을 던져야 할 때 위력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안영명 선수와 박정진 선수도 이런 분업화된 불펜 운영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투구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나 아쉬움은 권혁 선수였습니다.
권혁 선수의 홈런은 분명 연투의 피로감 때문이 맞을 겁니다. 이제 1주일이 지나면, 권혁 선수가 지금과 같은 연투로 피로감을 견뎌야 할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선수와 감독이 서로에게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분명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일영 선수와 같이 아직 제 역량을 증명하지 못한 선수들도 원포인트로 자신들의 위치를 증명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어제 경기는 아쉬웠습니다. 권혁 선수가 덕아웃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래도 그런 독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한화에는요. 승부처에서 상대를 씹어먹을 듯한 기운. 절대 지지 않겠다는, 내가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 말입니다. 윤규진, 권혁 선수의 호투가 주는 자신감은 분명 다른 투수들에게 번져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제 권혁선수가 느낀 분함은, 분명 우리의 마운드를 더욱 강하게 만드리라 확신합니다.
선발진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지난 경기에 초반에는 좀 불안했지만, 4이닝이 지나면서부터 급속도로 안정되기 시작했던 유먼입니다. 이제 한 경기만 더 안정적으로 공을 던져준다면, 우리 한화가 그토록 원했던 선발 원투 펀치를 완성되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배영수는 배영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FA 선수 중에 한화에서 가장 화려하게 비상하길 원하는 선수가 바로 배영수 선수입니다. 그가 김성근 감독님의 지도 아래 전성기 때 기량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송은범 선수는 아직 들쑥날쑥 하지만, 김성근 감독님만 갖고 있다는 송은범 사용서를 믿구요. 지금 송은범 선수의 페이스는 나쁘지 않습니다. WHIP이 1.13으로 전체 투수중 7위에 해당하는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태양과 유창식 선수. 비록 지금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인해 짧은 로테이션으로 무리를 하고 있지만, 우리의 투수력은 강합니다. 전체 방어율은 6위를 마크하고 있지만, 4월이 지나 로테이션이 안정되기 시작하면 성적이 보다 올라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유창식 선수의 3일 휴식 후 등판은 야구에서 보지 않길 바라는 장면입니다. 감독님이 유창식 선수를 경기에 올려가며 키우려는 생각도 알겠고, 유창식 선수가 LG에 강하기 때문에 올린 것도 알겠고, 그리고 어제 송은범 선수가 마무리를 뛰는 바람에 로테이션 상 유창식 선수 차례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초반 전력투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 생겨난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3일 휴식 후 등판이 선수들에게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팀을 사랑하는 팬 입장에서는, 그리고 앞으로 우리 마운드를 책임질 유망주에게 이런 무리한 등판의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달갑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글이 길어졌지만, 이제 야수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네요. 몇일 단위로 로테이션이 돌아가야 하는 투수들에 비해 타자들의 기량에 대한 파악은 이미 마치신 것 같습니다. 다만 감독님 특유의 스타일인 적시 적소에 타자들을 배치하는 상대 맞춤형 엔트리를 구성하기에 지나치게 뎁스가 얇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인성 선수의 공백이 점점 가시화 되고 있습니다. 한 때 우리 게시판에도 정준모 선수를 대신해 지성준 선수를 사용하자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지만, 둘 다 정답이 아닙니다. 넥센과 이루어진 트레이드는, 사실 굉장히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양훈선수가 한화에서 기량이 만개하길 바라는 팬심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저는 지금 상황에서 선수들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무의미하고, 또 한 편에선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투수진 처럼 아직 파악되지 않은 미완의 전력이 있다면, 열심히 파악해서 최상의 전력을 재구성할 수 있겟지만. 야수의 경우 조인성, 정근우, 한상훈 선수처럼 부상에서 돌아올 선수를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의 기량 파악은 대충 마쳤다고 봅니다. 시즌 중에 계속해서 특타나 수비 훈련으로 기량향상을 도모하겠지만,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는 분명 트레이드라는 형식이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김성근 감독님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트레이드를 한 것 같습니다. 두 선수의 유입이 우리 야수 엔트리를 얼마나 풍요롭게 할 지에 대해서는 조금 시간을 갖고 분석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비관적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현재 우리 한화의 팀타율은 0.261로 전체 5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출루율은 0.370으로 4위에 랭크되어 있구요. 중요한 건 장타율인데, OPS가 KT 다음으로 낮은 9위인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공격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이용규 선수가 테이블 세터로써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고, 작년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김경언 선수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김태균 선수는 아직 몸이 덜 올라온 듯, 볼4 출루가 많지만 김태균 걱정은 한화에서 제일 바보 같은 짓이긴 합니다. 최진행 선수도 마무리 때 OPS 성적은 늘 상위를 찍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팀의 장타율 부재가 일시적인 컨디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곧 다시 흐름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구요. 김회성 선수도 부상을 입기 전 멀티히트를 치면서, 부진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더랬습니다. 저는 김회성 선수를 더 믿고 싶습니다.
타석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저는 득점상황에서의 집중력이 아닐까 합니다. 득점 상황에서 선수들이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멘탈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투수들의 경우 점점 한 점 차이, 공 하나 차이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권혁, 윤규진 선수가 먼저 치고 나가고, 다른 선수들도 자신들에게 기회는 공하나 승부인 상황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서슬이 퍼런 칼을 품에 품고 있는 긴장감 같은 것을 갖고 있어야 하죠. 타선에서 아쉬움은 이런 멘탈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돋보이는 이용규 선수의 독기가 저는 인상적이었습니다.
투수진에서는 우승경험이 있는 배영수 선수, 송은범 선수, 권혁 선수 등이 이런 긴장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타선 쪽은 현재 엔트리에 이용규 선수가 국가대표를 경험한 것 말고는, 김성근 감독님이 단기전 식으로 풀어가는 경기의 집중력을 따라오는 선수가 아직 없어보인다는게 문제인 듯 했습니다. 정범모 선수가 자꾸 아슬아슬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정근우 선수의 합류나 조인성 선수와 같은 베테랑의 활약이 중요한 것이 이런 승리의 유전자를 이식해야 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넥센에서 트레이드 된 두 명의 선수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도 이런 면모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8경기를 꼼꼼히 따져보며 제가 내린 결론은, 우리는 이미 강팀이라는 겁니다. 올해는 가을 야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전력이라 믿고, 내년에는 우승권을 다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팬심이 강하게 발동한 것이긴 하지만, 근거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다만, 초반에 컨디션이 맞지 않은 부분, 감독과 선수가 서로에게 적응해야 하는 시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을 성적의 난조를 겪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다만, 유창식 앞서 이야기했듯. 유창식 선수의 3일 휴식 후 등판 같은 상황은. 가능하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탈보트 선수의 4일 휴식 후 등판은 메이저리그나 일본에서도 낯설지 않은 장면이기 때문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권혁 선수의 연투도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선수가 갖는 딜레마 비슷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3일 휴식 후 등판은 아무리 팬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긍이 잘 되지 않네요. 선수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져도 괜찮으니, 몸 상하지 않고. 초반을 무사히 넘기길 한 번 더 바라게 되는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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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발이 좋아졌지만 이닝이터 부족
불펜은 필승조빼고는 약함
마무리는 굿
공격은 장타력 심각
수비는 나아진거죠 작년엔 더 개판
장타율과 득타율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표는 5강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수비는 DER과 실책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죠. 마무리는 윤규진이 1위구요.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진 않지만, 서서히 실제 기량과 성적이 수렴하여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타작 정도는 할 수 있는 기량이라 생각하긴 합니다.
@나키 매번 이기면 좋겠지만 김태균, 윤규진이 부상 부진으로 빠질때 대체자원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을 기다립니다. 야구 한두해 볼게 아니니까요~
@jajooho 조인성, 정근우, 배영수, 이태양이 빠진 지금이 바로 그 대체자원으로 성적을 내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대체자원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갈 길이 머니. 저는 한 걸음씩 응원하고 싶군요.
정성이 있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날카로운 분석이 칼럼리스트로 활동하셔도 될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쨌든 희망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것 저것 끄적이게 되네요.
스토리 전개가 좋은 글 같습니다. 자주 써 주세요^^
@빙그레이글즈 종종 뵙겟습니다.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음.. 팬은 선수들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너무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좀 감싸고 싶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 참 외롭고 즐겁고 그러네요~ ㅡㅜ
분석력이 대단하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
다른 팀 팬들이 보면 참 이상한 분석이라고 이야기할 것 같지만, 감사해요. ^^
야~~ 한화에 대단한 분석가가 또 계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
오직 팬심으로 가득한 글에서 대단한 분석을 읽으시니, dsshin님도 대단한 한화 팬이신 것 같으네요. 반갑고 감사합니다. ㅎㅎ
선수들이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는듯 보이네요. 아무리 144게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게임 한게임 마지막 게임인듯 집중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몇년동안 어쩌구니없이 허무하고 무기력하게 지는 게임을 하도 많이 봐서 저는 승패와 관계없이 현재의 경기운영이 맘이 듭니다. 투수혹사 등 여러가지 우려가 있지만 '신'이라고 불리는 감독님이 잘 관리해줄거라고 믿습니다.
너무 열심히 해주고 있어서 마음이 애잔합니다. 김회성 선수가 맨손으로 강한 타구를 막을 때, 정말 뜨끔하더군요. 그 만큼 절실한 건데 말이죠. 아직 혹사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저는 좋은 감독은 선수를 지킬 줄 아는 감독이라 생각합니다. 김성근 감독님의 부상자 관리가 좋으면서도, 이런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운영에는 조마조마할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2) ^^
우리 카페 자주 오는 이유도 이런 주옥 같은 글을 보기 위해서지요.. 좋은 분석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음.. 저는 팬까페가 좋은게, 마음 껏 팬질을 해도 뭐라할 사람이 없어서 참 좋습니다. 자주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고의 글입니다~~ 님 최소 하버드 한화학과 박사 출신이시군요~
헉~ 너무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정독했습니다. 정말 좋은글입니다.회원가입한지 얼마안됬는데 우리카페엔 전문가수준의 야구지식과 통찰력을 가지신분들이 참많아서 많이 배웁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저도 감독님 야구 보면서 참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함께 대화나누며 정보도 많이 나누고 그러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키님 글 기다리고 있었어요. ^^ 오늘도 잘 읽고 웃으며 야구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 봤어요~
뚱찌님, 너무 띄워주시네요. ^^ 저와 야구 보는 스타일이 좀 비슷하신 것 같더군요. 오늘도 웃는 날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