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2월 18일 아침에 온 가족을 모아놓고 51세의 류영모는 아내 김효정과의 해혼(解婚)을 선언했다. 결혼(結婚·혼인을 맺음)을 하였으니 그것을 푸는 '해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해혼은 부부 간의 성생활을 끊는 것이었다. 남녀의 육체적인 결합을 푸는 것이다. 부부가 갈라서는 이혼과는 다른 개념이다. 최근 졸혼(卒婚)이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는데, 이 말의 뜻은 결혼행위를 졸업했다는 의미다. 이것은 이혼이 지니고 있는 결별이나 불화(不和)와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누그러뜨리고자 함이며 별거를 미화하는 의미에 가깝다. 해혼은 별거가 아니라 동거를 하고 사랑을 하되 육체적인 결합만을 금욕하는 관계이다. 이 금욕이야말로 류영모가 주목한 점이다.
해혼을 선언한 날은 하루 한끼 식사를 선언한 다음 날이었다. 두 가지를 연이어 발표한 까닭은, 그 두 가지가 인간이 짐승으로 사는 욕망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식색(食色·식생활과 성생활)을 금욕 수준으로 절제함으로써 신을 향한 수행의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이 세상 최대 흥미와 관심은 식색입니다. 일체 문화활동의 노력하는 초점이 식색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이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볼 필요가 없습니다. 식색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짐승입니다. 짐승은 고뇌도 없이 식색을 자유로이 충족하며 사는 목적이 오직 그것입니다. 부귀(富貴)란 말은 식색의 사회적 표현입니다. 부자가 되고 귀하게 되는 것을 소망하는 까닭은 오직 잘 먹고 잘 놀고자 함입니다. 그것으로 모든 게 다 채워진 것 같지만, 돌아보면 짐승에서 하나도 더 나아간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얼' 빠진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이 단순한 욕망에 미쳐 있는 것이라도 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