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철수 명령을 받고 후퇴하는 가운데 진군하는 소련군을 만납니다. 치열한 전투 중 독일군이 중과부족으로 더 버틸 수 없음을 알고 후퇴 명령을 내립니다. 그 후퇴명령을 들은 상대방 소련군 지휘관이 놀랍니다. 그 말이 바로 자기네 에스토니아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주춤하다가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립니다. 바로 직전 마주친 두 사람이 서로 놀란 가운데 한쪽이 반사적으로 총을 발사합니다. 독일군 쪽의 군인이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집니다. 그의 마지막 눈길이 가슴에 찍힙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진 후입니다. 같은 민족인데 총을 발사한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사고입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그의 신분을 확인해보려 주머니를 살피다가 편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편지를 고이 간직합니다.
소련군 ‘요르기’는 그 독일군 병사 ‘카알’의 편지를 가지고 주둔지로 갑니다. 바로 그곳 근방에 편지 수신자가 거하고 있음을 알고 찾아갑니다. 아마도 찾아가서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려 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부인인 줄 알았는데 오누이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따뜻한 접대와 친절에 도저히 사실을 고백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짧은 시간 함께 지내며 은근히 친밀한 감정을 가집니다. 부대에 돌아왔을 때 소련군 상관이 부릅니다. 주변에서 붉은 군대에 위해가 될 인물들을 잘 조사하여 알려달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면 사귀는 여자와 관계가 잘 이루어지도록 허락해준다고 합니다. 출세도 보장해주겠다고 합니다. 감시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장면 2. 독일군은 전군 철수하고 있습니다. 독일군에 징집되었던 에스토니아 군에게도 자기네 독일로 후퇴할 것을 명령합니다. 그러나 독일로 함께 가려는 에스토니아 병사들은 거의 없습니다. 요르기가 속한 소련군이 진군하면서 독일군 패잔병을 진멸합니다. 한 곳에서 항복하는 패잔병을 만납니다. 다섯 명의 독일군 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모습이 군인답지 않게 앳됩니다. 더구나 같은 에스토니아인입니다. 자원한 것도 아니고 끌려와서 참전한 것인데 후퇴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가기를 거부하고 집에 돌아가려 했습니다. 살려달라고, 집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그 때 소련군 바로 그 부대장이 나타나 요르기에게 명령합니다.
‘요르기, 저들 모두 사살해!’ 아니 애들이잖아요. ‘적에게 들어갔던 녀석들은 필요 없어. 모두 처단해!’ 당황하여 주저하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명령이야!’ 재촉합니다. 못합니다. 그러자 그 즉시 권총을 꺼내 요르기를 사살합니다. 주변 병사들이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나 어찌하지 못합니다. 그러자 소련인 부대장은 다른 상급자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못하면 너도 마찬가지야.’ 하고 총을 겨누려하자 요르기와 가까웠던 동료병사가 부대장에게 총격을 가합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됩니다. 독일군 소년병들에게 독일군복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합니다. 떨고 서있던 소년들이 부랴부랴 옷을 벗어버리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요르기의 동료병사가 요르기 가슴에서 메모장을 꺼냅니다. 병사들과 시신을 잘 매장해줍니다. 그리고 그의 메모장을 가지고 카알의 여동생을 찾아갑니다. 그동안 그는 요르기가 죄책감에 힘들어하는 것을 위로해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요르기는 카알을 죽인 그 죄책감을 쉽게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네 잘못이 아니야. 알잖아. 전쟁이 잘못이지.’ 아무튼 결심과는 다르게 여동생을 만났을 때 고백하지 못한 것도 마음에 아프게 담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 메모장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여자가 묵묵히 요르기의 고백을 읽으며 이야기는 종료됩니다.
에스토니아, 소련에 합병된 후 다시 독일군에게 점령당합니다. 많은 사람이 독일군에 징집되어 참전합니다. 그 후 붉은 군대, 소련군이 다시 점령해 들어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베리아 유형으로 끌려가고 또 쓸만한 사람들이 징집되어 붉은 군대에 들어가 참전합니다. 짐작하는 대로 이 둘 사이에 낀 사람들은 똑같은 나라의 백성입니다. 그러니 서로 자기 백성을 향해 총을 겨누게 됩니다. 한쪽은 파시스트, 다른 한쪽은 공산주의, 서로가 어울릴 수 없는 극과 극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싸움일 뿐 에스토니아와는 상관없는 일이지요. 아무런 상관없는 일에 껴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카알은 독일 총통 히틀러 사진에 경의를 표하지 않습니다. 요르기 또한 소련군 부대장을 마음으로부터 멀리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모두 희생당합니다.
우리 자신도 민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런데 경우가 좀 다릅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이념의 대결로 우리 자신이 서로 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이념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방인들에 의해 나뉘었습니다. 서로 다른 군복을 착용하고 있었기에 적으로 오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는 말을 듣고 보니 한 백성임을 알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서로가 얼마나 원치 않는 살생을 저질렀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아픕니다. 나라의 비극이 백성의 슬픔을 빚어냅니다. 영화 ‘1944’를 보았습니다. 2015년 에스토니아와 핀란드 합작 영화랍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복된 주말입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