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햇살이
뿜어낸 색깔들로 뽐을 내는
가을이 지나간 자리를 더듬어
남편과 저는 옛 추억에 젖곤 합니다
김치찌개 하나만
파는 식당을 남편과 함께 운영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메뉴판에는 가격표가 없는데요
“왜냐구요?
남편 맘이라서요.....“
그날그날 마다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나
막노동판에서 하루를 벌어 먹고사는
힘든 사람들이 많이 오면
“부족하진 않으셨어요?“
“잘 먹었습니다 얼마인가요?”
“아…. 네 천 원입니다”
조손가정의 아이들이나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오는 날에는
그나마 받는 천원조차도
안 받는 날이 허다하다 보니
저녁 장사를 마치고
천 원짜리만 수두룩한 금고를 쳐다보며
내일 장사는 뭐로 하나
걱정하고 있는 마누라 마음은 모르고
"여보..
종량제 봉투가 좀 남네
더 버릴 것 없어?”
“있어”
“뭐?”
“당신.....!”
아내의 마음 안에
어떤 마음들이 숨 쉬는지
몰라줘 서운할때도 있지만
남편의 따뜻한 그 마음을 알고 있기에
뚝배기에 사랑을
한가득 곱빼기로 퍼담아 내어주고는
남편과 함께
열심히 살아온 추억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이런 시간들을 모아가다 보니
“사장님예
저 기억하시겠습미꺼?“
코흘리개 어린 시절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란 아이들이
수북한 국그릇의 온기를 못 잊어
예쁜 아들딸의 손을 잡고 찾아오는 모습에
남편과 저는
그 시절에 흘린 땀이
따듯한 눈물로 변해가는 보람도
느끼곤 한답니다
오늘의
나에게 힘내라며
파란 가을 하늘 사이로 고개를 내민
아침을 걸어가던 남편은
길가에서 폐지 상자를 정리하는
할머니가 머무는 후미진 자리에 멈춰서서는
언제 샀는지 가방에서
카트 칼을 꺼내어 줄을 매달아 놓더니
빨간 새 장갑 한 켤레를 놓아둔 자리에
“할머니...
힘드실 땐 이 칼을 사용하세요
그리고 손도 다칠 수 있느니
안전하게 장갑도 끼시고요..“
작은
메모지를 바람풀로 붙여놓고는
하루를 시작하러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에
저는 오늘도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꾸미는 여자보다
꿈꾸는 여자가 좋다며 다가온
남편이랑
결혼한 지 30년이 지난 오늘도
남편이 나를 보며 말없이 미소 짓는 건
나를 위한 남편의
기도였다는 걸 알아가면서
“당신 오늘도
나랑 함께해줘서 고마워“
라는
삶이 묻어나는 한마디로
세상을 너무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남편은
있을 때 나누는 정은
나를 위한 만족일 수 있지만
없는 가운데 나누는 정이야말로
남을 위한
진정한 기쁨이 될 수 있다고
땅속 깊이 발을 묻고 서 있는 나무처럼
체온의 온기보다 말의 온기가 더 따뜻한
남편을 보며
“여보,,,
내 남편이어서 정말 고마워요“
오늘도 우리 부부는
두 개의 반쪽이 모여 하나로 만들어준
남편과....
아내와...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나의
전부를 쪼개 반을 나누어 준 사람
그 사람이 부부이기에...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첫댓글 한 편의 서사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