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입니다.
얼음을 뒤집어 쓴 구상나무
외롭게 서 있는 고사목이 무척 추워보입니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노고단과 반야봉
드디어 정상에 섰습니다.
중봉에서 바라본 천왕봉의 뒷모습이죠
길을 막고 울고 있는 외로운 나무 어떻게 달래줄까 고민스러웠어요
한 바탕 하고 왔지요 ㅎㅎㅎ
드디어 치가 떨리는 치밭목 대피소 , 근데 난방이 안된다네요 ㅠ ㅠ ㅠ
마지막 유평리마을 첫 집입니다.
바람과 눈, 지리산(智異山)을 걷다
언제 가도 경이로운 곳, 설레는 곳. 연수를 마치고 지친 마음을 달래려고 지리산 종주를 계획했다. 혹 동행할 사람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혼자라도 상관없다. 어쩌면 더 좋은 시간일 수도 있다. 지리산 단독 종주는 두 번째인가 보다. 지난번에는 세석 산장을 예약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평일이고 비수기고 해서 예약을 하지 않았다. 들머리를 화엄사로 할까, 장터목으로 할까 고민했다. 벽소령에서 하루 자고 치밭목 대피소에서 하루 자려면 화엄사에서 출발하는 것은 좀 무리가 따를 것으로 생각되지만 화엄사에서 오을 기회가 아직 없었기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전날 마트에 가서 간단한 준비를 하고 26일(화) 저녁 9:00에 집을 나섰다. 수원 11:20분 출발 구례구역행을 예매해 놓았다. 용산역으로 가나 수원역으로 가나 시간이 비슷하게 걸릴것 같아 이번에는 수원역으로 가기로 했다. 두 시간 정도 걸려 수원역에 도착하여 차량에 올라 타니 등산객들이 한둘이 아니어 깜짝 놀랐다. 평일인데다 성수기도 아닌데 한 량에 이렇게 많다면 이 열차 전체에 구레구행 등산객들이 얼마나 많을까 상상해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오산이었다. 이 시각 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가는 사람은 대부분 등산객이므로 다른 승객을 위해 열차 1량에만 모두 발권한 것 같다.
열차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구례구역에 내리니 택시들의 호객행위가 극성이다. 무조건 두당 만원이란다. 두리번거리며 성삼재행 버스를 찾았다. 눈치를 알았는지 기사들이 요즘은 버스가 없단다. 무조건 타라고 독촉이다. 화엄사 쪽은 말도 못붙이는 상황이다. 그냥 낯선사람 셋과 만원씩 주고 성삼재까지 갔다. 간단하게 햇반으로 요기를 하고 4시에 출발하였다. 천왕봉까지는 26Km라는 표시가 마음을 더욱 다지게 한다. 천왕봉에서 유평마을까지도 10Km는 더 가야 버스를 탈 수 있다. 노고단 갈림길을 지나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동쪽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여명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엇인가 큰 일이 일어날 것같은 팽팽한 긴장을 안은 채...
피아골로 내려가는 임걸령을 지난다. 날이 밝아오니 주변의 등줄기가 눈앞에 버티고 서 있다. 랜턴을 끄니 좀 더 가벼운 느낌이 발걸음을 빠르게 한다. 이번에는 벽소령에서 일박할 계획이니 굳이 빨리 걸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좀 더 여유를 부리면 걷는다. 내가 가야할 천왕봉이 멀리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하지는 않다. 노고단 갈림길에서부터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옷 속으로 찬바람이 파고든다.
노고단에서 아침을 먹다가 옆에 있던 비슷한 또래의 아저씨가 앞서가고 있다. 쉬는 사이에 인사를 간단히 나누었다. 알고 보니 수원역에서 열차를 같이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화성에서 왔단다. 사진을 서로 한 컷트씩 찍어주고 발걸음을 옮겼다. 노루목에 도착하니 반야봉이 유혹을 한다. 늘 바라보거나 지나치기만 했지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반야봉이다. 들려갈까 고민하다가 갈길이 머니 그냥 가기로 마음먹고 지나쳤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전라북도의 행정구역이 만난다는 삼도봉에 도착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 컷 부탁하고 나니 다시 또 반야봉이 유혹한다. 그래 이번에는 가보고 가자 하고 반야봉으로 향했다. 한 30분은 알바했겠지 생각하고 반야봉에 오른다. 생각보다 길고 길이 험하다.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그냥 지나쳐 가는가 보다. 정상에 오를즈음 한 사람이 내려오고 있다. 아까 만났던 화성인이었다. 반가웠다. 정상에서 다시 확인 도장 찍고 같이 내려섰다. 한참을 따라오더니 “걸음걸이를 보니 산행을 많이 하신 건 아닌가 봐요?” 한다.
듣기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 네 아직 초보자입니다.”하고 말았다. “내 걸음이 어설픈가보다” 생각하고 마냥 걸었다. 그는 지리산 종주가 일곱 번째란다. 그리고 혼자 잘 다닌단다. 다른 사람과 같이가면 속도가 안 맞아 힘들다고 한다. 그도 2박할 예정으로 종주하려고 한단다. 그러면 같이 동행하자고 약속하고 내가 앞서 걸었다. 토끼봉을 오르는데 사람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는 올라가는 것이 느리니 기다리지 마란다. 산행을 많이 했지만 걸음은 빠르지 않은가 보다. 가다가 기다리고 가다가 쉬면서 기다리기를 여러번 했다. 몸이 추워서 오래 기다릴 수가 없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앞서 나가는데 매서운 눈보라가 치기 시작한다. 뉴스에서 비가온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눈보라가 칠 줄은 몰랐다. 싸락눈이 거센 바람에 날려 얼굴을 때리니 앞을 볼 수가 없다. 연하천에 도착하여 물을 끓이면서 동행을 기다리는데 올 기미가 없다 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도 한 잔 먹고 우연히 뒤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뒤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상하다 왔으면 얘기를 하지 않고 혼자 먹었을까.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냥 지나치기로 하고 다시 같이 길을 나섰다.
벽소령에 도착하니 싸락눈이 비로 바뀌었다. 날씨가 따뜻해졌나 보다. 비바람이 몰아쳐서 저녁을 해먹으러 취사장에 내려갔다 오는 사이에 옷이 홀딱 다 젖어버렸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아침을 일찍 해 먹고 출발해야 내일은 치밭목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얘기를 나누고 지친몸을 뉘었다. 피곤했던지 기상 시간이 늦었다. 출발 시간이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화성인이 자기는 쉬엄쉬엄 걷다가 장터목에서 자야겠다고 한다. 나는 계획대로 치밭목까지 가겠다고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가 벽소령이니 반은 온 셈이다. 잠시 기다리기라도 하면 몸이 얼어버린다. 뒤돌아보고 다시 걷기를 여러번 하니 선비샘이 나온다 선비샘은 마른 적이 없단다 천대받던 어떤 노인이 원한이 사무쳐 이 샘위에 묻어주면 다른 사람들이 물을 마시면서 절을 할 것이라고 유언을 남겼단다. 과연 그럴듯한 전설이다. 부지런히 걸어 세석평전도 물 한 모금 마시고 지나쳤다. 어제 내린 눈과 비가 온통 나무들에게 옷을 입혀 놓았다. 장터목에서 점심을 라면으로 해결하고 바로 천왕봉으로 올랐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배터리가 속을 썩인다. 주머니에 넣었다가, 손바닥에 감쌌다가 별짓을 다하면서 한 장 부탁하여 찍기도 하고 셀카하기도 한다. 드디어 1916M 천왕봉에 섰다. 사방을 둘러본다. 얼마전 덕유에서 바라보았던 천왕봉을 이제는 여기 서서 덕유를 찾고 있다 반갑기 그지 없다. 노고단도 찾아보고 백무동 칠선계곡 하산지점인 유평리 계곡. 중산리 계곡도 확인하고 천하 명산의 정기를 품어본다. 정상석을 안고 한참이나 서 있었다. 사람이 많을 때는 이런 여유를 어디 상상이라도 할 수 있으랴. 마음이 바빠 길을 재촉한다. 이젠 정말 인적이 없다. 오늘은 이 코스를 지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치밭목으로 향한다니 혼자는 무리가 아니겠느냐고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어 마음이 푸근하다. 중봉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르고 반은 러셀이다. 이제는 혼자다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는 반은 묻혀 있다. 사진을 찍고 싶어도 배터리가 오락가락하니 아껴 써야 한다. 사진 대신 눈밭에 주저앉아 몇자 메모를 남긴다. 아무 거리낌이 없다. 그냥 자유 그것만이 존재할 뿐이다. 구상나무 가지가 누굴 기다리다 지쳤는지 처량한 어깨로 눈물을 흘리다가 그냥 고드름이 되어 길을 막고 섰다. 김삿갓이 이런 심정으로 먼 길을 나섰을까? 아직 치밭목까지는 두어 시간 더 가야 한다. 바람소리가 싸늘하게 머리위를 스쳐 지나간다. 아침부터 참고 왔던 거시기가 자꾸 뒤를 당긴다. 따뜻한 양지에다 바람이 잦은 곳을 찾아 눈을 파 헤치고 자리를 잡았다. 완전 범죄를 위해 눈으로 위장을 하고 벗은 김에 훌러덩..... 하얀 눈밭에 몸을 던져보았다. 좀 차갑긴 하지만 하늘을 보니 파란 비취빛이다. 어제의 노여움도 서러움도, 내일의 약속도 잊고 그냥 쉬고 싶다. 자연의 순백에 내 더러운 몸뚱아리를 던져 버렸다. 내일부터 또 조금씩 오염되어 갈지라도 ...
(관람불가 엿보면 안됨. ) 못믿으시면 이거라도 증거가 될지..ㅎㅎㅎ
몸은 지친대로 지쳤고 좀전만 해도 혼자라는게 좋더니만 이젠 사람이 그립다. 참 인간이란 간사하다. 심심하고 지루하고 지겹다. 수다쟁이 통통, 폴라, 장미, 골드라도 있으면 좋겠다.
또 얼마나 걸었나. 치밭목은 왜 이렇게 먼거야 야속하다. 이젠 최대장이라도 좋다. 함께 있으면 좋겠다. 내친김에 좀 늦더라도 유평리까지 내려갈까 생각해보니 시간이 많이 늦을 것같다. 그냥 치밭목에서 쉬기로 하고 허위허위 발길을 옮긴다. 깊은 계곡이니 시간은 다섯 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날은 어둑어둑하다. 서두르다 발을 헛디딜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그러던 사이 드디어 눈앞에 치밭목이 보인다. 이제 살았구나 싶다. 오후 5:15분. 퉁명스러운 산지기에게 인사를 하고 안을 들여다 보니 아무도 없다. 너무 썰렁하다고 느끼는데 안이나 밖이나 차이가 없단다. 난방이 안 된단다. “이런 C부럴” 오돌오돌 떨면서 혼자 소주 한 팩을 까고 햇반을 덥혀서 미역국과 함께 배를 채웠다.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싸늘하다. 다른 사람이라도 있으면 온기라도 있을텐데 .... 산지기가 걱정되는지 담요를 일곱장이나 주었다. 두 장 깔고 다섯 장을 덮었다. 온기가 돌지 않는다. 물주머니가 생각났다. 물을 끓여 주머니에 넣었다. ‘유레카’ 이 뜨거운 물주머니가 새벽까지 몸을 따뜻하게 녹여 줄줄을 어떻게 알았을까. 혼자 독채를 차지하고 자다보니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깨보니 11시가 넘었는데 어떤 미친 두 놈이 이제 산장을 찾은 것이다. 정말 나보다 더 미친 놈들이었다. 지금까지 야간 산행을 하고 왔단 말인가?
새벽에 그놈들이 자는 것을 보고 조용히 밥을 긇여 먹고 유평리로 출발했다. 보이지 않는 산지기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하산했다. 무척 길고도 지루한 대원사 코스다. 그래선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 대원사에 들러 시주하고 하산하다. 공공화장실 청소를 한다는 할머니를 만나 이런 저런 자식 얘기 들으면서 걸으니 지루하지 않았다. 11시 유평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 산행시작한지 55시간째, 거리 약 40Km 산행을 종료한다. 오늘도 내 인생의 추억을 조용히 메모하였다.
첫댓글 울림의 교과서 입니당...!!! & 내 하고는 지리산이 너무나 먼듯하네여!!~~ ㅎㅎ
수다쟁이 통통, 폴라, 장미, 골드라도 있으면 좋겠다.~~ 우하하~~~~~~~ **라도 ? ㅋㅋㅋ
그래도 네분은 꿩이잖여!!난 닭여~~~ㅎㅎ
수다쟁이(떠든사람들)... 역쉬리 쌤님한테 딱 걸렸으요!!~~ ㅎㅎ
칠판에 적어놀겨 떠든사람 (통통, 폴라, 장미, 골드)- 나머지 청소
담요를 일곱장이나 가지고 주무신 대장님이야 말루 남자의 자격 충분합니다~~ㅎㅎ 저는 55시간아니라 55km 산행를 하면 우째될까요???? 장하십니다!~~대장님~~~멋진 사진 잘 보고갑니다~~~
두장깔고 다섯장으로 덮었거든~ㅋㅋㅋ
일곱장 깔고 엎어져 자면 일곱장 깔고 일곱장 덮은건데 그럼 좀 나았을껄....ㅎㅎ
아침에 무심코 들어왔다가 생각지도 않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제 가슴이 벅차오르고 뿌듯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몸은 여기 있어도 마음은 대장님하고 지리산 종주하고 왔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담에 술한잔 대접하께요
아~~대원사 저도 한번밖에 못갔었는데 초창기여서 그랬는지 멀고도 힘들었던 기억과함께 하산후 유평리 첫집에서 먹은 막걸리맛은 아직도 최고의 맛으로 기억됩니다 치밭목산장앞에서 누군가 끓여먹던 라면이 그렇게 맛있어 보였었는데 언제 꼭 거기서 하루 묶어오고 싶네요 꿩 네분 시간되면 갑시다~~~ㅎㅎ
꽃피고 새우는 꽃피는 봄날에 저 반만 ㅎㅎ====>나 꽁 맞주우~~
우리네는 "나도 언제 한번" 이라는 꿈도 꿀수 없는 긴장정에 악조건인것 같습니다.멋지고 대단하세요
꿩이 산을 무서워하면 그건 닭여~~~ㅎㅎㅎㅎㅎ
꿩도 좋고 닭도 좋아요 하룻밤만 잡시다. 저 장날 아닌 장터목에서 ^^*
멋지고 부럽습니다....*^^*
대단하신 우리 대장님, 역시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