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내 아들놈 한테서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
얼마전 직장에서 나와 놀고 있길래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플랭카드를 보고
구청에서 주는 구직활동비를 청구해 보라고 했었다.
나름대로 알아봤던지,
'아부지 우리 3인 가족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내서(4,6,7월 평균 41만원)
구직활동비 지원을 못 받는데요'
라고 보내 왔다.
몇년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나서 각지자체에서 소비촉진을 위한다며 상위10%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
구청에서 지원금을 나눠어 준 적이 있었다.
지원금을 탈 거라고 신분증을 지참하고 주민센터로 갔더니 지원금 대상자인지 아닌지 먼저
선별하는 곳으로 가서 명단을 확인하는데 우리 가족은 제외되어 있었다.
의료보험비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내가 받는 연금에다 처가 받는 월급에서 직장의료보험비를 합하면
40만원이 넘어 해당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주민센터를 돌아 나오면서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허 참 내! 내가 정말로 상위 10%에 해당한다는 것일까?"
"천부당 만부당하다"
일주일에 고기 한 근도 제대로 사 먹지 못하는 주제에 나 자신이 부자라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금은 두 남매의 에미가 된 큰 딸애가 우리집이 광안동 주택에 있을 때 유치원에 다녔다.
또래 끼리 골목에서 놀면서 "누구집이 더 부자인가?' 언쟁이 붙었던 모양이었다.
찬구들한테 우리집이 더 부자라고 자랑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우리집에는 화장실이 3개나 된다는 것이었다. 세를 주고 있는 이증에 하나, 아랫층에 하나, 바깥 별채에 수세식이 아닌
재래식이 하나 도합3개나 되므로 부자라는 것이었다.
아침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으려고 수건을 집어 들었다.
예전에 어릴 때 시골에서는 온 식구가 무명천으로 된 수건 하나를 놓고 온 식구들이 함께 썼다.
그 때에 비하면 화장실 타올박스에 깨끗한 타올이 여러 장 개벼져 쟁여있으니 그때에 비하면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