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시인님 [隨筆]여름산행 만족도 200% 즐기기(8,15-17 제주산행 일기)

[김 경숙]

   
 여름산행 만족도 200% 즐기기
       (제주산행 일기)
       /梅谷堂 김 경숙

 
신갈 승차할 때 분위기로 봐서는
'이제 제주도 다 갔다'했었는데
워낙 산을 갈구하고 제주도로 향한
열망들이 컸던 까닭이었을까, 잠깐
의 가슴 답답함은 2박 3일 제주 산행
의 커다란 쾌거를 안겨다 주었다.

예상 했던대로 주희님과의 만남,
변함없는 산사랑맨님 제주도 산행
인솔에 감사한 마음을 안고 완도를 향하여 달렸다.

두시간 정도를 달려 서산휴게소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끝내고 다시 바쁘게 은하수 차에
승차, 기어이 속을 태우던 에어컨이 말썽을 부리고야 말았다.
서천휴게소에서 에어컨 수리를 위하여 잠시 정차하는 동안 노란 미소로 누군가가 날 부
르는 것 같기에 박꽃인가 하여 달려가 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노란 박꽃이 있으려나 하고...
달려가 보니 박꽃넝쿨은 이미 조롱박을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시들어 가고 있었고, 노란
꽃은 수세미꽃인 듯 하였다. 박꽃을 좀 보고자 했건만 대신 수세미꽃만 봉선화와 함께 
사진 몇장 카메라에 담아왔다.






제주산행 200% 즐기기 작전, 아침의 약간 서운하였던 감정은 예쁜 꽃들 미소에 날려버
리고, 그토록이나 좋아하는 박꽃은 못봤을지언정 조롱박을 주렁주렁 매어달고 누렇게 
시들어 가는 박넝쿨이라도 보았으니 흔쾌히 시 한 수 음미하면서 설레이는 가슴을 진정
시켜 보았다.

 
 
 
박꽃  


빛이 사라진 자리엔
꿈을 꾸며 태양의 시간을 흘려보낸
수많은 별들이
하나 둘씩 쏟아져내려와
푸른 넝쿨 위에 앉아 속살거린다.

달뜬 그믐밤
왕벌의 유혹도 잉태의 꿈도
어둠이라야 자릴 펼 수 있는
수줍은 미색,
초록의 치마자락 속에 
질펀한 정사를 꿈꾸며
여름내 감춰온 속살 드러내어
성급한 온기라도 좋으니
허연 달덩이 같은 갓난 아이 한 번
안아볼 수 있는 그런 사랑 하자고
그늘속에 하얀 꽃잎 마구 뿌려 
이부자릴 편다.

시렁위 보리밥 담아 하루 끼니 잇는
반쪽 말라비틀어진 것이어도 좋고
뒤주 속 연명거리 떠내는 
볼품없는 작은 것이어도 좋으니
바스락이며 마른 꽃잎 부서져 
나뒹굴어도 싫지 않을 삶
달그락 달그락일 때마다 튀어나오는
향기 깊은 삶의 싯귀들을 위한

아랫배 볼록하고 젖가슴 푸른 힘줘
돌담 타고 넝쿨로 번성하더니
구름 한자락 잡아 굴뚝에 연기 피워
수재비 끓이는 가난한 이들의
여린 속살 입맛 돋우어내는 
조롱박으로 여물려

서리 내리기 직전 
퇴색한 꽃잎 떨어진 배꼽마다
꽃으로 피던 마냥 시절을
아픔없이 스스로 아물려 가는
오롯한 생의 마감을 위한
지혜도 지녔음을 알겠더라.(07.07,10)

 



지난해 대표작으로 내놓았던 박꽃시를 음미하면서, 여름내 무언가를 그리워 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 것은 어쩌면 박꽃 때문인지도 모르리라.
언제 부터인가 내 눈 앞에서 귀한 꽃이 되어버린 박꽃, 난 그 꽃을 찾아 이 여름이
다가도록 그리움의 언덕을 넘고 산을 넘는지도 모를 일이다.

꽃에 취하고 박꽃을 그리워 하는 사이 은하수 차있는 곳에서 빨리 오라 손짓을 하기에
박꽃 생각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에어컨 수리가 되었는가 하고 달려가 보았더니만..
.....ㅎ
다른 곳에 문제가 있느냐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다 하고, 차만 굴러서 완도까지 무사히
도착 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줄 것을 간절히 원하면서, 땀 흘리는 것쯤이야 정상을
오를 때 흐르는 것쯤으로 생각 하기로 하고.....
그런데 일행중엔 초등 저학년 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자리를 함께 하였음에도 불구
하고 불만의 소리 한 번 나오지 않고 조용하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늘이 도와 비라도 내려주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7시간의 긴 시간을 어찌 찜
통속에 견디어 내었을 것인지, 모두모두 감사한 일들 뿐이었다. 
대단한 인내심과 제주도를 열망하는 간절한 바램으로 별탈 없이 완도에 2시 30분경 도
착, 준비 되어있는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는 비를 맞으며 겨우 3시 30분발 제주행 카페
리 1호선에 승선, 일단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내일의 산행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배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설레이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어젯밤 아침에 늦을까봐 걱정이 앞서서 였을까, 통 밤잠을
못이뤘던 탓인지 아니면 완도까지 오는 동안의 무더위 때문이었는지 배안의 넓은 공간
을 보니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왔다. 다른 일행들 술한잔 하느니 하면서 밖으로 나
가고들 비어있는 사이 긴 자리 펴고 깊은 잠에 취하였었나 보다.

제주도 다왔으니 일어나라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니 배를 제주항에 대고 있었다.
드디어 제주도에 발을 내려 딛고 사진 한 장 찍어달라 하는 주희님 요청을 받아들여 한 컷 
하고는 부둣가에 대기중인 제주관광버스에 올랐다.




잠깐 달려 구제주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 자리 배정을 받고 준비 되어 있는 식당에서 저
녁 식사를 끝낸 후 휴대폰을 확인 하니 배에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던 지인님의 전화
가 부재중으로 들어와 있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20분 내로 만나러 오겠다는 이야기를 하시기에 대충 준비를 하고 1층으
로 내려가 오래간만에 지인님과 해후를 하고 숙소에서 이탈하여 11시가 넘어서 다시 들
어와 잠자리에 들었다.

16일 아침 4시 기상, 4시 30분에 아침 식사후 5시 30분 성판악을 기점으로 산행이 시작
되었다.




하늘이 우릴 돕는 듯 하였다. 하루 전의 어려운 상황을 잘 인내하여준 보답으로 우리 일
행에게 내리는 보답이리라.
호텔을 나설 때 내리던 빗줄기가 언제그랬느냐는 식으로 시치미를 떼고 줄행랑을 놓아
버린 산행로 입구에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어둠 사이로 하얀 산수국꽃이 촉촉한 미소로
산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듣던 바 대로 길은 평탄한 산책로 수준에서 시작되었다. 발밑은 온통 시커먼 화강암으로
깔려 있고 그리 경사가 급하지 않은.....
비가 내려 습하기는 하였으나 어둠속을 가르며 간간히 불어주는 한 줄기 제주 바람이 감
미로운 새벽의 산행길, 숲의 공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무 밑은 산죽으로 메워져 있고 뭍에서 보던 잎보다는 매끄럽고 고운 모습의 대나무 잎,
바람이라도 좀 있어준다면 사각거리는 저 산죽잎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어 더욱 좋으련
만 조용한 새벽 분위기가 약간은 지루한 감을 안겨주기는 하였으나 종원이를 비록한 몇
몇 아이들 노래소리에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잠시 잊고서 산을 오른다.

해발 1,000미터 되는 곳에서 사진 몇장 지나는 일행들과 함께 나누었다.






가끔씩 흘려주는 샘물에 목을 축이고 길옆으로 고개를 내밀고 미소 짓는 야생화들과 대
화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 노래소리에 흥얼흥얼 따라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산행은 이
어져 갔다.






몇시간을 어렵게 올라 눈앞에 정상이 펼쳐지는 지점에서 뜻하지 않은 아픔이 찾아왔다.
앞서 가던 종원이가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친 듯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울음 소리로 봐서
는 많이 아픈 듯, 뒤쫓아 오르던 아빠의 등에 업히어 진달래대피소까지 가서 콘도라 타
고 엄마와 하산, 얼마후 몇바늘 꿰맸다는 소식과 함께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고 일단은 안심을 하고서 정상을 향하여 산행을 계속하였다.






산행기점 성판악에서 부터 7,3km 지점, 앞으로 2,3Km만 오르면 정상이다. 언제 떴올랐
는지 태양은 등뒤에서 뜨거운 햇살을 내리 퍼붓고, 비가 올까 걱정을 하였던 날씨는 언
제였더냐 싶게 정상위의 구름을 산밑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뜨거운 건 문제가 되지를 않았다.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내려다 볼 생각을 하니 단숨에
뛰어 오르고 싶었으나 이 곳부터는 가파른 바윗길이라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사고로 이
어질 수도 있는 문제가 따를 것 같았기에 한 발 한 발 신중을 기하여 오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정상으로 향할 수록 눈앞에 나타나는 야생화들의 모습, 해발 1,900m 고지대에 자생하는
꽃님들의 얼굴이 궁금하였던 차에 아무리 바쁘다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카메라에 그 
모습들을 담으면서 계단길을 서서히 올랐다.







아고산지대를 이루는 이곳도 야생화의 천국이다. 곰취꽃을 비롯하여 각종 이름 모를 꽃
들이 강한 햇빛을 받으면서 곱게 피어나고 있었다. 늘 가냘프고 여린 모습으로만 보아오
던 꽃들의 모습에서 강한 의지를 엿볼 수가 있어서 더욱 더 애착이 가는 모습들이다.

찌르르 찌르르륵 찌르르르...... 매미 소리로구나. 매미라기 보다는 쓰르라미에 가까운 울
음소리, 해발 1,000m를 넘는 곳에 서식한다는 좀깽깽매미일까 아니면 깽깽봄매미일까.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삭막한 이 곳에 매미 울음 소리라니, 참으로 귀한 소릴 다 들
어보는구나. 땅을 기는 듯한 수목에 서식하고 있는 매미의 모습이 궁금하였다. 바람 막
이 하나 없는 고산 사면지대에 끊일 듯 가냘프게 들려오는 매미 소리에 매료되어 한참
을 서성거려 보나 매미의 모습은 찾을 길 없고......






해발 1,900미터 지점에 올라서니 구름은 거의 밑으로 흘러버리고 새파란 하늘이 우리 일
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햇살은 뜨거우나 시원한 공기가 산을 오르며 흘렸던 땀을 모두 거
두어 가고, 그야말로 기분 만땅의 발걸음으로 정상에 오르니 먼저 오른 산님들은 모두 점
심식사에 여념이 없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한라산 정상의 일기라 하니 백록담부터 내려다 보는 것이 최
우선이었다.
깊은 밑바닥까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모습이 여름내 가물었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해
보이는 듯이 백록담은 배고픈 입을 딱 벌리고 이제나 저제나 허기를 채워줄 빗님을 기다
리고 있는 듯 하였다. 










새벽 5시 반부터 어렵게 오른 정상에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하였다. 어제 집에서 챙겨온
다고 가져온 점심 보따리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빵보따리는 보이질 않
고 배안에서 먹다 남겨놓은 풋사과 한 알만이 뎅그마니 배낭속을 지키고 있었다. 한라산
정상에서 그래도 날 굶겨 보내지 않겠노라고 자릴 지키고 있었던 듯이, 그놈의 빵 보따
리는 어디에다 흘리고 왔는지, 그럴 줄 알았음 복숭아라도 한 개 남겨놓을 것을....ㅎ
아쉬운 마음으로 풋사과 한 톨로 주희님과 점심식사로 반씩 나누고 스닉커즈 반개, 핫도
그 반개로 요기를 하고는 정상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듯 하여 서둘러 앞서 내려가기
로 하고 돌아서려니 영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 것을 이별을 하고서.....그대로 두어시간 더 
머물고 싶은 것을 관음사를 향하여 발길을 놓았다.


한라산 정상에서


차라리 실오라기 하나 걸칠 것 없어
부러운 대상이여,
하늘을 오가는 구름이 양식인냥
동서남북 푸른 물살이 
도포자락인냥 펄럭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강한 햇살에도 우뚝 일어서는 널
바라보며

백록담 바닥에 낮은 물 깔고
허기진다 애걸하지 않는 
그 모습도
군자의 모습이려니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넉넉한 품이
우리네 어머니의 위상이로다

오다가다 지나치는
구름 한자락이
오직 네겐 걸칠 것
비와 구름과 태양
천기에 네 운명 걸고
영험한 신령에 표정 다스리니

국토 모체의 자궁줄에 이르는
안온한 네 모습에
모든 산맥이 줄을 잇는다
최남단 최고봉의 
한라산이여!(08.08,16)


성판악에서 9.6Km를 올랐으니 그 만큼의 거릴 내려가야 오늘 산행이 끝이 날 일이었다.
관음사를 향하여 내리는 길은 정상을 오르는 길과는 사뭇 그 분위기가 달랐기에 또 다시
감탄의 소리가 이어지며 한시라도 바삐 내리고자 애쓰는 산님들의 발목을 잡아 세운다.
정상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리니 주상나무 군락지가 푸른 기를 자랑하며 천상의 정원 모
습으로 우릴 맞아준다.
그냥 스쳐가야 하는 아쉬움을 카메라에 담아두며 산 아래로 아래로 발길을 옮겨갔다.






구상나무 군락지를 빠져나와 정상의 모습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감탄 하고, 뜨거운 
햇살이 무색하리 만치 한라산의 모습에 빠져갔다. 저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주희님은 얼굴이 닳을 정도로 사진을 찍자 한다.




한라산에 오르면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넘실일 줄 알았더니 푸른 물결은 아득히 먼 곳
에 그림자만 드리울 뿐, 한라의 품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이 되었다.
산을 내려오며 눈에 밟히는 것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유독 눈에 뜨이는 산죽
의 부드러운 녹빛과 잎의 광택에 마음이 들뜨고, 이름 모를 나무 열매의 붉게 익은 모
습이 한여름의 열기를 더하며 가슴을 뜨거운 열기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구상나무엔
기생하는 식물도 많이 있어서 특히 나무 밑바닥에서부터 줄기를 감아 올라 한 세월 자
기 세상인냥 누비고 사는 산수국의 염치에 매료되어 한참을 서성이다 사진 몇장으로
그 자릴 뜰 수 있는 구실을 삼고 발길을 산아래로 재촉하였다.






점심도 굶고 산을 내려오건만 배고픔은 안중에도 없다. 집에서 없어 못먹으면 서러워
울 일이나 한라산 산행 만족도 100%를 넘고 있으니 식사 한 끼 거른 것이 문제가 될
일이 없었다. 반대 방향에서 오르는 산님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지나쳐서 꽃 한 송이도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카메라에 담다보니 같이 하던 일행들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모
처럼 만에 홀로 산길을 걷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갈길은 아직 멀기만 하고 마음이 조급하여 지기 시작했다. 2시 까지 산
을 내려가 제주에 사시는 지인님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았으니 토요일 오전 근무
를 끝내시고 날 위해 일정을 잡아놓으셨을 걸 생각하니 아니 그럴 수가 없는 일이었다.

2시간 정도 내려와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약숫물에 목을 축이고 빈병에 식수를 보충하
고 돌아서는데 패랭이 꽃이 가냘프게도 피었길래 한 컷 하고 오름길을 타고 바삐 올
랐다.




약수터에서 올라와 마지막으로 보이는 한라산의 뒷모습을 보며 작별을 고하고서 한
컷 하고..



모처럼 만에 숲길에 들어서 달려보았다. 갔으면 얼마나 갔으랴 싶어 발걸음을 조금 빨
리 옮겨놓다 축축한 나무계단길에서 그만 미끄러져 버렸다. "아이쿠 내 무릎 살려~"
순간 아찔한 생각에 눈물이 찔끔거렸으나 얼마간 주저 앉아 주무른 덕에 진정이 된 듯
일어나 걸어보니 별 이상이 없는 듯 하였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 했으니. 제 아
무리 바쁜 길도 다시 한 번 골라 딛고 내려가기로 결심을 하고서.....

한참을 달려 내려와 앞에 걷고 있는 산사랑맨님과 주희님을 따라 잡았다. 떼 놓고 가
버렸다고 앙탈을 좀 부려봤다. 물론 장난이었지만 두 사람 변명하는 모습이 재미가 있
어서 속으로 한참을 웃었다.

애초에 하산시간 2시였던 것이 3시로 변경이 되었다. 도저히 2시까지는 내려갈 수가
없을 것 같아 대장님이 내리신 용단이었다. 정상에서 1시간여를 소비 하였으니 당연
시간이 모자랄 밖에...... 너무 처지는 일행들은 개별적으로 내려와 호텔로 직행하기로
하고서.....

정상에서부터 3시간 정도를 걸었을까 용진굴을 지나쳐 내려와 탐라계곡대피소에 이르
러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해발 1,000m 고지를 내려와 탐라계곡과 만나면서 물 한 줄기 흐르지 않는 바싹 마른
계곡을 보며 잠시 의아해 하지만 흡수력 높은 화강암들이 물을 흡수하여 지하에 저
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때서야 이해를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탐라계곡에서 다리를 건너 잠시 내려오니 높은 계단길이 앞에 나선다. 목표지점 3Km
를 남겨두고.....



계단을 오르니 앞서 내려간 일행들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몇시간 만
의 만남이다. 모처럼 만에 만나 웃음꽃 한 번 피우다 시간을 보니 2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기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관음사를 향하여 출발....



예전에 석빙고를 대신하였다는 조그만 굴을 지나 내려오다 산죽속에 잠복 근무중인 
완전무장의 군인들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물으니 을지연습 중이란다. "수고하신다"
는 인삿말을 남기고 부지런히 걸어서 관음사주차장에 도착하니 2시 48분, 해수욕장
으로 향하는 은하수팀에서 이탈(離脫)하여 지인님과 합류, 신제주의 어느 일식집에
둘러 신선한 회에 거나한 점심식사 대접 받고 서귀포까지 드라이브겸 관광을 한후
밤 12시 임박하여 호텔로 복귀, 지인님과의 해후가 더없이 귀하고 보람있는 제주 관
광의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마신 칵테일 한 잔이 피로회복제가 되지 않았을까. 아침에 일어나 모두 아픈
다리를 호소해 옴에도 별 탈 없이 걸어지는 내 다리가 참으로 고마울 뿐이었다.

6시 30분, 아침 식사를 끝내고 7시에 마라도로 출발하여 가는 길에 남는 시간을 오-
설록 녹차밭에 둘러 값진 시간을 보내고..








10;00, 모슬포항에서 정기운항여객선을 타고 마라도에 도착,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
읍 가파리에 속하는 섬. 대한민국의 이어도를 제외하고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이다. 
제주도로부터 남쪽으로 약 11km정도 떨어져 있는 면적 0.3㎢ 되는 타원형의 섬이며
주변 일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마라도에서

갈매기 한 마리도 따르지 않는
최남단 자그마한 섬
8월 한창인 무더위 속에
나무 그늘 하나 쉬어갈 자리도 없건만
그래도 마라도가 그리워 사람들은
꾸역꾸역 잘도 몰려든다.

섬을 가라 앉힐 듯
먼 곳으로부터 파란 파도 몰려와
마라도 끝에 하얗게 부서져 솟구칠 때마다
파도에 뒤뚱이는 조각배 처럼
멀미를 불러오는 낮은 언덕의 땅덩이
붉게 타는 태양빛에
동네 어귀 선인장꽃이
노란 빛으로 햇살에 눈부시다.

짜장면 한 그릇에 배불려
먼 추억을 불러오다
한낮 정오미사 시간 알리는 
성당 종소리에 일어설량이면
작은 연못가 고추잠자리, 실잠자리
모두 일어나 기도 하는 섬,

마라도 땅끝 장군바위도
마라분교 잔디 뜨락의 문주란꽃도
동화속 유토피아섬에 잠들다 깨어나는 꿈처럼
모두 평화로운 마라도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마지막 여객선 하얀 물살 길게 일으켜
안녕을 고할 그 시간까지는(08.08,17)

대장님의 배려로 30분 연장하여 2시간 30분의 마라도 관광을 하기로 하고, 대장님
과 주희님 함께 한 바퀴 걸어서 돌량으로 걷고 있자니 2;1동창생 회원님들이 전기
자동차를 대여하여 지나다 멈추어 서며 함께 돌자 하는 바람에 덤으로 얹혀 편한
여행길에 올랐다.



마라분교, 장군바위, 마라도성당, 마라도 기원정사, 태양광 발전소를 구경하며 한
바퀴 돌아 원점에서 짜장면 시켜 맛을 보고, 시간이 남아 다시 동네 한바퀴 돌아서
12시부터 바다를 내려다 보며 12시 30분 여객선을 기다려 배에 올랐다. 





마라도를 떠나며 마지막 마라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그 많은 사람이 여객선 한 척에 다 올라타다니 칠 팔백명은 족히 될 것 같은 인원
이 발 디딜 자리 하나 없이 위 아래로 꽉 들어찼다. 제주도에 닿을 때까지 노래로
시간을 보낸다 하며 선착순 4명을 신청 받는다.
여름산행 만족도 200% 채우기 절호의 기회이다 싶어 두번째로 곡을 신청하였다.
여러 사람 앞에 마이크 잡아본지가 몇년 만인가. 생각 했던 것 만큼이야 되지 않았
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최고의 고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 푸른 바다에 마음껏 목청
을 날려 보냈다. 기회를 놓쳤더라면 두고두고 후회를 했을 뻔했다.
만족도 200%를 채우고도 남을 일이었다.

노래 4곡 신청 받아 부르고 나니 배가 모슬포항에 닿고 있었다. 대기중인 제주광
광버스에 올라타고 남는 시간을 돌공원에 내려 둘러보고 도깨비길을 지나며 신비
의 실험도 하여보고, 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길에 잠시 매점을 둘러 기념품도 산 후
5시 완도행 여객선에 승선, 완도로 향하였다.
8시 30분에 완도 도착, 터미널을 빠져나가니 길옆에 은하수차가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꿈같은 이박 삼일이 지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집에까지 안전하게 돌아가는 일 뿐,
그나마 총무님께서 은하수차를 보내 주시어 얼마나 고맙던지, 완도로 향하던 첫날
처럼 더운 걱정 안하여도 될 것 같았으니 말이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저녁식사도 못한 채 완도에서 8시 40분 출발하여 11시가 넘어
서야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둘러 라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집을 향하여 서
둘러 달렸다.
신갈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빗방울이 굵지 않았기에 신갈에서 내
려 겨우 택시 잡아 타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 48분이었다.

16일의 성판악입구 출발--진달래대피소--백록담정상--용진각--탐라계곡--관음사
하산(8시간)의 한라산 산행도 좋았고, 17일 마라도 관광도 만족스러웠으며 제주에
서의 관광 또한 최고의 알찬 시간들을 보내면서, 이 모두가 내 자신보다는 일행을
생각하는 회원들의 배려 깊은 마음들이 모아졌기에 더욱 더 뜻 깊고 보람 있는 2박 
3일이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보면서, 함께 하여 주셨던 회원님들께 감사의 말
씀 올립니다. 모두모두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다음 산행에서 또 뵙게 되기를 바라
면서.....대장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08.08,17)
 

♬ Mystic Heart(헤아릴 수 없는 당신의 마음)-Asha

[이효경]

부럽당...시인님 옆에 있으면 잘 따라다닐텐데요..ㅎㅎ 몸이 시원찮아서 데리고 다닌다고 해도 어찌 감당하리요...항상 건강하신 모습 뵈니 감사합니다.

[김 경숙]

이 먼 곳까지 내려오셔 댓글을 다셨네요. 고마우이다. 우리 회원님 중에는 세번씩이나 대수술을 받으신 분들도 계시고 지난번 덕유산 산행 때는 60대 아주머니가 지난해 간암수술을 받으셨던 분이 참석을 하셔서 완주를 하시고는 박수를 받으시기도 하셨지요. 이번 한라산 산행 때도 70대 부부가 함께 참석을 하시어 힘들어 하시기는 하셨어도 완주를 하셨지요. 마음 먹어 안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일하던 중 하루씩 쉬는 날 쫓아다니며 눈물을 머금고 숨가뿐 산행길에 올랐던 일이 불과 몇개월 전의 일인데 이제는 무난히 산행길에 한 몫을 하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건강이 안좋으시면 더욱 더 운동이 필요할 듯 하니

[김 경숙]

힘들 것이라고 미리 움츠러들지만 마시고 한 번 과감하게 산행길에 오르셔 봄도 좋을 듯 합니다. 너무 무리하시면 안되시니, 낮은 산부터 두세시간 서서히 산책하는 것처럼 시작을 하시어 차츰 건강 상태를 봐가시면서 늘려가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육칠십대 노인분들도 산행을 기시는데 이 나이에 하고싶은 것을 못한다면 어찌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더 가고 싶어지는 곳이 산행길이기도 합니다.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산책 하시고 밝은 생활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에 만나지면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바라면서.....

[이효경]

네...오늘부터 운동을 조금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열심히는 못해도 서서히 시작해 보려고요^^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천산최남규]

백록에 박꽃향기 겁나게 뿌레불고 오셨꾸만이라우...........용 오름에 한번 댕게오시지요 ........탐라국에 댕게오신게 기분은 샹큼해지던가요 와 부럽다

[김 경숙]

엄청이나 기분 좋아부려라우. 모처럼만의 탐라 여행 하늘이 돕고 김영순 시인님이 돕고....복도 많으라우, 박꽃향기는.....ㅎ

[김영순]

한라산,마라도 등등 여행지를 한곳도 놓치지 않고 아름답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인님 나야 제주라 그모습 생생하지만 이렇게 글로 표현해.. 본 듯 한 그 느낌을 주는 시인님의 글솜씨에 감탄하며. 자연이 주는 산뜻함 제주만의 특징이랄까 200% 즐기려한 시인님의 긍적적 맘에 박수를 보냅니다^^

[김 경숙]

감사합니다. 님들의 격려와 사랑 덕분인 줄 알고 있습네다. 시인님 여행기도 함 풀어보면 멋질 것을.....귀찮다 생각 마시고 한번 시도해 봄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