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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003
#1. 마루 (저녁)
할머니 나오고, 금순 호로록 뒤따라 나오며 할머니 잡는다.
금순 : 할머니 할머니 안돼요 가지 마세요.
할머니 : 비켜. (떨치고 가려면).....
금순 : (허리 잡고 늘어지며) 안되요 진짜 안돼 할머니 오빤 아무것두 몰라.
할머니 : 이거 못놔. 놔.
금순 : 짝은엄마 금아야...좀 말려주세요. (끌려가며) 아 할머니...짝은엄마.
숙모 : (그제야 나서 막으며) 어머니...이렇게 가서 뭘 어쩌시려구 가신다는거에요?
할머니 : 비켜 난 니랑 할 말 없어.
숙모 : 진짜 이상하시네. 제가 금순이 임신하게 만들었어요 왜 저한테 이러세요?
할머니 : 뭐셔?
숙모 : 이런 일일수록에 잘 생각하셔야 되요. 이렇게 홧김에 달려가셔서 어머니 어쩌실꺼 불을 보듯 뻔한데
그래서 만에 하나 그 학생이 금순이 꼴두 보기 싫다고 천리만리 도망이라도 가버리면 그땐 어쩌실꺼에요?
앨 가졌거나 말거나 난 상관할 바 아니라고 학을 띠고 내빼버리면 어쩌실꺼냐구요?
할머니 : ......
금순 : .....
숙모 : 거기까진 생각 안하셨죠? 어머니가 가서 멱살 잡고 치도곤 놓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에요 이 일은.
그리고 막말루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거지 이게 정완이 혼자 저지른 일이에요? (하며 금순 보는 순간)...
할머니 : (그대로 숙모 얼굴을 머리로 확 들이받아 버린다)....
숙모 악 비명 지르며 머리 감싸쥔다.
할머니 : (숙모 노려보며) 그 입을 확 재봉틀로 꼬매뿌러.
숙모 : (기막혀)......
금아 : (놀라 입이 벌어져)....
금순 : (역시 놀라 입 벌어져 할머니 봤다 숙모 봤다)........
숙모 딱 벌어진 입 다물줄 모르고 할머니 보다, 그대로 확 현관으로.
숙모 현관문 열고 나가서 문 부서져라 쾅 닫는다.
금아 놀라 보다가 얼른 엄마 부르며 뒤따라 나간다.
금순 놀라서 그모습 지켜보다 할머니 본다.
할머니 : (씩씩 노려보는)....
#2. 금순집 앞 거리 (저녁)
숙모 나온다. 금아 엄마 엄마 부르며 뒤따라 나온다.
숙모 멈춰서 기막힌데.
금아 : (얼른 다가와) 엄마 괜찮아요?..(얼굴 보며) 괜찮아?
숙모 : 야 저 노인네 어떻게 된거 아니냐? 드디어 확 어떻게 된거 아냐?
금아 : 봐봐 멍 안들었나?
숙모 : 안들었을 리가 있어. 눈에서 번개불이 번쩍하면서 순간 귀가 먹통이 됐는데...봐봐 좀 어때? 시퍼렇지?
금아 : 어두워서 잘 모르겠는데 그렇진 않아. 아직은 안그래.
숙모 : 내가 오늘 진짜 시어머니만 아니었으면...
금아 : 가 엄마. 일단 진정하구 집으로 가. 밝은 데서 봐야지.
숙모 그말에 꾸욱 참고 몇걸음 떼다가, 도저히 못참겠는.
숙모 : 아니 암만 생각해두 분해서 못살겠네. 내가 금순이 임신하게 했어. 왜 나한테 저래 저 노인네.
#3. 마루 (저녁)
금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할머니 버티고 허공만 노려보고 앉아있다.
금순 : (할머니 눈치 힐끔 보는).....
할머니 : (허공만).....
금순 : (다시 힐끔.. 그러다 무릎 꿇은 한쪽 다리 저린다.
슬그머니 다리 바꾸고, 코에 침을 묻히며 입으로만 작게 야옹 야옹하며 낑낑대는).....
할머니 : (그런 금순 본다)......
금순 시선에 힐끔 보다 눈 마주치자 움찔 시선 피한다.
할머니 그런 금순 기막혀 보다.
할머니 : 어떤 놈이여? 다시 한번 자세허게 말해봐.
금순 : ....컴퓨터공학과 3학년이구....이름은 나정완이구....
키 크구....게임이랑 컴이랑 디따 잘하구 착하구.. (히죽)...캡 잘생겼어.
할머니 : 누가 그런거 말여 이 잡것아.
금순 : ....그럼...뭐 할머니?
할머니 : (철없는 손녀 기막혀 보다) 고향이 어디여?
금순 : 아마....서울일껄.
할머니 : 집안은 뭐혀?
금순 : 어 (생각하다)....모르겠는데.
할머니 : 양친부모 다 생존해 계셔?
금순 : 엄마는 확실히 계시구... 아버진?...잘 몰라.
할머니 : 집에서 몇째여?
금순 : (갸웃하다)...몰라.
할머니 : 아는게 뭐여? 그렇게 아는거 암것두 없는 놈이랑 겁데가리두 없이 여행을 가?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어?
금순 : (고개 가로젖는다) 아니요....
할머니 : 하이구 시상에...아무리 얌전한 강아지 부뚜막 먼저 올라간다지만 오미 엄니.
금순 : ......
할머니 : 나가 인자 죽도 살도 못하겄다. 죽은 니 애비 얼굴 볼 면목이 없어서 저승길 떠나지두 못허구 구신이 되든가,
산송장으로 벽에 똥칠 하도록 눈 뒤집구 버티든가 양단간 하나를 혀야지 명대로 죽도 살도 못하겄어.
금순 : .....정말 해뜨는 것만 보고 아침에 기차 타구 올라구 했던건데....잘못 했어요. 다신 안그르께.
할머니 : 다신, 다신? 이게 다신 하구 말구 할 일이여 이 잡것아? 시방 니 뱃속에 얼라가 있구만 다신?
금순 : 그런 뜻이 아니라.....다시는 그런 여행 안간다구.
할머니 : (가슴 팡) 하이고...오미 인자 생각허니께 그것이 태몽이 맞었구만. 태몽이었어 그 꿈이..
금순 : 그 호박 품에 안은 꿈?....그게 태몽이면 좀 후지다 할머니.
뭐 용이나 호랑이 그런게 나타나야 되는거 아냐 자고로 태몽이란?
할머니 : (저걸 그냥...보다가 마음 다스린 후)......워쩔껴?
금순 : (힐끔).......(모르겠다고 고개 슬쩍 흔든다)......
할머니 : 여러소리 하구 자실꺼 없어. 당장 가서 그노무자식 멕아지 끌어다 결혼혀.
금순 : (놀라).....결혼?
할머니 : 그려 결혼...아니믄 뭐 딴 방법 있어?
금순 : 나 이제 스무살인데.
할머니 : 스물한살이지 어쩌 스물살이여?
금순 : 만으루.
할머니 : 지랄...(목청 높아진다) 그려서 스물이면 어쩌구 하나믄 어쩌자는겨 시방?
뱃속에 얼라가 떡허니 들앉었는디 어쩌자고?
금순 : .......
할머니 : (후...심호흡)....워쩔껴. 이렇게 어린 나이에 시집 보낼 생각 추호도 없었지만
어쭤겄어.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 지가 자발맞게 이 사단을 냈으니 가야지.....가서 당장 그놈 델꼬와봐.
금순 : (황당하고 놀랍고).....
#4. 동네 놀이터 (저녁)
금순 벤치에 앉아있다. 멀거니 허공만 바라보며, 믿어지지 않는 심정 여전하다....
금순 : ....결혼?....말두 안돼.....(배 내려다본다)....정말 그안에 있는거니?.....미치겠다 진짜.
금순 잠시 그대로 앉아서.......그러다 휴대폰 꺼내들고 정완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다.
금순 : ....오빠 왜 오늘 하루종일 전활 안받어?.....(끊는다).....(일어나는)....
#5. 건물 복도 컴퓨터실 밖 (저녁)
금순 다가와 선다.
창문 너머로 불이 환하게 켜진 컴퓨터실 내부 보인다. 학생들 컴퓨터 주변에 둘러서서 작업하고 있다.
금순 그 학생들 사이에서 정완의 모습 찾느라 기웃거린다. 정완의 모습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금순 한걸음 더 다가가 정완의 모습을 눈으로 찾는데, 복도 끝에서 남녀의 웃음소리 들린다.
금순 돌아보면, 정완과 여학생이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아들며 무엇이 그리 좋은지 웃고 있다.
금순 저도 모르게 표정 굳어진다. 금순 돌아서 외면한다....그러다 다시 정완을 돌아본다.
금순 정완 바라보다 자판기 쪽으로 다가간다.
정완 : 그래서 결국 그렇게 끝났어?..(웃는데)
금순 : (다가와 선다) ....정완오빠.
정완 소리에 돌아보고 좀 주춤한다.
정완 : 금순아?....웬일이야 이시간에?
금순 : (거의 저돌적이다) 오빠 만나러... (여학생 봤다 다시 정완 본다) ....오빠 한테 할 말이 있어.
#6. 은행 (저녁)
시완 과장 직원1.2와 회의 중이다.
과장 : 대출 문제는 그렇게 마무리하고... 내일부터 진행되는 이층 리노베이션 담당자가 필요한데(훑어보는)....
시완 : (반가워, 눈 마주치려 하는데)...
과장 : 한영섭씨가 맡아주지. 이런 쪽에 젤 감각도 있고, 막내잖아.
시완 : (이런).....
직원2 : 그 디자인 실장이 이뻐서 저도 그러구 싶긴 한데요 이번주는 좀. 일요일날 부산서 동창 결혼식이 있어요.
시완 : (다행인)....(얼른 볼펜으로 책상 톡톡치면서 내가 한다고 신호한다)....
과장 : 노대리?...노대리도 디자인 실장한테 맘 있어?
시완 : 아-뇨...제가 원래 인테리어 쪽에 관심이 많아서요.
과장 : 노대리가?..(직원들 다들 에이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보는데).....
시완 : 진짜에요. 저희집이 오래된 집이라 집을 고쳐볼까 하구 요즘 그쪽 관련 책두 사보구요.
과장 : 그래그래 알았어. 관심이 있든가 말든가 주말에 나와준다면야 고맙지. 노대리가 맡아.
시완 : (좋아서)......
#7. 성란방 (저녁)
커피를 들고 들어온다. 책상에 다가와 내려놓고 디자인 관련 잡지책을 꺼내다가 옆에 꽂혀있는 앨범을 본다.
성란 가만...생각난 듯 앨범을 꺼내 뒤지기 시작한다.
앨범을 넘기던 성란 대학시절 사진들 꽂힌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내 든다. 엠티 가서 찍은 단체사진이다.
남자들 틈에 싸여 밝게 웃고있는 성란의 모습 보이고,
그 맨 끝에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입 꼭 다물고 한쪽팔 깁스한 시완의 모습 보인다.
성란 그 모습 보다 그제야 기억나는 듯 아....
#8. 마당 (저녁)
한쪽에 작은 화단 있고, 화분들도 제법 많이 놓여있다. 태완이 쓰는 운동기구도 한쪽에 놓여있다.
태완 대문 따주고 시완 들어선다. 태완 얼른 현관으로 향하며.
태완 : 빨리와.
시완 : 무슨 냄새야.. (태완의 손으로 소주잔 홀짝 기울이는 동작에) 삼겹살?
#9. 마루 (저녁)
시완 태완 들어오면, 정심 부엌에서 파절이 가득 든 그릇 들고 나온다.
휴대용 가스렌지 위에 솥뚜껑모양으로 생긴 삼겹살 구이펜 놓여있고, 노소장 열심히 굽는 중.
시완 : 다녀왔어요.
정심 : 딱 맞춰 잘 왔네... (앉아서 파절이 내려놓고) 기름 텨. 옷 갈아입구 나와.
시완 : (앉으려다) 배고픈데...알았어요.
노소장 : (어느새 앉아 굽기가 무섭게 정신없이 먹어대는 태완 본다) ....야 야 니입만 입이냐 어뜩게 굽기가 무서워 이자식은.
태완 : (먹다가) .....
정심 : 왜 먹는거 갖구 그래요.. 많이 먹어 태완아.
태완 : 많이 먹을 것두 없네. 이왕 쓰는 김에 좀 확실하게 쓰지 그랬어?
정심 : 그러게 좀 적은거 같네. 충분할 줄 알았는데... 지금이라두 가서 더 사올래?
태완 : 에이 흐름이 중요한 건데 먹다 끊기면 또 그맛이 안나지...
(소주 집어 들어 따르다 보면 비었다) 어... (놓고 옆의 한병 마져 따면서) 엄마 쏘주두 이게 다야?
정심 : (웃으며) 아니...쏘주는 충분해.
태완 : (헤헤) 역시 울엄마야... 자 엄마 한잔 하셔.. (따르다 보면)
노소장 : (마땅찮은 듯 보고 있다) ......
태완 : .....아부지두 한잔 하실래요?
노소장 : ....따러... (마땅찮은 기색으로 내밀고, 태완 따르는데) .....
시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방문 열고 나와 다가온다.
정심 : 와... (수저 내민다) ...생고기라 맛이 괜찮아.
시완 : 예... (받고...먹는다) 맛있네요.
노소장 : 받어.
시완 : 예...(받는다)....(받아서 가볍에 입에 대었다 놓고 먹으려는데)
태완 : (연신 주워먹으며) 겨울엔 역시 이 삼겹살에 쏘주가 최고야....엄마 오늘 이왕 쏘는 김에 노래방 어때? 노래방?
노소장 시완 무서운 기세로 먹어대는 태완 때문에 못 먹고 보다.
노소장 : 야 야 야!
태완 : .....
노소장 : 너 땜에 지금 온 식구 젓가락이 허공에서 갈 곳을 못찾구 있는거 안보여?
시완 : 나 지금 한점 먹고 개점휴업이다.
태완 : (쩝...멈춘 사이).....
노소장 : (얼른 태완의 고기 가져다 먹으며, 시완에게) 먹어.
정심 : 왜 자꾸 먹는거 갖구 애를 구박해요. 태완아. (잔 들어 태완에게 내민다.
태완 마지못해 잔에 쨍 부딪히면 마시고 내려놓고) ...크...쓰다... 정완이가 걸린다. 정완인 저녁 먹었나?
#10. 주방 (저녁)
숙모 식탁 의자에 앉아 계란으로 눈가를 문지르며 유선전화기로 전화 중이다. 눈가에 그새 시퍼렇게 멍이 올라왔다.
숙모 : 그래 금순이가.....그래 우리 하숙생 정완이랑.....그 외 있잖아요 장동건 닮고 컴퓨터 잘하는....그래 걔랑.....
(계란 멈추고) 누가 아니래? 누가 이런 일 상상이나 했겠어? 나는 걔들 둘이 아는 사인지두 몰랐어.
금아 : (들어선다).....
숙모 : (다시 문지른다) ...여보 이런 것두 내림인가? 왜 금순엄마두 금순이 나이 때 귀신두 모르게 연애하다 금순이 가졌잖아......
맞다니까 내가 또렷이 기억해. 당신 형 죽구 금순이 낳았을 때 주변에서들 그랬어, 꽃다운 스물 하나에 청상이 됐다구,
그리구 그해 12월에 도망쳤잖아..... (뭐라 싫은소리한 듯 짜증나) 이이가 왜 나한테 이래.
누가 그 어머니 그 아들 아니랄까봐......아니 진짜 내가 금순이 임신하게 (하다 끊어진 듯 황당한 표정...기막혀 팍 끊는데)
금아 : 엄마 금순이엄마 돌아가신거 아냐?
숙모 : (움찔 놀라는).....언제 내려왔어?....
금아 : 아냐?....그럼 재혼한거야?
숙모 : (망설이다).....몰라 재혼을 했나 안했나는...했겠지. 했을꺼야.
탯줄 갓 떨어진 핏덩이 버려두고 도망 가서 연락 한번 없는걸 보면.
금아 : (어머 놀라운)....도망 갔다구?....그냥 말두 없이 가버린거야? 갓난앨 두고?
숙모 : .....그래.....그러니까 금순이한테는 절대 아무 소리 마. 니 할머니 아시면 너 죽구 나 죽구 난리 나. 알았어?
금아 : ....어....그래 그런 거면 돌아가신 걸로 아는게 낫겠다...안됐다 금순이.
숙모 : (얼굴 들이밀며) 봐봐 멍 좀 빠진거 같애?
금아 : 더 파래진거 같은데.
숙모 : 뭐?...(얼른 일어나 나간다).....
#11. 마루
숙모 다가와 탁자 앞에 앉으며, 탁자에 놓인 거울에 얼굴 비춘다.
숙모 : 진짜네...아유 이제 아예 보랏빛이네...미쳐 증말 내가 낼 곗날인데.... (옆에 놓인 썬그라스 껴보는데)
금아 : (다가와) 정완오빠 아직 안들어왔지?
숙모 : 안들어왔어....한겨울에 썬글라스 끼는 것두 웃기겠지?
금아 : 알면서 왜 물어. 금순인 이제 어떡해 되는거야 엄마?
숙모 : (그말에 본다)...둘 중 하나밖에 더 있어....어뜩하든 정완이 발목 잡고 늘어져서 책임지게 하든가....떼든가..
(하다 갑자기) 너두 혹시 사귀는 남자 있는거 아냐?
금아 : 없어. 내가 금순이처럼 능력 있는지 알어.
숙모 : 능력? 그게 능력이니?
금아 : 굉장한 능력이지. 미정이가 그러는데 정완오빠 학교 오대 얼짱 중 하나래.
오빠한테 올인한 여자애들만 기십명이라는데?
숙모 : ....잘 생기긴 했지....넌 뭐했어 그래두 한집 살면서?
금아 : 엄마 그건 무슨 뜻이야?
숙모 : (쩝 그런가)...(다시 거울 들려다 탁 놓는다) 어쩐지 어쩐지 요즘 부쩍 풀방구리 쥐드나들 듯 여길 자주 드나들드니...
(금아 본다) 나는 증말 걔가 나 도와줄려구 반찬 날라다주고 설거지 거들구 그렬려구 오는지 알았다.
그렇게 잿밥에 맘이 있어 그런지는 시커멓게 모르구.
금아 : 금순이가 그랬어?
숙모 : 하이고 어떤 날은 하루에두 열두번두 더... 나는 증말 걔가 순수하고 고운 마음으루다
니 아버지한테 돈 받어 쓰는게 고맙구 황송스러워서 나 도와주러 온지 알았드니...
하유 음흉스러운거. 끔끔해라. 어린게 발랑 까져 가지구.
#12. 대학 캠퍼스 일각 (밤)
금순과 정완 마주 서있다. 금순 차마 입을 못 열고 있다.
정완 그런 금순 살피다.
정완 : ....왜 그래. 무슨 말인데 그렇게 힘들어?.... (가만) 금순아 너 혹시... 시험 떨어졌어?
금순 : .....
정완 : (표정 보고) 그래서 표정이 그렇구나?...에이 뭘 그정도 일루 세상 다 끝난 얼굴하구 나금순답지 않게....
시험이야 또 치면 되지 까짓 치구 또 치구 하다보면
금순 : 아직 발표 안났어 그런거 아냐.
정완 : 아냐?.....그럼 무슨 일인데?
금순 : 그날... (꿀꺽, 결심하고) ....그날 오빠랑 일출보러 갔던 날.....
정완 : ......
금순 : 오빠의 정자랑 내 난자가 만나서.....새 생명이 됐나봐.
정완 : .....그게 무슨 소리야?
금순 : 그게 지금 여기에 있대...오늘 테스트약 사다가 테스트를 했는데....두 줄이 나왔어.
두줄이면....여기 애기가 있단 소리야.
정완 : (너무 놀라 표정 굳어진다).....
금순 : (애써 미소지으며) ....나두 기절하는지 알았지만....오빠 진짜 리얼하게 놀란다.
정완 : (그래도 여전한 표정).....(믿어지지 않는 듯 허) ...설마....그럴리가....확실 한거야?
금순 : (고개 끄떡인다)....
정완 : .....병원에두 가봤어?
금순 : (고개 가로젖는다).....
정완 : 병원부터 가봐야 하는거 아냐? 그래야 정확한 (하는데)
금순 : 확실해. 테스트약 정확하구.....알겠어. 두달째 그거 안해.
정완 : ....(허 감당이 안되는)....말두 안돼....
금순 : ....그래 진짜 말두 안되지.
정완 : (그러나 금순 말 들리지도 않는다).....(당황해 얼굴 손으로 만지고)...
금순 : (그런 정완 본다....예상보다 너무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에).....
정완 : (금순 시선에 그제야 금순 의식하고 보는)......
금순 : .......
#13. 대학 정문 (밤)
금순 정완 걸어온다.
정완 멈춰서고, 금순 뒤따라 멈춘다.
정완 : ....혼자 갈 수 있지?....들어가 봐야거든.
금순 : (끄떡인다).....
정완 : (망설이다).....오늘은 뭐라 말을 못하겠어. 해머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라....
실은 아직두 믿어지지 않어. 니가 꼭 장난하는거 같구.... 못믿겠어.
금순 : 이해해...(고개 끄떡이며 애써 의연하게)....나두 그러니까.
정완 : 그래 이해해 준다니 고맙다.....우리...생각해보자 어떡해야 하는지.
금순 : .....(끄떡인다)....
정완 : 생각하면....길이 있겠지....
금순 : (끄떡인다)....
정완 : .....근데 난....아직 학생이구 졸업두 안했구 군대두 가야하구....
금순 : (무심코 끄떡이다...그말에 주춤...본다).....
정완 : 넌 어때?....니 생각은?
금순 : .....나는.....생각 중이야 나두.
정완 : .....그래.....너두 아직 너무 어린데....
금순 : .....
정완 : 너무 어리잖아 우리 둘다....그래 오늘은 이만 헤어지자....일단 각자 더 생각해보구....연락하자.
금순 : .....그래...(표정 들키지 않으려 애써 보지만).....
정완 : 가...
정완 먼저 돌아서 다시 대학쪽으로 향한다.
금순 그모습 지켜보며 알 수 없는 참담함과 당황스러움에 움직일 줄 모르고.
금순 : .......
#14. 버스 정거장 (밤)
금순 걸어온다. 금순 다가와선다. 멀거니 생각에서 깨어날 줄 모르는 금순....
버스 다가와선다. 금순 모른다. 문 열리고, 운전기사 금순에게 안타냐고 소리친다.
금순 그제야 생각에서 깨어나 버스에 올라탄다.
#15. 버스안 (달리는-밤)
금순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에 시선 두고 있다. 상처받은 마음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정완E : 난 아직 학생이구 졸업두 안했구 군대두 가야하구
금순 : .....
#16. 마루 (밤)
할머니 콩나물 다듬고 있다. 시름이라도 잊어보려 하지만, 영 진도가 안나가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할머니 콩나물 놔버리고 휴...심호흡. 시계 본다.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
할머니 콩나물 그릇 집어들고 일어나 냉장고에 넣는다. 다시 시계 봤다가 현관으로 가려는데 금순 들어온다.
할머니 : 어쩌 이제와. 할미 애간장 닳게....만났어? 뭐랴?
금순 : ....오빠 못만났어.
할머니 : ....못만나? 왜 못만나?
금순 : 전화했더니 아직두 학교에 있어서 그냥 낼 만나자구 했어. 오늘은 너무 늦었잖아.
할머니 : .....
금순 : (할머니 시선에 더욱 아무렇지도 않은척) 오빠 지금 하는 일이 여럿이 같이 하는 일이라 빠져나오기 곤란하거든.
할머니 : .....그람 퍼뜩퍼뜩 집에나 오지 여적지 어서 뭐한겨?
금순 : 그냥....걸었어 여기저기...아 배고프다. 할머니 밥 남은거 있어?
할머니 : 시방 몇신디 여적지 밥두 안먹어?.....앉어 어여.
#17. 금순방 (밤)
할머니 금순 이불 펴고 나란히 누워있다.
두 사람 자는 척... 그러나 둘다 잠 못 이룬다.
금순 자는척 공연히 뒤척이며 등 돌리고 눕는다.
혹시라도 할머니 깰까봐 숨 죽이고 잠못 이루며 생각 많은 금순.
할머니 역시 뒤척이는 척 금순에게 등 돌린 눕는다.
할머니 금순의 불면과 고민을 등 뒤로 고스란히 느낀다.
정완E : 너두 아직 너무 어리구... 너무 어려 우리 둘 다.
금순 : .....
할머니 : ......
#18. 창고방 (밤)
좁은 창고방이다. 수납공간에 여러 잡동사니들 가득 채워져 있다.
영옥 들어서 불 켠다.
영옥 수납장 한쪽으로 다가가 서랍을 연다. 옷들 사이에 깊숙이 손을 넣어 작은 보석함을 하나 꺼낸다.
영옥 보석함을 꺼내들고 한참을 보다 손으로 닦는다.
영옥 천천히 보석함을 연다. 보석함 안에 비단천이 들어있다.
영옥 비단천을 들어 풀어내면, 백일쯤 지난 갓난아기의 사진이 들어있다.
사진을 들어 들여다보는 영옥...금새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여 떨어져 내린다....
영옥 입으로 손을 가리고 숨 죽여 뚝뚝 눈물만 떨군다.
영옥 : ...................
#19. 거실 (밤)
장박 서재에서 나온다.
장박 여보 부르며 주방으로 다가가 들여다본다. 주방 비었다.
장박 어디갔지? 이층 돌아본다.
#20. 이층 (밤)
장박 계단을 올라온다. 이층에도 영옥 없다.
장박 은진방으로 다가가는데, 화장실 문 열리고 은주 나온다. 샤워한 듯 가운 입었다.
장박 : 엄마 혹시 니방에 있냐?
은주 : 아뇨.. (자기방으로 다가가며)
장박 : (보다가)....(은진방 노크하고 열려는데 잠겨 있다) ...은진아.
#21. 은진방 (밤)
책상 책꽂이 침대 정도 놓인 학생방.
은진 컴 앞에서 신나게 게임하다, 깜짝 놀란다. 얼른 컴 끄고 일어나 다가가 문 연다.
장박 : 왜 방문은 잠그고 있어?
은진 : 옷 갈아 입느라구.
장박 : 엄마 여기 없지?
은진 : 없어요. 엄마 없어?
장박 : 뭐했어?
은진 : 숙제.
장박 : 그래?....오락한거 아니지?....(문 닫고 나간다)
은진 휴... 십년감수한 표정으로 다시 컴 앞으로.
#22. 창고방 (밤)
영옥 아직도 눈물 가득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보다가 천천히 손가락으로 아가를 쓰다듬는데...
장박E : 여보 당신 어딨어?
영옥 : (놀라는)....(사진을 들여다 보다 다시 비단천에 사진을 조심스럽게 넣고 천을 접는다).....
(다시 상자에 넣어 옷장 깊숙이 넣고 서랍을 닫는다).....
장박E : (가까이서 들린다) 여보... (영옥 놀라는데) ....밖에 나갔나... (현관문 여는 소리)....
영옥: (저으기 안도하고 얼른 손으로 얼굴의 눈물 닦아내고 표정 수습한다)....(다시 닦아내고 후.. 심호흡하며 또 수습한다)....
(영옥 서랍 열어 옷을 꺼낸다).....
#23. 거실 (밤)
영옥 창고문 닫고 나온다. 손에 쉐터 등 옷 몇벌 들고.
장박 현관문 닫고 들어오다 본다.
장박 : 거깄었어?
영옥 : 은진이 옷 좀 찾느라구. 한 삼년 집안 일을 손 놓다시피 했드니 진짜 엉망이야.
당장 입을 옷들이 다 창고 안에 쳐박혀 있구...나 찾았어요?
#24. 언덕길
씩씩거리고 걸어 내려오는 할머니.
할머니 아미를 휘날리며 기세좋게 걸어와.... 걸어간다.
#25. 숙모네 대문 앞 골목길
할머니 골목을 돌아 씩씩거리며 걸어온다.
할머니 거침없이 대문으로 다가와 대문 확 밀어젖히고 들어간다.
#26. 숙모네 마루
할머니 현관문 확 열어젖히고 들어서며.
할머니 : 금아야... 금아야.
숙모 주방에서 앞치마 두르고 식칼 들고 나온다.
숙모 놀라서 보면.
할머니 : 정완이가 하는 놈 어느 방이여?...
숙모 : .....
할머니 : (버럭) 아 어느 방이냐니께.
숙모 : 안들어왔어요 정완이학생 어제.
할머니 : ....안들어왔어?....
숙모 : 예에... 한번 외박이 없던 학생이었는데 어젠 안들어왔어요.
할머니 : (잠시 당황스러워)....
숙모 : 어제 금순이가 정완이 만났어요? (하는데)
할머니 : 금아야 금아 어딨냐 금아야?
숙모 : 금아는 왜요? 금아 자요 아직.
할머니 : (후르륵 금아방으로 가며) 금아야아.
#27. 택시 안 (달리는)
할머니 마치 전투를 앞둔 사람처럼 표정 딱 굳어 운전석 기사의 머리받침대를 꽉 움켜쥐고 앞만 노려보고 앉아 있다.
금아 그 옆에서 난처한 표정이고.
할머니 : 핵교 안까지 쑤욱 들어가 쥬수.
미동도 않고 앞만 노려보는 할머니.
금아 그런 할머니 힐끔 살피다 뒤쪽으로 슬쩍 물러난다.
금아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할머니 눈치 못채게 문자 메시지를 찍기 시작한다.
금아E : 나 지금 할머니한테 잡혀서 정완오빠 찾으러 학교 가는 중.
할머니 기세 봐선 정완오빠 잡히면 뼈두 못추릴꺼 같음.
#28. 금순방
금순 이불 위에서 가관으로 늘어지게 자고 있다.
핸드폰 문자메세지 왔다는 신호음이 울린다.
연거푸 울리고 나서야 금순 간신히 눈만 뜨고 더듬더듬 핸드폰 집어다 실눈으로 확인한다.
그러다 퍼뜩 정신이 드는 듯 용수철 튀듯 일어나 앉는다.
할머니 없나 방안 둘러보고 다시 문자 메시지 확인한다.
금순 : 어뜩해 어뜩해.... (일어나 잠시 허둥지둥.. 그러다 거울로 다가가 얼굴 들여다보고,
옷이랑 외투 집어들고 문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와 바지 집어들고 나가는)
#29. 현관문 밖 마당
금순 귀에 핸드폰 끼고 신발 끼며 나오는 중.
안내음e : 전화를 받지 않사오니...
금순 : (얼른 손으로 전화기 들고 1번 버튼 누른 후) 오빠 나 금순인데 지금 어디야?
지금 할머니가 오빠 만나러 학교 가는 길이거든. 만약 학교면 일단 피해 오빠. 알았지? 일단 무조건 피해.
만약 걸리는 날엔 오빠 오늘 최소한 사망이야. 알았지? 나 지금 학교로 갈게.
금순 저장버튼 누르고 핸드폰 끈다.
황급히 대문으로 향하다, 한쪽 신발 벗겨진다. 아씨...다가와 다시 신발 꿰차고 후다닥 대문으로....
- 3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