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가 까다로워 많은 물량을 수입해오는 지황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높은 소득을 올리는 농업인이 있다. 전북 정읍의 박진관 씨는 지황 수확량이 3.3㎡당 7~9㎏으로 많다. 박씨만의 지황 재배 기술과 생산량을 높이는 노하우를 알아봤다.
수량 많은 신품종 도입, 계약재배로 소득 높여
전북 정읍의 박진관 씨(48·은수성농원 대표)는 1만 9800㎡(6000평) 규모로 지황 농사를 짓는다. 일반 농가의 지황 수확량이 3.3㎡(1평)당 평균 5~6㎏인데 박씨는 이를 웃도는 7~9㎏으로 많아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올해는 품질 좋은 지황을 전량 계약재배로 납품해 약 2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예상한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같은 재배지라도 배수가 좋지 않은 곳은 군데군데 지황 뿌리가 썩는 현상이 발생해 수확량이 다소 떨어질 것 같아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아서 전체 재배 밭의 70% 이상에서 3.3㎡당 9㎏ 이상 수확했어요.” 박씨의 설명에 따르면 지황의 3.3㎡당 소득(순수익)은 약 2만 5000원 선으로 높다. 보통 인삼을 4년 동안 재배해 3.3㎡당 8만~10만 원의 수익을 내 1년 소득으로 환산하면 약 2만~2만 5000원인데, 지황은 6~7개월 키워서 2만 5000원의 순수익을 내는 고소득 작물이다.
최근에는 지황이 면역 증진과 심혈관계 질환 개선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려져 건강 기능성 식품 원료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다수성 신품종 ‘다강’ 도입, 수량 많고 병해충에 강해] 고향인 정읍에 정착해 2011년부터 지황을 재배한 박씨는 농사 경력이 30~40년 넘는 이웃 농가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안정적인 소득을 올린다. 특별한 비결을 묻자 “재배가 까다로운 지황 농사를 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농촌진흥청과 정읍시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 기술 지원도 많이 받고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농장의 토양 등 환경에 맞는 자신만의 지황 재배법과 경험을 쌓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는 박씨는 신품종 <다강>을 도입하고 수확량이 늘어 소득에 보탬이 됐다.
“처음에는 주로 <토강> 품종을 재배하다가 2년 전부터 다강을 시험재배했어요. 다강은 대조 품종(지황1호)보다 수확량이 15% 많고 병해충에 강한 것이 장점이에요. 앞으로는 다강을 주력으로 재배하면서 새로운 품종도 시험재배할 계획이에요.” 지황 신품종 육성을 담당하는 농촌진흥청 약용작물과 한종원 연구사는 “다강은 대조 품종보다 잎이 많고 뿌리가 가늘며 뿌리 수가 많아 농가 선호도가 높다”며 “특히 뿌리썩음병에 비교적 강해 수량이 많?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토강의 뿌리는 진한 황색을 띠고 모양이 쭉 뻗은 직근 형태로 캐기가 쉽다. 반면 다강은 뿌리가 굵고 울퉁불퉁한 편이며 잘 부러지기 때문에 캘 때 조심해야 한다. 다강은 즙이 많이 나와 가공용으로 적합하고 비가 많이 와도 썩는 것이 덜한 장점이 있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재배 적지 선정하고 퇴비로 땅심 높여] 박씨는 지황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연작장해를 막고 고품질 지황을 생산하려고 토양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지황은 재배지에 따라 수확량이 크게 차이 나므로 적지 선?과 토양 관리가 중요해요. 토양은 물 빠짐이 좋고 굵은 모래가 섞인 사질토나 사양토가 좋아요. 보통 토양의 색이 노란빛이 나면 모래흙이고 붉은빛은 황토가 많아요. 그래서 비가 온 후 밭에 들어가 보고 신발에 흙이 달라붙지 않고 물 빠짐이 좋은 곳을 선정해요.” 또한 지황을 재배할 예정지를 고를 때는 밭의 방향과 토질을 먼저 본다며 박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인삼은 음지성 작물이지만 지황은 햇볕을 잘 받아야 뿌리가 굵어지기 때문에 북향은 피하고 배수가 잘되는 서향이 재배지로 알맞은 지형이라고.
지황 농사는 연작장해 발?에 대비하기 위해 객토를 하거나 돌려짓기를 해야 한다. 객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새로운 재배지를 구해서 지황 농사를 짓는다.
“새로운 땅을 임차해 토양 관리를 할 때 앞그루(전작)로 어떤 작물을 재배했는지 알아봐야 해요. 거름을 많이 넣지 않는 콩 농사를 한 경우 깻묵 등 퇴비와 화학 비료를 많이 넣어야 하지만 고추 등 다비성 작물을 재배한 경우 적당량의 퇴비를 넣어야 해요.” 아울러 박씨는 “반드시 지황을 심었던 밭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황을 재배했다면 최소 8년은 지나야 연작장해가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우량 종근 선별, 아주심기 시기 조절해 품질 관리] 박씨는 “고품질 지황을 생산하려면 우량 종근 관리와 생육 환경에 맞는 재배법이 중요하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영양 번식을 하는 지황은 종근이 얼거나 썩으면 농사에 실패할 수 있어요. 땅이 얼기 전에 수확을 끝낸 후 0.8~1㎝ 굵기의 지황을 종근용으로 선별해요. 1~2℃의 저온창고에 보관하면서 종근이 얼거나 수분이 마르지 않게 수확용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보관해요.” 번식용 종근으로 사용할 뿌리는 선단과 꼬리 부분을 잘라내고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잘라 본밭에 심는다. 지황은 4월 초순에서 5월 말까지 심는 것이 적당하다. 박씨는 기계 수확이 어려운 지황을 순차적으로 수확하기 위해 3월 말~4월 초, 4월 말~5월 초, 5월 말~6월 초에 나눠서 심는다.
“정읍 지역을 기준으로 지황을 3월 말~4월 초에 심으면 수확량이 많이 나와요. 단, 꽃대가 많이 올라오고 4~5월에 잡초가 많이 나서 손이 많이 가는 것이 단점이지요. 5월 말~6월초에 지황을 심으면 꽃대와 잡초 제거에 일손이 줄어요. 6월초에 심은 지황은 12월 중순에 수확하는데 뿌리가 굵고 품질이 균일해서 좋아요.” 먼저 지황을 심므 밭을 로터리 작업한 다음 두둑을 너비 160㎝, 높이 40㎝로 만들고, 검은색 유공비닐(8구)을 씌운다. 어린눈이 깨끗하게 1~2개만 난 종근을 선별해 심어야 입모율이 높다. 아주심기를 할 때 종근은 2.5㎝로 자르는 게 적당하며, 종근을 세우지 말고 깊이 2~3㎝로 뉘어 수평심기를 한 다음 흙을 덮어준다.
[배수 관리 철저·병해충 예방으로 수확량 향상] 지황은 새싹이 나온 후 본잎이 4~5개가 되면 꽃대가 나오는데 이때 가급적 빨리 꽃대를 잘라줘야 뿌리가 굵고 수확량이 향상된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지황은 싹이 난 후 잡초와 노린재 등 해충 피해만 주의하면 돼요. 보통 5월부터 노린재가 나오므로 아주심기하고 45~60일 후부터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특히 장마철에는 고온다습해 균이 많고 고온기에는 해충이 많이 발생해요.” 아울러 박씨는 지황 뿌리는 습해에 약하므로 배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수가 안 되면 뿌리썩음병이 발생하는데 7~9월 비대기에 썩으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박씨는 지황을 전량 계약재배하며 칠보농협 옹동제약에서 위탁 수매해 KGC인삼공사 등으로 납품한다. 올해는 새로운 판?를 개척해 정읍 생지황연구회 농가의 지황을 수매할 계획이다. 전북 원광대학교 재단 원광제약에 생즙 가공용으로 납품 계약도 했다.
“지황은 생으로 먹기 어려워 1차 가공을 해야 해요. 농업인이 생산부터 가공·판매까지 하는 것은 어렵지만 수확 후 생즙으로 짜는 1차 가공을 해야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어요. 지황 생즙을 가공할 수 있는 공동 가공시설이 없어서 아쉬워요.” 앞으로 정읍 지황이 새로운 소득작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박씨는 “지황은 경옥고와 십전대보탕 등 한방 약재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수요가 늘고 있어 농가소득 증대와 판로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