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러시… 몸집불리기 나선 증권사
[머니S리포트-불안정한 증시… 증권사의 생존전략]① 자본확충부터 사업 다각화까지… 수익증대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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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리테일(개인) 부문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업계의 실적 감소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각 증권사들이 자본확충을 통한 외형 확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
지난해 기록적인 실적으로 함박웃음을 지은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리테일(개인) 부문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감소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각 증권사들이 자본확충을 통한 외형 확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몸집이 커질수록 투자할 수 있는 사업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확충한 자본력을 활용, IB(기업금융) 사업 강화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주식 거래대금이 크게 감소하는 등 리테일 부문 이익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올해 1분기는 금리 및 지수 변동성까지 확대돼 트레이딩 수익이 부진할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커버리지 5사,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키움증권·삼성증권) 1분기 실적은 지난해 4분기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수 증권사들은 업계 전반의 실적 불안을 의식한 듯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며 주가 방어와 시장의 호평가를 꾀하고 있는 모양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되고 있는 자사 주식을 사들여 시중 유통 발행 주식 수를 줄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자사 주식을 매입해 없애버리는 자사주 소각 역시 발행 주식 수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당순이익(EPS) 증가, 배당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으로도 직결된다. 주가를 올려 주주가치를 제고하면 실적 부진을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고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도 따라올 수 있다.
유상증자로 덩치 키우는 증권사들
다수 증권사들은 유상증자(주식 추가 발행으로 자금을 새로 조달해 자본금을 늘리는 일)로 자본금 확보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초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40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10월에도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 농협금융지주가 이를 전액 부담한 바 있다. 이번 증자로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2397억원으로 늘게 됐으며 한국투자증권(7조1510억원)을 꺾고 미래에셋증권(10조6135억원)에 이은 업계 2위에 자리하게 됐다.
다올투자증권(구 KTB투자증권)은 최근 재무 안정성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약 48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발행되며 제3자배정 대상자는 한투캐피탈, OK저축은행, 예스코홀딩스, 교정공제회 등이다. RCPS는 일정 조건에 따라 만기시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을 가리킨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2020년 2003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규모를 1조원대로 끌어올린 후 2년 만에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선 셈이다. 자본 확충이 마무리되면 자기자본 1조3000억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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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증권사들은 유상증자(주식 추가 발행으로 자금을 새로 조달해 자본금을 늘리는 일)로 자본금 확보에 나섰다. 사진은 다올투자증권(왼쪽부터), 하이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사옥. /사진제공=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NH투자증권 |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환원 강화
자사주 매입의 대표주자는 메리츠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월, 6월, 1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3400억원 규모 소각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3월17일 10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계약기간은 내년 3월16일까지다. 이번 신탁계약으로 취득하는 주식 역시 계약종료 후 전량 이익소각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출범 이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확대하면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향후 3년간 주주환원성향을 조정 당기순이익의 30% 이상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월 836억원 규모 자사주 1000만주 매입, 1740억원 규모 자사주 2000만주 소각 계획을 결정했다. 이미 지급한 배당금1880억원과 올해 소각한 자사주는 총 3622억원으로 이미 주주환원 성향 30%를 뛰어넘었다.
키움증권은 3년 만에 439억원 규모의 자사주 50만주 매입을 공시했다. 대신증권도 244억원 규모의 자사주 150만주 취득을 결정했다.
영업환경 악화에도 하이·BNK투자증권 등급전망↑
몸집을 불린 영향으로 신용등급전망이 상향된 증권사들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하이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자본확충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창출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하이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부문별 영업수익 비중은 IB 부문 51.41%, 자기매매 24.41%, 위탁매매 19.94% 순이다. 이예리 나신평 금융평가1실 선임연구원은 “올해 금리상승 가능성과 주식시장 둔화 가능성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환경과 위탁매매부문에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자본확충에 따른 IB 부문의 사업기반 강화 및 상대적으로 낮은 증시의존도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시장환경에 대응하며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기준 0.2%에 머물렀던 BNK투자증권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위탁매매·IB·자기매매 등 전 부문의 고른 성장에 따라 2020년 2.0%, 지난해 3.5% 등 개선을 보여줬다. 윤재성 나신평 금융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을 웃도는 자기자본을 확보하고 수익구조 다각화에 힘입어 수익성과 시장지위가 개선된 점, 자본적정성 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신용등급 전망을 올리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머니S] 2022.04.05.
첫댓글 자기자본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