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
8월 22일 일 이틀째…
자명종도 없이 아침 6시부터 눈이 떠지다니! 집에선 꼼지락 거리다 박차고 일어나는 시간이 7시인데…*^^*
지난 밤 받아 둔 시간표 대로 람페레 시내 행 8:16분 버스를 타기 전까지 Check Out과 잠깐의 산책을 하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창문을 여니 푸른 숲의 냄새를 가득 안은 싸아한 새벽 공기가 들어 온다.
기분이 업!
드라이어 대신 가져온 플라스틱 헤어 롤을(나도 참… *^^*) 머리에 감으며 랄라 룰루… 절로 흥이 난다. 배낭을 챙겨 리셉션을 향해 200미터를 다시 내려 간다.
방갈로의 장기 투숙객인가 보다…
애완견과 벌써 아침 산책을 마치고 들어가는 폼새이다.
유럽… 행복한 견공들의 세상…
넓다란 잔디밭에 오줌을 갈기고 앞발로 판 흙을 뒷발로 덮고…주인은 자기 자식을 보는 듯 참을성 있게 개가 볼일(!)을 끌낼 때까지 마냥 기다려 준다. 다정하게 말을 건네며… 적어도 하루에 3~4번 반복되는 이 일을 3층에 사는 이웃 아줌마는 비가 오나 마나 꾸준히 하신다.
아~ 탄성이 절로…어젠 밤의 어두움에 가려져 있던 이곳,
…바로 앞이 호수였다니… 사진이 잘 나와야 할텐데
Tampere Camping "Harmala"
앗차!
호수의 아름다움에 취한 나머지 아침 먹을 시간을 놓쳐 버리고 허둥지둥 다시 250미터 떨어진 버스 정류장으로 달린다.일요일이라 버스 배차가 1시간 간격이란다.
타라는 61,62 버스는 늦나? 26번 버스가 오길래 “시내 가나요? 간다!” 단답형 질문과 대답이 끝나기도 전 후다닥 타 버렸는데… 2 유로란다… 흑. 비싸다. 15분여 머물렀던 버스에서 본 경치로 탐페레 관광(!!)을 마치고 9시 7분 헬싱키행 Inter City를 기다린다. 역 매표소에 들러 Scanrail Pass에 개시일 확인 도장을 받고 어슬렁거리며 엽서를 뒤적거리다 맘에 드는 엽서를 샀다.
흠… 퍽 Intelligent한 기차다…지금껏 타본 기차 중 가장 좋은 걸? 시속 160이면 빠른데 흔들림이 거의 없다.
일본 신간센도 좋았지만 그건 12년 전이었고… 한국의 고속철은 어떠할까?
천장의 모니터에선 계속 기차 시설 이용에 대한 화면이 움직인다. 앗… 자전거도 옷걸이에 걸 듯 원터치로 거는구나… 촌놈 서울 구경하듯 일부러 화장실에 들어간다. 후훗… 우유병을 데우기 위한 전기 주전자도 있네…
내가 좋아하는 비가 차창을 때린다.
빗방울 놀이라고나 할까?
몇 개의 물방울은 큰 물줄기를 이루며 굵은 자취를
남기며 사라지는데 희미하게, 보이지도 않게 짧게 끝나는
안타까운 놈들도 있다…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이것과 다를까?......
헬싱키…
비가 그치지 않는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공모전을 통해 건축되어진…바위틈을 뚫고 지은… 땅속에 묻힌 교회… 자연과 화합하는 아름다움의 힘…가이드 책의 시간 안내가 틀리다니…
일요일은 오전 시간엔 11:45~12:15 겨우 30분만 연단다…오후 개장 시간까지(15:45~17:45) 3시간 넘게 더 기다릴 수가 없어 엽서를 사는 걸로 맘을 달랜다. 교회를 뒤덮은 흙더미 위에 제법 큰 나무들과 벤치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다는 것이 경이롭지 않은가?.
트람 1일권(6유로)을 사서 3T 순환선을 타고 시내 구경을 한다. 헬싱키는 작은 도시이다. 인포에서 혹은 트람 기사에게서 얻는 트람 노선표만 있으면 도시가 한눈에 잡힌다.
마켓광장. 다행히 비가 그쳤다.
생으로 먹는 완두콩의 맛… 군침을 흘리다 10유로를 주고 먹은 철판 구이 모듬 해물 요리…꼭 드셔보시라.^^
낯선 곳,낯선 음식으로의 여행…이게 맛있을까,저게 좋을까 고민하는 즐거움…그러다 운이 딱 맞았을 때의 더 큰 즐거움…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놓치기 싫은 즐거움이다.
스톡홀름행 17:30 바이킹 라인… 드디어 승선이다.
난생 처음 낯선 이들과 잠들어야 하는 이 밤…
스톡홀름에 교환 학생으로 가는 중이라는 핀란드 대학생,
스톡홀름에서 일한다는 40대 러시아 아주머니.
얼굴 볼 새도 없이 다른 친구 방으로 옮긴 또 다른 외국인 친구…
4인이 각각 다른 국적…하지만 선량한 눈빛은 다를 바가 없다. 첨에 혹 짐이라도
잃어버릴까 걱정했던 내 생각이 바보스럽다.
나도 그들에게 똑같이 낯선 이방인일텐데…
출항…
다들 10층 데크에 나와 찬 바람을 맞고 있다.
의외로 한 눈에 다 들어오는 헬싱키 부두이다.
군데 군데의 섬들… 조그만 집들과 요트가 매어져 있는 선착장… 아름답다.
각양 각색의 관광객들…여기 저기 이태리 사람이 많다.
옆에 섰던 50대로 보이는 이도 이태리 아저씨다.
본 조르노?....본 조르노… 내가 이태리 말로 대답하니 반가운가보다.
이것 저것 질문이 쏟아진다.
역시 이태리 남자….^^ 경계하는 눈치가 읽혀졌나 보다.
명함을 내밀고 저녁 식사 후 뭐할 거냐고 웃으며 물어본다…^^
시간이 되면 갈게요… 어디?... 후후… 나이트 클럽…
저녁 뷔페 시간이 2개로 나뉜 것.
내가 빠른 6시 30분 뷔페였다는 걸 모르고 7시 30분에서야 가곤(8시까지 식사를
마쳐야 한단다) 8시 30분에 시작하는 저녁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배가 그리 고
프지 않다는 생각에 서둘러 아까운 23유로 짜리 식사를 마쳤다.
여자 혼자 여행한다는 것…
귀찮은 일이 생긴다. 방해받고 싶지 않은 순간에 방해꾼이 생긴다.
모스크바에서 왔다는 남자…
흘낏 거리는 눈초리가 수상쩍다 싶었는데 역시…말을 붙인다.
어라?…일행이라는 막심…태권도 코치란다.
무도를 하는 이라서일까…말수가 없는 게 맘에 든다…
하지만…빠이빠이…선내 아이쇼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이런…그 넓은 배의 그 많은 사람들 중 그 이태리…Paolo랑 외나무 다리 얘기처럼
코너를 돌면서 마주쳤다. 이것도 인연? 눈빛이 푸르다. 보통 이태리 사람들이 갖
기 힘든 색이다. 푸른 폴로 셔츠에 걸친 연 하늘빛 스웨터… 치노 팬츠…
그의 눈빛에 정말 잘 어울리는 완벽한 코디이다. ^^ 변호사라는 직업이 신뢰감을
주긴 주나 보다. 가라 오께를 잠시 기웃거린 후(다들 카수들) 나이트 클럽에 갔다
하루쯤 망가져 볼까? 후훗…
Mojito…이태리어로는 모이또라고 읽는다.…
신선한 라임과 금방 짜넣은 민트 향이 진한 럼과 잘 어울리는 칵테일이다.
이 아저씨…22살 딸 하나를 둔 이혼남… 좀 외로운가 보다…
자기 얘길 주절 주절…하지만 직업때문인가?
굉장히 예리하게 나를 금방 파악하는 그가 부담스럽다.
그래… 어쩡쩡한 부루스를 2번 추고는 빠이 빠이~ 그래도 벌써 11시다.
결혼반지든 뭐든 4번째 손가락을 채우고 왔어야 하는데…
여긴 결혼한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반지를 낀다. 그러니 비어 있는 손가락
을 보면…아~ 쟤는 싱글!!!....말 붙일 빌미를 절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4인용 선실.. 아래쪽 침대에선 벌써 새끈 새끈… 나도 서둘러 잠을 청한다.
부드러운 파도의 너울이 나를 스르르~
어느 순간엔가 잠이 들고 말았다.
첫댓글 이탈리아 남자!! 어디를 가던지 유별나죠 ㅋㅋ 이탈리아남자들이 빠른게 있다는데... 여자 꼬시는거랑 자동차 운전하는거라죠^^; 바이킹라인... 굉장히 크군요! 10층에 데크가 있다니...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부루스! ㅎㅎ 이 글중 보이는게 왜 저것뿐일까요..ㅋㅋ 담부턴 반지 꼭 끼우고 가세요^^
ㅋㅋㅋ 제가 실야라인 타고 나이트에 갔는데요 제 손가락에 낀 반지보고 저보고 결혼 했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시치미 뚝 떼고 절대 결혼 안했다고 말했는데...ㅋㅋ 지금 생각해 보니까 아마 걔네들은 알았을것 같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