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DANA) M1 CZ 자주포
1970년대 후반 개발 차륜형의 원조
GIS 아르타 결합 신출귀몰 전장 누벼
최대 분당 4발 사격 시속 80㎞ 이동
유지보수 손쉽고 획득비용도 저렴
지속적인 개량 통해 치명적 위력 발휘
러시아를 상대로 고도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을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최근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체코에서 지원받은 다나(DANA) 자주포의 빈번한 노출이다. 우크라이나군 포병 화력의 한 축을 담당하며 활약 중인 다나 자주포는 과거 체코슬로바키아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1970년대 후반에 개발이 시작된 세계 최초의 차륜형 자주포다. 특히 현존하는 모든 차륜형 자주포의 원조로 평가받는 다나 자주포는 지속적인 성능 개량과 다양한 파생형 개발로 여전히 치명적인 무기체계로 전쟁에서 활약하고 있다.
구닥다리 무기의 상징?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활약 중인 다나 자주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이후 서방세계와 주변국이 가장 먼저 지원한 무기체계 중 하나다. 정식 명칭은 ‘ShKH vz.77 다나’이며 여기서 ‘ShKH vz.77’은 자주곡사포 모델77을, ‘다나’는 트럭 탑재 자동장전포를 뜻한다.
하지만 체코가 우크라이나에 다나 자주포를 지원할 때만 해도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도움이 된다’와 ‘그렇지 않다’로 극명하게 양분됐다. 먼저 도움이 된다는 견해는 우크라이나군의 기존 러시아제 자주포 무기체계와의 공통성, 즉 152㎜ 포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체코에서 지원받은 다나 자주포를 최소한의 훈련과 기존 보급체계를 활용해 즉시 전투에 투입할 수 있었다. 반대로 실전에 배치된 지 40년 이상 돼 노후화된 다나 자주포와 서방세계가 지원하는 155㎜ 포병 무기체계 및 포탄과의 호환성 등을 예로 들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었다.
단점을 장점으로
전쟁이 3년째 접어든 지금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서방세계가 지원하는 155㎜ 포병 무기체계 및 포탄과의 호환성 문제는 오히려 다나 자주포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155㎜ 포탄은 하루 평균 1만1800발, 한 달 평균 35만6400발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포탄 소모가 정점을 찍은 지난해 6월조차 155㎜ 포탄 소모량은 7000~8000발에 불과했고, 그 규모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024년 2월 기준 미국과 서방세계가 공급할 수 있는 155㎜ 포탄의 최대 규모는 우크라이나군이 고작 하루에 3600발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예측을 초월하는 소모량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세계의 155㎜ 포병 무기체계 및 포탄 지원에 문제가 생겼다. 현재 일진일퇴의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병의 포탄 부족 문제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새로운 변수로 강조될 정도다.
하지만 기존 러시아제 152㎜ 포탄을 사용하는 구소련제 자주포들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같은 종류의 포탄을 사용하는 다나 자주포는 포탄 수급에 여유가 생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152㎜ 포탄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점 또한 다나 자주포가 활약하는 데 힘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배회폭탄(Loitering munition)과 자폭드론, 급조폭발물을 장착한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의 위협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둔중한 러시아제 자주포의 생존 역시 취약해졌다. 그런데 다나 자주포는 차륜형 자주포의 기동성과 ‘우버 포병(Uber for Artillery)’으로 불리는 GIS 아르타(Arta)와의 결합으로 오히려 전선에서 신출귀몰하며 러시아군의 손실을 강요하고 있다.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바뀐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성능
등장 당시만 해도 서방세계 정보기관들은 다나 자주포를 구소련의 위성국가가 개발한 2선급 무기로 평가절하했다. 기존 궤도형 자주포에 비해 우수한 기동성과 손쉬운 유지보수, 저렴한 획득비용 등 분명한 장점이 있었지만 종이장갑 수준의 방호력과 차륜형 차체의 내구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 육군을 중심으로 주요 서방세계 육군 역시 기존 견인포병 전력을 궤도형 자주포로 교체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당시 체코슬로바키아는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나 자주포를 시대를 뛰어넘는 명품 무기로 완성했다. 일단 부족한 장갑(방호력)은 원거리 정밀공격과 신속한 진지 전환으로 극복했다. 기존 자주포와 달리 39구경장 152㎜ 곡사포를 중심으로 포탑을 좌우로 나누고 사격에 필요한 광학·조준장비와 포수, 탄약수를 분리 배치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임무 또한 일반적인 포병화력 지원이 아닌 빠른 연사 능력을 활용한 적 지휘부 타격 및 대포병 공격 등으로 한정했다.
실제로 다나 자주포는 완전 자동장전장치를 활용해 152㎜ 곡사포탄을 최대 분당 4발의 속도로 사격할 수 있고 시속 80㎞로 이동할 수 있다. 사거리는 일반포탄 18㎞, 사거리 연장포탄의 경우 20㎞ 이상이며 60발(자동장전장치 36발, 차체 탄약고 24발)의 152㎜ 포탄을 적재할 수 있다.
다나 M1 CZ 자주포와 개량형 디타
700대(자료에 따라 850대) 이상이 생산된 다나 자주포는 408대가 도입된 체코슬로바키아뿐만 아니라 폴란드(111대), 조지아(체코 보유 47대 수출) 등 동구권 국가와 리비아(120대)에 수출됐으며 특이하게 구소련에도 108대가 역수출됐다. 2017년에는 아제르바이잔이 다나 M1M을 도입했다.
슬로바키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준비하면서 1995년 155㎜ 나토 표준 포탄을 사용하는 ShKH 주자나(Zuzana)를, 1999년엔 신형 사격통제장비를 장착하고 인원을 4명으로 줄인 ShKH 모단(MODAN) vz.77/99 개량형을 개발했다. 현재 주자나 자주포는 그리스와 키프로스가 운용 중이다. 2009년에는 운전석 설계를 바꾸고 52구경장으로 주포를 개량한 주자나2가 개발됐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활약 중인 다나 M1 CZ 자주포는 1989년 체코와 슬로바키아 분리 이후 2011년 체코의 방위산업체 엑스칼리버 아미에서 개발한 최신 개량형이다. 다나 자주포의 활약에 고무된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 초 체코 엑스칼리버 아미에 다나 자주포의 최신 개량형으로 알려진 디타(DIAT) 자주포 8대를 주문했다. 이 계약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네덜란드의 대규모 군사지원 계획의 일부다. 디타 자주포의 특징은 모듈식 설계와 자동화된 장전장치, 최첨단 사격통제장비 장착, L45 주포와 155㎜ 나토 표준 포탄을 활용한 최대 사거리 39㎞의 원거리 정밀교전 능력이다. 엑스칼리버 아미는 디타가 기존 다나보다 월등히 우수한 교전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첨단 기술의 접목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화력을 투사하고 신속한 진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첨단 무기의 등장과 전쟁환경의 변화로 정밀공격 능력과 기동력이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 다나 자주포는 이러한 시대 변화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