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삶
“그렇게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어요?”
벤손 몬시뇰이 쓴 소설 속의 한 소녀가 묵주기도에 대해 수녀님께 질문하는 내용 중 한 구절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신앙이 있는 가정에서 자라왔지만,신앙심이 깊지도 않았고,
기도 생활과는 전혀 거리가 먼삶을 살아온지라, 저 또한 위의 소녀와 비슷한 질문을
마음속에 늘 갖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살아생전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고 행복해하시던
외할머니, 10년 넘는 기간동안 9일 기도를 한 번도 멈추지 않으시던 어머니를 봐 오면서도,
‘참 대단하시다’라고만 생각했을 뿐,
저 스스로 기도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는 우리의 머리카락 개수까지 다 알고 계시다는데, 그럼굳이 기도로 알리지 않아도
우리 마음속 원하는 일들을 다 알고 계실 테고, 이루어 주실 일이면 알아서 다 해주시
지 않겠어?’ 무언가 들어주십사 청한다는 행동 자체가 왠지 낯간지럽고 염치없어 보이면서 불필요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계속 그렇게 누군가에게 의지만 하며 사는 삶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요. 그분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삶은 나약함이 이끌어낸 잘못된 삶이라 생각하며 오랜 시간을 살아온 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무늬만 신자인 신앙생활을 하며,
가끔 냉담 속에 그분을 부정하려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제게도 어느 날 진정한 하느님을 만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제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깜깜한 상황 속에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에 쥐게 된묵주. 그렇게 시작하게 된 기도가 9일 기도였습니다.
그때 처음 만난 성모님은 정말로 따뜻한 분이셨고, 하느님께 제기도를 전해주시는 유일한 사랑의
어머니셨습니다. 간절히 청하자 하느님께서는 놀랍게도 저의 벼랑 끝 기도를 들어주셨고,
그때의 기적과 감사를 기억하며 저는 지금까지수년째 9일 기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며 그때를 추억해보니, 참으로 절실하고 간절하게 기도드리던 제 모습이 떠올라,
지금의 제 기도생활을 반성하게 됩니다. 소리 내어 성모님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문 한 구절씩 곱씹어느끼던 진실하고 성실한 기도. 그 순수한 기도를 그분께서얼마나 기쁘게 들으셨을지를 생각하니,
그때의 첫 마음을잊지 않고 기도하리라 하는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됩니다.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기도라는 것을 알기 전과 후의 삶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염치없고 불필요한 행동이라 여겼던 기도에대한 생각의 틀은, 그분께 작은 것 하나까지 말씀드리며 대화하는 시간들로 바뀌어 채워졌고, 자기 스스로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관념들은, 기도를 통해 내 안의 그릇됨을 찾아내어 반성함으로써, 그분께서 이끄시는 참된 삶의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행복을 아는 삶,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그분께서 일상에 뿌려주신 소소한 축복들에 기뻐할 수 있는 삶. 하느님께서 기도를 통해 제게 알려주신 기적과도 같은 선물입니다.
손여은 카타리나 | 배우
-서울주보글.2017.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