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추석 차례 지낼 음식 준비에 특히 여자들이 바빴지만
요즘은 제사 음식도 돈만 주면 미리 주문을 받아서 맞춰준다고 한다.
시장에 가면 나물, 튀김이나 전을 파는 집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실정이다.
제사도 호텔에서 지내기도 하고 아예 없애 버리고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집에는 아직 기제사와 명절제사를 지내고 있지만 남자가 할 일은 별로 없다.
여느때와 같이 오늘도 5시에 일어나 걷기 운동에 들어갔다. 하루에 2만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아침나절에 반쯤 걸어 놓아야 한다. 아파트 한바퀴가 1500보정도이니 6바퀴는 돌아야 한다.
똑 같은 곳을 연거푸 돌면 실증이 난다. 그래도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일념으로 걷는다.
6바퀴쯤 걷고나면 온 몸에 땀이 약간 배어 난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차례상 준비를 한다. 병풍과 제상을 꺼내고 제기도 꺼내 행주로 닦은 다음 상에 올릴 과일도 손질하고
지방도 써야 한다. 벼루를 꺼내 물을 한줌 붓고 먹으로 갈아서 붓으로 찍어 '현조고부군신위, 현조비유인밀양손씨신위,
현조비유인성주도씨신위,현고학생부군, 현비유인진양정씨신위' 이렇게 다섯분을 모신다.
제사를 모신 다음 멀리서 온 동생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들이 아파트 상가에 있는 커피 전문점에 커피를 사러 갔더니 손님들이 많이 밀려서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한다.
점심식사때가 되기 전에 동생가족들은 인사드리러 갈 데가 있다고 해서 먼저 떠났다.
오후엔 처가집에 들러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예전엔 시골에 있는 산소에 먼저 성묘를 한 다음에 처가 집에 갔으나
멀리있는 처남들이 잠시 왔다가 간다고 하는 바람에 추석날 모이기로 한 것이다. 처갓집에 다녀왔어도 금일 목표인
2만보에 훨씬 못미치는 17000보였다.밤 9시가 넘었지만 아파트 주변을 걸어 20701보로 끝을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