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고등학교는 교정에 김춘수 시인의 시 <꽃>과 제자 천상병 시인의 ,피리>가 새겨진 시비를 지난 8월 25일
제막식과 함께 공개했다.
김춘수 (1922~2004) 시인은 마산공립중학교 (마산고등학교)에서 제자 천상병 (1930~1993)이 5학년 (고교2학년) 때
담임교사로 만나게 된다. 김춘수의 시 <꽃>은 6.25 전쟁 중 마산고등학교 교사가 부상병 수용병원으로 징발 당하고
천막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 누군가의 책상에 놓인 유리컵에 담긴 꽃 한 송이를 보고 섬광처럼 시상이 떠올라 지었다고 한다.
천상병의 시 <피리.>는 어느 날 수업을 마친 천상병이 자신의 시 습작 노트를 담임선생에게 건냈는데 여기에 <피리>
<강물> 등이 있었던 것이다. 김춘수는 이 시들을 청마 유치환에게 보냈고 청마가 1952년 <문예>지에 추천하여 천상병을
시인으로 만들었다. 서울상대로 진학한 천상병은 부귀영화를 뿌리치고 숱한 기담을 남기며 괴짜? 시인이 되었다.
나는 천상병 시인이 1986년 부산 에덴공원에서 시화전을 할 때 방문하여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 라는
제목의 시집을 구입하며 친필 서명을 받았다. 이때 선생이 좋아하는 막걸리 한통을 대접하며 마산고 후배라고 했더니
옆에서 시중들고 있던 목순옥 여사를 불러 "자랑스러운 후배이니 막걸리 한잔 따라드려라!"고 호령해 몸 둘 바를 몰랐다.
그 후 천상병 부부는 월간조선 인터뷰 때 (1992년 봄?) 부부동반 마지막 봄소풍으로 벚꽃 만발한 마산고 교정을 거닐고 가셨다.
마산고등학교 총동창회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 가운데 하나인 <꽃>이 탄생한 곳이며 스승 김춘수의 지도를 받아
한국 대표 시인으로 꼽히는 천상병 시인을 배출한 문학사의 현장을 재조명한다는 취지로 시비를 세우고 제막식을 가졌다고 한다.
이상 - < 문학人신문> 제 48호 2023, 9, 16일 -에서 발췌.
김춘수 시인의 <꽃.은 너무 널리 알려진 시라 생략하고 천상병 시인의 <피리> 와 <강물>을 소개하겠다.
<피리>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달은 가지 않고
달빛은 교교히 바람만 더불고...
벌레소리도
내 마음의 슬픈 가락에 울리어 오는
아! 피리는 어느 곳에 있는가
옛날에는
달 보신다고 다락에선 커다란 잔치
피리부는 樂官이 피리를 불면
고운 宮女들 춤을 추었던
나도 그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볼 수가 없다면은
이밤
그 피리는 어느 곳에 있는가.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