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날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이다.
국회의장이 정면으로 규정을 어겼지만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더블어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의결하는 '초유'의 일을 벌인 데 따른
고육책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정부 동의가 필요한 증액을 포기하고 검찰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등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에 민주당 출신인 우 의장도 쉽게 동의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에서는 '방탄 예산'이라고 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검찰이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정말 그런가.
민주당이 전액 삭감한 검찰 특활비를 보면 정부안에 80억900만원이 반영됐다.
지난해보다 8억원이 늘었으나, 2022.2023년과는 같다.
검찰 직접 인지 사건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증액을 재검토하자는 의견은 나올 수 있다.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게 문재라면 보완책을 찾는게 먼저다.
'쌈짓돈'이 만주당 정부 시절에 없었던 것도 아니다.
마약 수사, 국민생활침해 범죄 수사 등에 사용되는 특활비까지 모두 없앤 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분풀이' '보복'이라는 검찰과 여당 지적이 타당하게 보이는 이유다.
'예결위 논의 내용이 사라진다'며 단독 처리를 변명한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라 11월30일까지 예결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이제까지 논의 내용이 전부 무용지물이 되고
정부의 안이 그대로 본 회의에 올라오게 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 얘기처럼 예산안 자동부의제가 도입된 후 '예결위 의결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적은 없다.
자동부의 조항이 발동하기 전에 예결위에서 예산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어 매번 정부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된것은 아니다.
여야가 예걸위에서 합의했던 사항은 대체로 수정안에 반영됐다.
또 예결위원장, 예결위 여야 간사는 자동부의 후에도 예산안 협의 과정에 참여했다.
법정 처리 시한을 지난다고 해서 예산안 심사가 중단 또는 단절되는 게 아니다.
결국 민주당의 의도는 협상력을 높이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 단독의결은 이대표가 강조했던 '지역 화폐' 예산 등을 충분히 증액하지 않으면 본회의에서도 언제든
야당안을 의결할 수 있다는 실력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애당은 '지금보다 더 많은 감액도 가능하다'며 추가로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피습 사건 이후 정치 복원, 공존 정치 등을 강조해 왔다.
지난주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에도 '이렇게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산안 심사 과정 중 어느 부분에서 이 대표가 강조한 '공존'을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조성진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