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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방송일: 20050812
동영상 : 줄거리:
극 본 : 김 지 선
씬1/ 공사현장(D/ENG)
윤아, 병원 분위기의 공사 현장 둘러보며 체크 하고 있다.
인부들 몇 명 일 하고 있고.
공사가 거의 끝나보이는 현장.
윤아 (현장 분위기 띄우는) 오늘 내일 이틀만 고생하시면 되니까 수고들 좀 해주세요~
남자 (E) 어어어어~~~
윤아, 뒤 돌아보고 놀라는 표정
(E) 꽈광!!!
씬2/ 병원 응급실(N/ENG)
윤아, 눈을 얼핏 뜨면
병원 천장 보인다.
윤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얼굴 희미하게 보이면서
타이틀 말하지 않아도...
씬3/ 응급실(N/ENG)
윤아, 머리 쪽에 살짝 붕대를 감은 채
충격이 덜 가신 표정으로 앉아있고
윤아를 둘러싸고 있는 회사 직원 2~3명
윤아 (정신 없지만)...어떻게 된 거야? 다른 다친 사람은 없구?
직원 예. 멀쩡하던 벽이 갑자기 무너지드라구요. 그때 앞에 있던 인부 한 명만 다치고...다행히 다른 인명 피해는 없어요. 오과장님도 그때 벽 앞으로 달려가지만 않으셨으면 괜찮으셨을텐데.
윤아 (어질어질 하다) 다행이네.
부장 들어온다.
부장 오과장! 괜찮아?
윤아 부장님...죄송해요...벽이....갑자기..
부장 (OL) 어. 다 들었어. 오과장 놀랬을 텐데 일단 집에서 며칠 푹 쉬라구.
윤아 아니에요... 제가 가서 수습을 해야..
부장 (OL) 그 몸으로 무슨 수습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몇 일 푹 쉬어.
직원 이사님 오셨다는데요?
이사 들어온다.
윤아 (꾸벅) 죄송합..
이사 (OL) 정확한 사고 경위가 어떻게 된 거야?
윤아 ...(뭐라 말하려는데)
부장 예. 이사님.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눈짓) 그럼 오과장, 쉬어.
부장, 이사 데리고 나가고
윤아, 한숨 내쉰다.
씬/ 방송국 외경(D)
씬4/ 회의실(D)
현우, 노트북으로 작업중, 미자 들어오는
미자 자기 뭐해?
현우 어. 새 프로그램 기획안. 마무리 하고 있어~
미자 그래? (현우에게 붙으며) 봐봐.
미자, 모니터 보고 있고, 현우 설명하는
현우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절판된 책이나, 대중들에게 관심을 못 받고 끝나버린 공연들을 다른 시각에서 소개해 보는 거야.
미자 (끄덕이며 읽는데)
둘, 싸늘한 기운에 돌아보면
영진, 싸~한 표정으로 째려보다가
뒤돌아 나간다. 현우, 미자 표정.
씬5/ 부록 방(D)
INS// 인터넷 고스톱 화면
노트북 앞에 앉아 오락 하고 있는 우현.
영옥, 옆에서 유심히 보고 있다.
우현 뭐를 먹어야 되나..
영옥 고거! 고 국진을 먼저 먹어야지!
우현 아. 요거! (클릭하면)
영옥 ..고거 재밌네~
우현 그죠? 사돈 어른도 가입하세요.. 혼자 계실때두 안심심하시게...
영옥 (솔깃) 그럴까?
우현 제가 가입 해드릴게요.
(화면전환)
우현 (클릭하는데 안된다) 응? 사둔어른 주민등록번호 이거 맞죠? 이구 공오공육 이삼사오육칠...
영옥 (보며) 응.. 맞는데...
우현 (계속 클릭 해보는) 왜 이러지? 안되네...
계속 시도하는 우현, 불안한 영옥
영숙 (OFF) 사둔~ 조카 오늘 전화기 안갖고 나갔어?
씬6/ 거실(D)
영숙, 전화 받고 있는
영숙 왜 대답이 없어...(전화 받고) 여보세요. 안갖고 갔나보우.
보험 (F) 예. 전 최부록님 담당 보험 설계사 나병숙인데요. 그럼 퇴근하시면 이번에 너무 좋은 상품이 새로 나와서 전화드렸다고 그렇게만 전해주세요.
영숙 알았수. (끊으려다) 잠깐 이봐요. 그 보험이란게...내가 매달 얼마씩 부으면 나 죽은 다음에 내 딸 이 돈 받구.. 그러는 거 맞죠?
보험 (F) 네. 자녀분들 위한 상품도 많아요.
영숙 어. 그럼 그렇게 좋은 거 있으면 나도 하나 듭시다.. 우리 딸 앞으로다가 해서.
보험 (F) 그러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영숙 김영숙.
보험 연세는요?
영숙 내가.. 올해 일흔이우.
보험 (F) 네? 일흔이요? (곤란한) 아.. 그럼 좀 곤란하신데...
영숙, 표정
씬7/ 방송국 부스앞(D)
미자, 현우 있는데 부장 들어오는
부장 지현우씨!
현우 네! 부장님
부장 이번에 제출한 기획안 말이야... 편성 될거 같으니까.. 좀 더 보강해서 내일 회의 한번 해보자구~
현우 네.
국장 지나가고
현우 (표정 밝아진다) 자갸! 우리.. 영화.. 내일 보자~회의 준비하려면 오늘 밤 새야 될 거 같은데..
미자 ..그래.
현우, 신나는 티 나는데
그런 현우 보는 미자
미자 (E) 예전엔 아무리 급한 일도 나 다음으로 미뤘는데... 이젠 일 다음으로 나를 미룬다.. 우리도 다른 연인들처럼.. 점점 시들해지는 건가..
현우, 미자와 눈이 마주치자
기분 좋은지 싱긋 웃어준다.
미자 (E) 그래도, 좋아하는 거 보니까... 그건 신나네.
활짝 웃어주는 미자.
씬8/ 카페(N)
영진, 원준, 승태, 동균 술 마시고 있다.
영진만 좀 취한 것 같고
나머지 세명은 좀 짜증나는 듯한 분위기.
영진 (약간 혀 꼬여서) 도대체 최미자는 왜! 그런 놈을 좋아하는 거냐고. 그 삐~~~쩍 꼴은 놈 어디가 좋다구! 싸가지 없지, 기운도 없게 생겼지, 눈도 쪽~ 찢어져갖구...
성우들, 지겨운 리액션.
원준 아 미자가 그런 타입을 좋아하나부지. 형은 미자 스타일이 아니야.
영진 그래?
승태 어차피 안될거 그냥 깨끗하게 마음 접어요. 요즘형처럼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뒷북치는 건 드라마에도 안나와 촌스러워서.
동균 그래요. 이제 그만 해요. 그래야 앞으로 서로 편하게 얼굴 보고 일하지.
영진 내가 미자 스타일이 아냐? 챠... 그래! 내가 오늘 부로접는다! 최미자에 대한 마음.. 완전히 접는다! 요것만 마시구 접어!(술 마시고)
성우들, 여전히 지겨운.
씬9/ 주방(N)
분위기 침울한 상태로 밥 먹고 있는
할 셋과 우현.
우현 예순 다섯 넘은 사람들은 아예 가입이 안된대요.가입할 만한 사람도 별로 없구.. 괜히 미성년자 손주들이 주민번호 도용할 확률만 많을 거 같구... 그래서 그러는 거래요.
영옥 아니. 예순 다섯 넘은 사람들은 바본가? 손주한테 주민번호나 뺏기게...
혜옥 (측은하다는 듯 선심 쓰며) 언니. 난 가입 되니까 내걸루 오락 실컷 해...
영옥 아 누가 오락 못해서 환장했대? 너도 몇 년 안남았어 이년아. 너는 뭐 맨날 이팔 청춘인줄 알아?
영숙 (한숨) 나두 아까 보험이나 하나 들라 그랬더니 나이 많다구.. 안된답디다. 들 수 있는건 몇 개 있지도 않은데... 돈도 비싸구. 뭔 검사를 그렇게 많이 받으라구 하는지...
일동, 숙연해진다
영숙 지난번에 소이 할미도 그랬대요. 점 보러 갔는데... 나이 말하니까 점쟁이가 픽 웃더랩니다... 언제 갈지 모르는 마당에 뭔 점이냐는 얘기지..
영옥 에으... 물 간 생선이야 가기 시작하면 바로 바로 치워야 한대지만... 사람 맘이야 어디 그러냐구? 아무리 늙어도 좋은 거 보면 하고 싶고, 내일 무슨 일 생길지 궁금하고 그런건데... 때 되면 가는 거 누가 모르나. 너무 미리부터 밀어내니까.
영옥 표정.
씬/ 방송국 외경(D)
씬10/ 회의실(D)
성우들, 현우(어제 의상 연결) 있는데
영진, 문 열고 들어온다.
현우와 똑같은 의상(크로스백까지) 입었다.
일동, 웃음 참으려다 결국 빵 터진다.
원준 (웃으며) 형... 지금 그게 형 연식에 맞는 옷이야?
영진 (모른 척) 왜? 이게 원래 내 스타일이었어.
미자 들어온다.
미자 늦어서 죄송.. (하다 영진 보고 웃음 터지는) 풉...선배! 뭐야 이게? 어머 이 목 끼는 것 좀 봐... 땀띠 나겠다...안더워?
영진, 상처받은 표정.
씬11/ 자판기 앞(D)
성우들 커피마시고 있는데
승태 진짜... 옷이 너무 따로 논다... 좋은 옷 같은데 형이 입으니까 진짜 허름해 보이네~
원준 어제부로 마음 접는대메? 근데 웬 지피디 흉내?
영진 (발끈) 지피디 흉내는 무슨! 절대 아냐 그런 거!
현우, 문 열고 얼굴만 내민 채
현우 녹음 시작하죠.
영진 (톤, 무표정 모두 현우와 비슷하게) 그러시죠.
성우들 기막히고 현우 난감하다.
씬12/ 병실(D/ENG)
윤아, 주스 등 사가지고 병실로 들어서는데
인부, 여기저기 상처, 붕대 감고 자고 있고
윤아 저기...저 이번 공사 설계 책임자 오윤아과장입니다. 심려가 많으시죠?
병실 지키고 있던 인부의 와이프, 아는 척도 안한다.
윤아 (살짝 민망) ...주무시나보네요..
부인 밤새 악몽에 시달리다 지금 겨우 잠들었어요. 벽 무너질 때 그 충격을 다 받았으니... (울컥) 남편 얘기 들으니까. 공간 넓힌다고 무리하게 기둥을 다 뺐대든데. 그건 설계한 사람 책임 아닌가요?
윤아 ...
부인 어떡하실 거에요? 펜대 굴리는 당신들은 멀쩡한가본데.. 몸으로 먹고 사는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란 말이냐구요?
윤아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책임지고 확실한 보상 받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윤아, 계속 고개 조아리는
씬13/ 병원 복도(D/ENG)
윤아, 병실에서 나와 벽에 기대 한숨 쉬는데
경찰, 병실로 들어가려다가
경찰 혹시 오윤아과장이세요?
윤아 (의아) 네..
경찰 여기 계시면 어떡해요? 계속 찾았구만. 현장 책임자시라면서요?
윤아 네.
경찰 사고 경위 좀 다시 한번 얘기해주시죠.
윤아 (또박또박).... 이틀 후가 완공 예정이어서 마무리 작업 중이었는데요. 벽에 페인트 칠 작업을 하는 중에 갑자기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벽이 내려 앉더라구요.
경찰 공기 맞추려고 급하게 공사했다든가 뭐 그런 건 없었나요?
윤아 네.
경찰 여기서 얘기할 게 아니라.. 일단 서로 갑시다.
윤아 (놀라) 왜요?
경찰 몰라요? 건물주가 건물 무너진 거 여기 탓이라고 오윤아씨를 고소했어요.
윤아 ..네? 저를요? 잠깐만요. 회사에 연락 좀 해보구요...(전화기 꺼내는데)
경찰 회사에선 오윤아씨가 전적으로 책임 질 일이라 그러던데요...
윤아, 벙찌는
씬14/ 할머니방 (D)
영옥, 외출 채비하고 있고
영숙과 혜옥, 빨래 개키고 있는데
혜옥, 영옥을 보면서 자꾸 갸웃 갸웃 한다.
영옥 넌 또 왜 그래?
혜옥 지금 생각났는데... 꿈에... 큰언니가 나왔거든?
영옥 근데?
혜옥 근데... 큰언니가 신발을...
영숙 신발을 잃어버렸어?
혜옥 아니.. 신발을.. 신발을...
영숙 새 걸루 사 신었어?
혜옥 아니.. 아씨... 신발만 기억나구...
영숙 (영옥 보며) 일진 조심하슈.
영옥 아 저년은 찜찜하게....아예 말을 꺼내질 말든가! 나가는데 괜히 찜찜하게...
나가는 영옥 모습 위로
영숙 그렇게 찜찜하면 오늘의 운세라도 보구 가든가...
씬15/ 거실 (D)
나오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 본다.
방 쪽 한번 보다가 앉아서 신문 펼치는데
영옥, 들여다보다 갑자기 얼굴 붉으락 푸르락 해진다.
영옥 이것들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INS//오늘의 운세 ‘뱀띠..’ (29년이 없다)
씬16/ 윤아 회사(D/ ENG)
윤아, 흥분해서 부장에게 따지고 있다.
윤아 아니 부장님. 회사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 사고를 제 개인 과실로 몰아요?
부장 오과장이 설계 책임자잖아.
윤아 (기가 막히지만 차근차근) 부장님도 아시다시피 전.. 공사 들어가기 전에 벽이 하중을 못 견딜지도 모른다고 이견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근데 부장님이 시작하라 그래서 공사 들어간 거 잖아요?
부장 시방서 상으로는 무리가 없었다고! 그래도 그렇게 걱정이 됐으면 그때 오과장이 더 강하게 얘기를 했어야지.
윤아 (기가 차다) 제가 이견서만 세차례 냈습니다. 그런데도 부장님이 다 책임지신다고..
부장 (OL) 오과장. 그럼, 이 사건 때문에 회사 명예 실추당하고, 오과장 위로 여러 사람 쭈르륵 날라가야 되겠어? 그냥 오과장 선에서 고생 좀 해.
윤아 기막힌 표정.
씬17/ 녹음실(D)
성우들 녹음 중이다.
동균 (감정잡고)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미자 당신이 모든 여자한테 그랬다는 걸 안 내 심정이 어땠겠어? 응?
현우 뭐라 말하려는 찰나
영진 잠깐.
일동 깜짝 놀라 영진 보면
영진 (현우 흉내내는 듯) 최미자씨. 성우 맞아요? 지금 그게 남자한테 뒤통수 맞은 여자 심정이에요? 그 나이 먹도록 뒤통수 한번 안 맞아봤어요?
미자 어머.. 죄송..(웃기다)..하긴 한데...(웃음 참는)
영진 똑바로 하세요. 다시 갑시다.
성우들, 기도 안차다는 듯 웃고
승태 뭐야.. (현우 턱짓으로 가리키며) 흉내 안낸다며...
현우, 난감한 표정.
씬18/ 거실(D)
영옥, 전화기 들고
영옥 여보세요. 거기 신문 진짜 그 따우로 만들꺼야? (사이) 오늘의 운세 말이야! 내가 29년 뱀띠요. 팔팔한 일흔 일곱. 근데, 오늘의 운세에 왜 29년 뱀띠는 없어? 어? 왜 살아있는 29년생을 없는 사람으로 치냐구?
신문 (F) 그게 아니라.. 지면 관계상 다 못실으니까요..
영옥 아니. 칸 모자란다구 늙은이들부터 밀어내는 거 그거 어느 나라 법이야! 어? 싸가지 없는 것들.. 내 두고 볼꺼야. 늙은이들 운세 싣는지 안 싣는지. 안 실으면 이놈의 신문 아주 쌍문동에 발도 못 붙이게 싹~ 다 끊어버릴꺼야!
신문 (F) 아니... 할머니, 저희가 그걸 막 쓰는 게 아니라요... 역술 하시는 분이 써서 보내 주시는 건데... 그분이 안써주시는데 어떡합니까..
영옥, 표정
씬19/ 여자 원룸(D)
녹초가 돼서 집에 들어온 윤아.
(E) 전화벨
윤아 (받는) 어. 갔다 왔어. 챠... 나 집에서 쉬고 있는 동안 지들끼리 입 맞추려고 휴가 준거야. 어쩜 그럴 수가 있니. 건물주도 자긴 모르는 일이라고 발 싹 빼는 거 있지? (사이) 괜찮아! 야! 이런 걸로 오윤아가 무너질 거 같냐? 그래. (끊고)
(E) 전화벨
윤아 (차갑게 받는) 네. 부장님.
부장 (F) 오과장! 건물주까지 찾아갔었어? 정말 이렇게 나올 꺼야? 좋아. 맘대로 해! 징계위원회에서 보자구. 후회하지 마! (뚝 끊고)
윤아 (기막혀) 챠... 진짜...사람을 만만하게 봤다 이거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막하다)
윤아, 지쳐서 소파에 쓰러진다.
전화를 들고 망설이는 윤아. 번호를 누른다.
윤아 (아무렇지 않게) 어 정민씨? ...뭐해?
정민 (F) 윤아씨~ 사고 났었대메? 괜찮아? 어디 다친데는 없구? 전화 했었는데 계속 통화중이더라구~
윤아 (씩씩하게) 어. 괜찮어.
정민 그래? 놀랬겠다. 또 쉬지도 못하고 사고 수습한다고 돌아다니는 거 아냐?
윤아 (정민이 걱정해주니까 마음 약해진다) 어. 난 괜찮아. 괜찮은데....(하다 윤아, 울음 터뜨린다)
씬20/ 여자 원룸(D)
윤아, 휴지로 코 팽! 풀어가며
꺽꺽대며 할 얘기 다 하고 있고
그런 윤아를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는 동직과 지영.
정민, 그런 윤아의 얘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윤아 (울먹) 그래서, 내가 분명히, 이 공사는 무리가 있다고 이견서까지 첨부해서 냈어~ 나한테 책임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야. 전부 나한테만 미루고 발뺌하는 거 너무 억울하잖아....
동직 (신기하게 보며 지영에게 귓속말) 쟨 울면서 대화가 된다. 넌 울면 앞 뒷말 다 엉키잖아.
지영 (동직 꼬집고)
정민 (냉철) 그 이견서... 어딨어?
윤아 몰라.. 찾아봤더니.. 벌써 다 폐기한 거 같더라구.
정민 그래? 그럼 사본 같은 남겨논 거 없구?
윤아 사본? 그런건 없구... 전자 결재니까.. (반짝) 아! 전자 결재니까 내 컴퓨터에도 남아 있겠다..
정민 (환해지는) 그래?
씬21/ 원룸 엘리베이터 (D/ENG)
정민, 다급하게 전화중
정민 김정민인데요. 일단 오후 스케쥴 다 내일로 미뤄주고.. 작년 초 금호동 아파트 껀이랑, 올 2월에 성산동 한방타운 껀 판례 좀 찾아놔 줄래요? 그리고 마포구 서교동 326-3 상원 빌딩. 그 건물 시공업체가 어딘지 좀 알아봐 줘요.
씬22/ 방송국 복도(D/ENG)
걷고 있는 현우와 미자.
미자 진짜 영진 선배 때문에 미쳐~ 아까 현우씨 말투흉내 내는 거 봤지?
현우 재밌잖아.
미자 오늘은 영진 선배 마주칠 일 없지? 똑같은 옷은 도대체 어디서 또 구하는 건지...
현우 (시계 보고) 어? 자기야. 나 회의 들어가야겠다.
미자 어? 그래.. 가!
현우 회의가 좀 늦게 끝날 거 같애.. 끝나면 전화하께.
미자 ...응.
현우 가고 뒷모습 보는 미자의 표정.
씬23/ 회의실(D)
현우와 부장, 피디 몇 명 회의중이다.
부장 절판된 소설 소개... 이미 끝난 공연 리뷰라..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다들 소개하는 그런 거 말고 특이한 걸 소개하자는 얘기잖아? 그지?
현우 예. 그런 셈이죠... 그 속에도 우리가 귀 기울일만한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는 얘길 하고 싶은거죠.
피디1 그러니까... 인기 못 끈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 아냐... 하하하..
사람들 따라 웃고
현우, 대충 따라 웃지만 뭔가 갸웃한다.
부장 그러면 첫 회는 아주 선정적으로 말야. 그때 왜 너무 야하다고 강제로 내린 연극 있었지? 그걸 소개하자고.
현우 그건 좀...
피디1 (OL) 사고 쳐서 지금 활동 못하는 연예인들 있잖아? 그 사람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느냐. 그런 걸 아주 제대로 파헤쳐보는 건 어때요?
현우, 이건 아닌데, 표정.
씬24/ 철학관(D/ ENG)
역술인 앉아있고
역술 자..다음분...
영옥, 영숙 와서 앉는다.
영옥 얘 좀 봐주슈. 36년 쥐띠.
역술 36년이요? (어이없어한다)
영옥 (찌릿) 왜? 그 표정은 뭐야?
역술 아니.. 뭐가 궁금하셔서....
영옥 (이 악무는 표정) 왜. 늙으면 궁금한 것도 없는 줄 알어? 올 하반기 운세 있는 대로 쫙 읊어 봐.
역술 (약간 겁먹어서) 예... 36년생... 아래 사람을 거느리며... 먼 곳에서 기다리던 소식이 찾아오니,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 드디어 보여주게 된다.
영옥 또! 앞으론? 돈 복은 있는 거 같아?
역술 예...전체적으로 운이 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라....돈도 모이고... 아무튼 그동안 힘들고 애쓴 보람이 있는 하반기라... 더 볼 것도 없네요..
영숙, 얼굴 밝아지면
영옥 (흐뭇) 그렇지? 그러엄. 나이 칠십이 얼마나 앞날이 창창한데. (정색) 근데 이렇게 창창한 사람들을 없는 사람 취급해?
점술 (울상) ...제가 언제...
영옥 오늘의 운세! 내가 29년 뱀띠야! 오늘의 운세 그거 한줄 넣는 거 뭐 일이라구! 내일부터 당장, 신문에다 29년 뱀띠 운세 넣으시우. 안넣으면 내 전국에 29년생들 다 모아 갖고 와서 우리가 얼마나 팔팔한지 한번 제대로 보여줄테니까!
역술가, 겁먹고 끄덕끄덕.
씬25/ 윤아 회사.(D/ENG)
부장 찾아간 정민.
부장 어떻게 오셨는지..
정민 (명함 주며) 김정민 변호삽니다. 이번 마포 상원 빌딩 관련 건으로..
부장 아. 그 쪽에서 오셨나보군요. 그건 오윤아 과장을 만나시면 될 겁니다.
정민 (OL) 아니요. 그 문제 때문에 오윤아 과장이 좀 억울한 상황인 것 같아서요.
부장 ??
부장 책상 앞에 앉는 정민
가방 열고 자료들 꺼낸다.
정민 오윤아씨는 공사전 검사에서 콘크리트 강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이견서를 제출했다고 하던데요. 사내 컴퓨터엔 아직 그 기록이 남아 있구요.
부장 ...
정민 물론 부장님은 건물 시공 당시의 시방서를 보신 후에 건물 벽이 그 정도 하중은 견딜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그 공사를 지시한 거구요~
부장 ...네.
정민 보통은 벽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이란 게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웬만해선 무너지는 일은 없지요. 그런데, 당시 건물을 시공했던 건설회사 측에 알아본 결과, 건물을 지을 당시 부실 공사가 있었다는 증거를 잡았습니다.
부장 그럼 그건 그쪽 건물주한테...
정민 (OL) 네. 그래서 그쪽 건물주한테도 지금 가서 소송 들어가면 불리할 거라고 얘기하고 오는 길입니다. 소를 취하하겠다더군요. 원래 이런 경우엔 판례상 애초의 시방서만 가지고 공사를 진행한 쪽에는 보상 책임이 없습니다. 조금만 알아보셨으면 됐을 걸 힘없는 한 사람을 희생양 만들어서 대충 넘어가려고 하셨더군요.
부장 ...
정민 피해 인부 보상 문제는 오과장이 알아보고 있던데... 회사차원에서 나서주셔야 될 거 같습니다.
정민, 자료 챙겨서 일어나 가려다
정민 그리고... 징계 위원회 말인데요... 오과장이 냈던이견서는 부장님께도 별로 유리한 자료가 아니라서... (미소) 부장님께서 불미스런 일 없게 알아서 잘 처리해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부장 ...(코 훅 들이마시는 표정)
씬26/ 거리 일각 (N/ENG)
걸어가던 현우 포장마차 쪽을 지나다가
혼자 소주 마시는 중인 영진을 본다.
현우, 잠시 생각하다가 포장마차로 들어간다.
씬27/ 포장마차 안 (N/ENG)
현우, 영진의 앞에 앉는다.
같은 의상 입고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
영진, 현우 한번 보더니 도로 고개 숙이고
말없이 술만 마신다.
현우 여기 잔 하나 더 주세요!
포장마차 주인 잔 갖다주면
현우 (혼자 소주 따라서 마신다) 미안합니다.
영진 ??(현우 보면)
현우 그때... 영진씨가 미자씨 좋아한다고 상의했을 때 제가 미자씨 사귄다고 말 안했던 거요...
영진, 현우 본다.
현우 저도, 미자씨 오래도록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영진씨 마음 잘 압니다.
영진 ...
현우 영진씨도 좋은 분이시잖아요.. 영진씨만의 스타일을 좋아해주는.. 그런 멋진 분 꼭 만나실 거에요.
영진 (웃음)...이렇게 지피디님이랑 터놓고 말하니까, 이제 마음 완전히 접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현우 (안심의 미소)
씬28/ 정민 사무실(N/ENG)
지친 모습으로 넥타이 푸는 정민.
비서 들어와 자료 책상에 올려놓아 주고
비서 김변호사님. 오늘 스케쥴 전부 내일로 미뤄놓긴 했는데요. 자료들은 그전에 확인 하셔야 하는데..
정민 지금부터 밤 새야죠 뭐. (씩 웃고) 미안한데 야근 좀 부탁합시다.
비서 나가면 전화기 드는 정민
정민 윤아씨? 다 잘 해결 됐어. 내가 오늘 알아봤더니, 건물주 쪽도 캥기는 게 한두개가 아니더라구.. 소송은 취하하기로 했구.. 윤아씨 회사에도 통보했으니까 별 일은 없을 거야~
윤아 (F) 고마워 정민씨...
정민 근데 고마운 목소리가 뭐 그래?
윤아 (F) 응? 아니.. 징계 위원회때문에... 이래저래 우울하네~
정민 걱정하지마. 잘 될 거야.
윤아 (F) 고마워 정민씨.. 그리고.. 너무 미안하구..
정민 (어떻게든 기분 풀어줘야겠다) 내가 술 살까?
윤아 (F) 아냐... 바쁠텐데 술은..
정민 안 바뻐~ 우울하대메? 우울하면 또 우리가 술로 풀어줘야지~ 좀 이따 봐. (끊고 인터폰으로) 나 집에서 보고 올게. 오늘 그냥 퇴근하세요. 미안~
씬29/ 바 (N/ENG)
윤아, 정민 앉아서 술 마시는
윤아 (살짝 취기 올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차라리... 내가 다칠 걸... 아님 확 죽든가.
정민 표정 굳는다.
윤아 멀쩡하게 살아났다는 죄로...다친 사람한테는 미안해지고,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고소 당하고, 징계위원회 회부되고...
정민 (OFF) 그런 말이 어딨어?
윤아 (보면)
정민 (엄하게) 다칠걸 그랬다고? 죽을 걸 그랬다고? 윤아씨가 지금 겪는 일들, 다 살아 있으니까 겪을 수 있는 거야.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기나 해?
화내는 정민을 보는 윤아 표정.
씬30/ 거리 일각(N/ENG)
윤아, 정민 함께 걷고 있다.
윤아, 다정한 눈길로 정민을 본다.
윤아 (좋아라) 정민씨. 아까 화내니까 디게 무섭더라?
정민 말도 안되는 소릴 하니까 그렇지. 근데 무슨 여자가 화를 내는데도 실실 웃어?
윤아 고마우니까...
정민 하여튼 한번만 더 죽는단 얘기 했단 봐. 말만 들어도 그냥... (소름끼친다는 듯 부르르...하려다가 멈칫 한다. 내가 왜이러지? 표정)
나란히 걷는 둘의 모습에서.
씬31/ 동네 일각 (N/ENG)
미자, 가내복 차림으로 두리번 거리는데
동네 놀이터 벤치 정도에 현우 앉아 있다.
미자 (반갑게 현우 툭 치며) 자기! 갑자기 웬일이야?
현우 (씨익 미소) 보고 싶어서.
미자 (현우 옆에 앉아 팔짱끼며) 어? 자기 술 마셨네?
현우 좀.. 가만 있어도 보구 싶은데, 술 마시니까... 보구 싶어 죽겠더라구.
미자 (귀엽게 투정) 치. 사랑이 식어서 일하느라고 데이트도 미루더니?
현우 (미소)
미자 (현우 표정보고) 왜? 회의 잘 안됐어? 자기 프로그램 안하기로 한거야?
현우 (담담한 미소)
미자 또 사람들이 막 이것저것 뜯어고쳐서 자기 의도하고 달라졌구나.
현우 (담담) 응.
미자 아깝다.. 난 그 프로그램 괜찮던데.. 의미도 있고..
현우 언제 봤어?
미자 어제 기획안 읽어봤잖아.
현우 아.. 그랬지. 근데 다른 사람들은 내가 무슨 얘길 하고 싶은지 잘 모르나봐.
미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많은 것들에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그러니까... 거기에 귀기울여 묻혀있던 소중한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
현우 (미자는 알아봐 줬다) 내 마음.. 다 아네!
미자, 말없이 웃으며 현우에게 기대고
현우, 다정히 미자의 어깨를 감싼다.
미자 (현우의 어깨에 기댄채) 근데 자기 내일 또 뭐 입을꺼야? 영진선배.. 내일 또 똑같이 입구 올 거아냐?
현우 (편안하게) 아니, 이제 안그럴꺼야.
서로에게 편안히 기대 앉아있는 현우와 미자.
씬/ 방송국 외경(D)
씬32/ 회의실(D)
(E) 기타 연주 소리
사람들 의아해하며 서로 얼굴 마주본다.
보면, 영진 앉아서 기타 치고 있다.
어설픈 ‘유로파’를 튕기며 나름 음미하는 표정
승태 뭐야. 또 웬 기타~
영진 몰랐어? 나 원래 기타 좀 만지잖아.
현우, 미자 기가 찬 표정
성우들 지겹다는 표정
원준 진짜 지겹다. 지겨워. (현우 보고) 지피디. 할줄 아는 거 또 뭐 있어? 아니... 미리 알고 나 있자고.. 그래야 덜 놀래지.
모른 척 기타 치는 영진의 모습뒤로
황당한 미자,현우 표정 걸리는 데서.
F.O
씬33/ 거실(D)-에필로그
부록, 신문 보고 있다.
영옥, 방에서 나오자 마자 신문 뒤진다.
영옥 어디보자...29년 뱀띠. (흐뭇하게 읽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표정 바뀐다) 아니... 이런 말은 누가 못해? 이걸 운세라고 써놔?
부록 ..운세가..다 그렇지요 뭐...
영옥 가만 있어봐라. 이것들이...생각하니 또 화가 나네. (신문 자세히 보며) 아니, 53년, 아 41년생까지 죄다 애정운 얘기가 있는데, 왜 29년생은 애정운도 없이 달랑 돌다리 얘기만 있어? 늙으면 애정도 없단 얘기냐?
부록 아니.. 애정을 좀 두드려보고.. (하는데)
냅다 전화기 드는 영옥
영옥 여보세요! 아니 거기 신문 진짜 그따우로 만들거야? 아 오늘의 운세 말이야. 그래! 29년 뱀띠! 써놓기만 하면 뭘해. 성의가 있어야지! 성의가.. 애정운! 애정운은 왜 없어? 아니 늙으면, 애정도 없는 줄 알어?
당황한 부록의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