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 정리를 하다가 선인장 가시가 손에 박혔다.
이상하게 선인장 가시는 내가 가까이만 가도
자석에 쇠붙이가 끌리듯 나한테 와서 찌른다.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 마디 부분이 아파서
들여다보니 작은 가시가 박혀 있다.
제일 도수가 높은 돋보기를 쓰고 가는 바늘로
가시를 빼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혹시 가시가 남아있나 싶어 왼손으로
오른 손을 살살 쓰다듬으며 내 손을 보았다.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봐도 잘 못보는
눈만 늙은 게 아니고 손도 많이 늙었다.
내 손도 예뻤던 적이 있었다.
여학교 시절 통학버스에서
내가 한 손은 버스 손잡이를 잡고 그 손을
쳐다보니 참 예쁜 손이었다.
다른 한 손에는 장갑을 들고 있다 흘렸는데
옆에 있던 까까머리 남학생이 몇 날 몇 시에
어디 빵집으로 나오면 주운 장갑을 줄거라 헸다.
그러면서 너는 손이 참 예쁘다는 말을 했다.
그 후 그 장갑을 다시는 낄 수는 없었다.
이젠 그때의 예쁜 손이 아니다.
손가락 마디는 굵어지고
손등엔 푸른 힘줄도 튀어나오고
살갗은 탄력도 없다.
운동한다고 햇빛에 그을리고 틈나는 대로
땅을 만져대니 고운 손은 온데간데 없다.
엄마 손 생각이 났다.
엄마가 50대 초반이었을 때 였을까?
나는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집게를 만들어
엄마손등의 살갗을 집었다 놨다 하면서
"엄마 손을 왜 이래" 하면서 재미있어했다.
엄마는 무심한 듯 늙어서 그렇다고 했는데
그때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도 더 젊은 나이였다.
주민등록이 처음 시작될 때 그것을 하러 가신
우리 엄마는 못하고 왔다 하셨다.
지문이 안 나와서....
어머님의 노래 "손발이 다 닳도록 ~ "
그 노래처럼 엄마의 손은
닳아서 지문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도 엄마는 지나가는 말처럼 하셨지만
내 맘속에는 지금도 그 말이 가시처럼 박혀 있다.
엄마의 손에 금반지라도 끼워 드리고 싶었는데
엄마는 기다려 주지 않으시고 먼 길로 떠나셨다.
오빠가 해주신 엄마손가락에 끼어있던 다른 반지는
내가 고이 간직하고 있다.
엄마 손처럼은 아니어도 내 손도
그동안 많은 일을 했다.
이제 나도 가끔 손마디가 아플 때도 있고
손놀림도 예전보다 많이 둔해졌다.
한동안 내 손을 바라보다가
두 손을 마주대고 손가락을 깍지 껴서
가만히 가슴에 대본다.
그동안 기도 할 때 의례히 마주한 두 손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 손이 다른 한 손에게 따스함을 전해준다.
손아!
그동안 변변치 못한 주인 만나
비록 큰일은 못하고 남긴 일도 없지만
그래도 자잘한 많은 일을 해 줘서 고맙다.
그동안 가꾸어주지도
보살펴 주지도 않아서 미안하다.
그래도 앞으로도 나한테 주어진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날 도와주길 부탁한다.
손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
오늘밤엔
선물 받고도 쓰지 않고 잠자고 있는
핸드크림을 깨워 듬뿍 바르고 자야겠다.
매일 화장품을 얼굴에 정성으로 바르는 것처럼
앞으로는 손에도 늘 그렇게 하리라.
내일아침 눈을 뜨면
보드라운 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와 손을 잡는 날이 온다면
내 손이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첫댓글 울아녜스님 손은 굳이 핸드 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보드라울 것 입니다.
울아녜스님 마음씨가 고우시니 손이야 당연히 따라서 고울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손의 겉 모양새 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답글이 늦어졌네요.
요즘" 손도 많이 늙었구나"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좋게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
더더욱 고운 마음씨로 살아야 겠네요 ㅎㅎ
많이 노력해야 할것 같습니다 .
수피님 말씀이 맞습니다 .
보이지 않는 마음이 곱고 아름다와야 겠지요.
저도 오른손 집게
손가락의 끝부분에
아주 잔가시가 박혔는지 돋보기를 써도
못찾고 있답니다~
꼭 펜을 잡는 부분이어서 엄청 불편하네요~
무뎌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답니다~
간혹 가시가 절로 빠지기도 하더군요.
피부는 가시를 밀어내는 작용도 하는가 보다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
과학적인것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제가 언젠가 게시글에 (길 위에서 )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적이 있는것 같습니다 .
반갑습니다 .
@아녜스 까슬거리며 펜을 잡을
때마다 불편하던 것이
어제부터는 괜찮아져서 살펴봤더니
손가락 안에서 가시가 생을 다했는지 힘을 잃고...
이 것을 바늘로 빼야하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플 것 같아서
그냥 두기로 했답니다~ㅎ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길 이야기)~
오늘도 평안하시길~
어머니에게 잡혀줬던 손
또 누군가를 잡아줬을 손
그 손으로 땅을 헤짚고
또 하많은 눈물도 훔쳤을 손인데
이제 따스한 손이면 되는거지요.
따스한 사람도 만나고요.
석촌님이 주신 댓글이 제가 쓰고 싶었던
소재 였는데 글이 늘어질것 같아서
가볍게 썼습니다 .
댓글이 읽으니 뭉클해지네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예전에도 지금도 손이 영 ~~~
그런데 손은 따뜻해요 겨울에도 장갑안껴도요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
소설 제목으로 괜찮을까요?
저도 손이 늘 따뜻해요 .
긴장할때 빼고는요 .
김선아 님과 제가 손을 잡으면
뜨거워서 불이라도 날까요 ? ㅎㅎ
고운 손을 가지고 싶은 것은
멋을 내는 여성들은 로망이기도 하지요.
엄마의 손이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아녜스님의 마음에서 잊지 못하나 봅니다.
저는 고운 손만이 가치 있는 손이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고운 손보다는 열심히 사는 손이 더
아름다운 손이라 생각합니다 .
엄마시대는 손 가꿀새도 없었지요
특히 제 엄마는 더 그랬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손 이지요 .
그에 비하면 제 손은 부끄러운 손 입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고운손에 관한 단상.
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라서요. 감동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유난히 손이 미워서요.
작고 손에 살도 없고 그래서요 어디가서
손 잘 안내놔요.ㅠㅠ
다 이쁜 나무랑님이 손마저 이쁘면
너무 공평하지 않지요 .ㅎㅎ
제 손도 그렇습니다 .
손가락도 짧고 ..그래서 사람들이 저보고
엄청 부지런 할것이라고 한답니다 .
그런 말이 안 맞을때도 많은데요 ㅎㅎ
잔잔하게 엮어 내리는 듯
오늘 글도 참 좋네요
그러게요 언젠가 어느 이에게 따스하고 부드러운 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칭찬 해 주셔서 고마워요 단풍님
어느 이는 이성이어야 하는것은 아니겠지요?
자주 뵙기를 소망합니다 단풍님 .
추억에 잠겼다가
그리움에 빠졌다가
다 읽고는 제 손을 봅니다.
몽땅하고 두텁고 부분부분 굳은살도 박힌 투박한 손이 보입니다.
그래도 손과 발이 찬 아내와 딸 아들의 손과 발을 녹여줄 수 있는 뜨뜻한 제 손을 좋아합니다. ㅎ
그야말로 마음자리님의 손같은 손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손이라 생각합니다 .
사랑의 손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손이지요.
제 손은 요즘 18개월 된 손자 돌보느라
바쁜 손이 되기도 합니다 .
평온한 밤 되세요 .
잊었던 손에 대한 추억을
찾게 해주셨네요...
어릴 적 할아버지가 집에 오셔서
의자에 앉아 계시면, 그 품에 앉아
할아버지의 쭈글쭈글해진 손등에 난
핏줄을 따라 쓰다듬었지요..
반면에 어릴 적 물사마귀가 잔뜩 낀
내손이었는데, 친구 누나들은 내 손이
남자 손이 어떻게 이렇게 이쁘냐며
서로 손 바꾸자며 쓰다듬어 주었던 기억..
이제는 내 손 역시 할아버지 손처럼
쭈글쭈글 해져있네요..
서글이님의 할아버지처럼
이제는 서글이님께서 손자에게
그런 할아버지가 되시겠네요 ㅎㅎ
저도 언제적에 사마귀도 났던것 같네요.
요즘엔 사마귀 난 손은 없는것 같죠?
좋은 날들 보내시길 ,....
손가락 끝마디가 욱신거려서
퇴행성 관절 약을 먹고 있네요.
마음도 늙고 몸도 늙어서
보잘것 없는데
하느님과 기도 중에 함께하는
영적 신앙은 늙지 않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글이 순수하고 맑아서
참 좋습니다.
관절염이 있으시군요 .
저랑 아주 친한 데레사 자매님도
퇴행성 관절염이라 많이 아파 하세요 .
그래서 보는 제가 많이 안타깝거든요 .
조윤정님이 덜 아프셨으면 좋겠습니다 .
수필방에 오면 늘 생각나는 조윤정님이
평화로운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많이 들은 이야기 입니다만
그저 재미있자고 하는 소리라 생각합니다 .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손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라 생각합니다 .
따님이 그리신 구봉님의 손이지요 .
제 딸들보고 제손을 그리라고 하면 어떤
생각으로 그릴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
작금 올려 주시는 글들이 왜 이리 곱고
서정적인지,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건필 유지 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렇게 말씀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
제가 아는것이 별로 없다보니
제 일상이나 생각 밖엔 쓰지를 못합니다 .
용기를 내서 가끔 글을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