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경산업 내수시장은 외국기업에게
-일본 도레이 수처리 운영관리사업 인수-
정부는 내수시장에 머물던 환경산업에 대해 해외로 눈을 돌려 수출기업 위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수출은 반도체, 석유제품, 석유화학, 자동차가 수출시장에 51%를 차지한다.
환경부도 전체매출에서 수출은 4%(1조 8천억 원)에 머무는 환경(녹색)산업의 2023년 수출 목표를 150억 불(20조 원)로 잡았다.
하지만 그 형태는 대기업의 수주하는 전체 토목공사 실적을 통한 매출로 토목사업을 제외하면 실제 환경산업의 참 목표는 불투명하다.
우리나라 대표적 물 기업인 수자원공사는 그동안 세계시장 개척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한국환경공단도 해외사업에 치중하기에는 산업 구조상 자유롭지 못하다.
내수시장에서 원천적 뿌리를 다지지 못하고 기술경쟁력도 키우지 못한 실책과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도 미흡했다. 기술, 토목, 금융, 법, 회계 등과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도 전문성과 현장성에서 패착을 거듭했다는 것이 대내외적인 평가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수자원공사의 2023년 수출전략은 우즈베크의 코지켄트 양수 발전사업(5천억 원)은 IFC, EDF 등의 협력 모델로, 키르기의 Chu강 유역 소수력발전은 온실가스감축사업으로, 인니의 스마랑시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2천6백억 원), 덴파사르 스마트물관리 시범사업 등은 EDCF 차관과 PPP 사업으로 추진한다.
키르기의 이식쿨 스마트도시 Pre-F/S 사업과 말레이의 클랑 스마트도시 Pre-F/S 사업은 기술수출을 중심으로, 솔로몬의 Tina Hybrid 형 태양광사업은 온실가스감축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실패를 더 이상 답습하지 않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금은 진일보한 이 같은 해외산업 전략은 곳곳에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해외 전담 인력도 매우 빈약하고 세계 대륙별 사업 정보도 구축되지 않았다.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이 진출한 대륙의 정보도 상호 교류가 어렵고 그 정보도 기업별 주력 산업에 치우쳐 융합적 정보가 취약한 게 현실이다.
정부가 해외에 역점을 두고 시동을 걸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 시장은 해외기업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우리나라 최장수 수처리 전문기업인 한미엔텍의 5개 분야 중 운영사업부가 일본 도레이가 인수하여 수처리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수처리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베올리아워터가 한국 시장에 직접 참가하여 민간 하‧폐수 사업에 뛰어든 지 10여 년을 넘고 있으며 일본 도레이는 수처리 기업인 한미엔텍의 운영관리 분야 사업을 인수하여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운영관리사업 분야는 한미엔텍의 총매출에 50%인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반 사업으로 전라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20여 하‧폐수처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도레이 주식회사는 연 2조 5천억 엔의 매출을 올리는 미쓰이 그룹의 대표적인 계열사이다. 화학, 섬유, 탄소섬유를 비롯하여 수처리 분야에서는 나일론 섬유인 멤브레인을 제조하여 정수기와 고도정수처리용 막여과의 세계적인 기업이다. 도레이는 4:6으로 합작 설립한 새한그룹이 도산하자 이를 인수하여 100% 지분을 갖고 도레이 그룹의 자회사가 되었다.
이후 국내 최대 정수기업체인 웅진케미칼이 매물로 나오면서 또다시 인수하여 도레이케미칼이 되어 구미공단, 공주, 새만금 등 전국에 10여 개의 제조시설을 운영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여과막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같은 섬유회사인 코오롱, 효성 등이 미래 선진화 사업에 실패한 가운데 부품 제조기업인 일본 도레이는 또다시 운영 관리전문기업을 인수했다. 그것은 국내 시장에서 막여과 정수처리 공정에 필수적인 관련 제품(원천기술)을 지속해서 확산하고 유지관리를 통한 핵심부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장고의 포석이다.
운영관리권을 가짐으로써 핵심부품을 지속해서 확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전략기지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일본 최대 활성탄 제조업체인 쿠라레이는 세계적인 활성탄 기업인 칼곤카본(미국)을 인수했으며, 일본의 오사카 가스(Osaka Gas Chemicals)는 자코비(JACOBI, 스웨덴)를 인수했다. 환경문제가 지구촌 문제로 확산하면서 활성탄 수요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세계의 석탄 및 야자계 원산지를 확보하고 제조, 가공 등을 통해 세계시장을 일본이 흔들게 되었고 한국은 일본의 그물망에 종속되게 되었다. 또 다른 자원외교의 승리이다.
한편, 프랑스의 물 산업 기업인 베올리아는 지난 2021년 유럽 최대 맞수 기업인 수에즈를 128억 유로(약 17조 1천 588억 원)에 인수·합병하여 유럽 등 5개 대륙에서 연간 49조 5천 844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세계시장은 경쟁기업의 흡수통합을 통해 소모적 경쟁보다 세계시장에 대한 확고한 우위를 점하거나, 연계된 사업을 인수하여 안정적으로 핵심 부품산업을 확산하고, 지속적인 운영관리를 통해 안정적으로 핵심부품을 지속해서 공급하여 세계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 산업에 있어서 뚜렷하게 경쟁력을 지닌 대기업군도 없으며 수자원공사와 한국환경공단은 ′80년대식 국가의 통제를 받아 반민, 반관의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수장이나 하‧폐수처리의 운영관리, 수처리, 막여과, 활성탄, 밸브, 파이프 등 소재산업과의 연합이나 통합 운영 등도 이뤄지지 않아 국제 경쟁력에서는 자본, 정보, 영업력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고 소모적 행위만 지속되고 있다.
계량기 분야는 국내 10여 개 기업이면 족하지만 50여 개 사가 넘고, PE, PVC 파이프 사업은 시장 경쟁력도 없으면서 100여 개가 난립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만이라도 핵심 부품산업과의 연계와 운영관리를 위한 설계와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노리는 국내 제품들의 통합적 전투력이 절실하다.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몸짓 부풀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 경쟁력에서 우리나라의 환경(녹색)산업의 향방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대응이 원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시기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