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조항에 멸치 어선이 들어오고 있다. 새벽에 나간 멸치 어선은 오후 2~4시에 들어온다. 2 미조항 수협 공판장 뒷골목에는 멸치횟집이 성황을 이룬다. 봄과 여름에만 멸치회를 맛볼 수 있다. 3 ‘보물섬 마늘나라’는 마늘 박물관으로, 5월이면 마늘 축제가 열린다.
남해대교를 넘어 남해읍으로 들어서며 멸치횟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멸치회는커녕 생선 가게 하나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았다. 기름도 채울 겸 주유소에 들러 멸치회의 행방을 물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주유소의 주인들은 대체로 살아 있는 관광 정보를 전해주는 가이드들이니까. “미조항으로 가그라. 남쪽 끼테까정 갈라모 빨리 서둘리야 할끼다. 곧 배가 디리올끼다.”
누구냐, 너? 멸치냐, 생선이냐? 미조항으로 들어서자 항구 중앙에 수협 공판장이 나타난다. 오후라 그런지 공판장은 휑하기 그지없다. 배가 들어온다고 하더니, 혹 공판장은 새벽에 열리는 것 아닐까?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공판장 옆 수협 건물 뒤로 돌아가니 멸치횟집이 즐비하게 나타난다. 여러 집 가운데서 한참 망설이다 방송에 몇 번 나왔던, 제주도 도지사도 일부러 찾아왔던, 남해군에서 지정 업소로 선정한 ‘삼현식당(055-867-6498)’으로 들어선다. “사장님, 멸치회 있나요?” “좋은 거 묵을라모 쪼매 기달리라. 곧 디리올끼다.” 곧 들어온다고? 삼현식당 김종례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멸치잡이 배는 보통 새벽 3~4시에 나가서 오후 2~4시쯤 들어온단다. 그리고 들어온 배들은 선착장에 이르기 전에 항구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어 건져 올리는데, 그물에서 튀어 오르는 멸치를 낚아채기 위해 갈매기 떼들이 하늘을 뒤덮으면 조만간 공판이 시작될 거라는 신호라고 한다. 항구에 들어서며 본 갈매기 떼가 왜 그렇게 치열하게 끼룩거렸는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멸치회를 제외한 상차림을 미리 받아놓고 다시 공판장으로 나오자, 배 한 척이 선착장에 이른다. 그와 동시에 썰렁했던 공판장이 갑자기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멸치잡이 어부들과 가족들, 멸치를 공판장까지 나르는 사람들, 나르는 도중에 떨어지는 멸치를 주워 담는 알뜰한 할머니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관광버스도 때맞춰 들어온다. 공판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자 느긋하게 중개인이 나타나고, 잠시 멸치의 양을 가늠하던 그는 크게 호루라기를 분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변 식당가와 가게에서 일군의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달려나와 합류한다.
1 마늘의 고장답게 바다를 마주한 들판과 산 능선에는 온통 마늘 밭 천지다. 2 ‘보물섬 마늘나라’박물관 입구에 서 있는 마늘 캐릭터. 3 남해군의 면 단위 마을에서는 날짜를 달리하여 장이 열리기 때문에 여행자가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장터를 구경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멸치가 팔려나가기 시작한다. 공판은 TV에서 본 것처럼 요란하지 않다. 중개인은 그저 도매상인들과 합의하에 평균 가격을 확인하고 “니는 다섯 개, 니는 일곱 개”라며 간단히 분배하는 것이 전부이며, 현장에 멸치를 사러 나온 일반인에게 소금에 절인 멸치를 파는 도깨비 시장은 10분도 채 안 되어 파장한다. 배에서 내려진 멸치는 불과 30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