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문가칼럼
[백영옥의 말과 글] [334] 소금꽃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3.12.23. 03:00업데이트 2023.12.23. 05:37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3/12/23/B4R7FSCZT5EALM2FTTZOBI25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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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택시에서 가수 진성의 ‘소금꽃’을 들었다. “눈물도 말라버린/ 가시밭 땀방울/ 서러움에 꽃이 된/ 아버지 등 뒤에 핀 하얀 소금꽃….” 문득 설악산을 오르며 본 한 남자가 떠올랐다. 체력이 약한 나는 작은 배낭을 하나 메고 헉헉대며 모퉁이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그때 앞을 가로지르는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보였다. 커다란 지게에 짊어진 음료수가 한가득인 그의 어깨에는 소금꽃이 눈처럼 하얗게 피어나고 있었다.
윤성학의 ‘소금 시’에는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는 구절이 있다.
로마 시대 군인들은 월급으로 소금을 받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샐러리맨(salaryman)의 어원은 소금을 뜻하는 ‘sal’에서 왔는데 노동의 대가인 급여를 의미하는 라틴어 ‘salarium’에서 유래했다. 흥미로운 건 옛 고려와 조선 병사들이 ‘sal’이 아니라 ‘쌀’을 급료로 받았다는 것이다. ‘sal’과 ‘쌀’에서는 다른 듯 비슷한 ‘땀’ 냄새가 난다. 어쩌면 삶은 소금을 얻기 위한 투쟁 기록일지 모르겠다.
언어를 살피면 기이할 정도로 닮아 있는 것이 보인다. 길을 뜻하는 ‘road’와 짐을 뜻하는 ‘load’의 발음과 철자가 비슷한 것처럼 말이다. 흔히 인생의 여정을 길로 표현하는데, 짐 없이 갈 수 있는 길은 가벼운 산책길뿐, 어떤 짐도 없이 갈 수 있는 여행길은 없다. 그러므로 길을 떠난다는 건 그 무게를 감당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의 야경이 아름다운 건 당신들의 야근 때문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낮에도 밤에도 소금땀을 흘리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표현한 말이다. 우리는 오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출근이라는 여정을 떠난다. 거기에는 이고 지어야 할 오늘의 짐이 있다. 오늘도 우리는 나의 소금을 내어주고 타인의 소금을 받는다.
밥좀도
2023.12.23 06:10:01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국가 안전이나 개인 행복도 피와 땀과 눈물을 혹독하게 흘린 결정체임을 되새길 때다. 좌파처럼 공짜 바라다가는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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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3.12.23 05:55:01
늦둥이가 500/1의 취업문을 통과한 뒤, 신용카드를 줬다. "친구들을 만나면 밥도 사드리고 사용하시라."고. 그게 어떻게 버는 돈인데... 새벽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올 때도 있고, 검정셔츠 등에 소금꽃이 길게 드리우며 버는 돈. 마음속에는 소금꽃이 또 얼마나 피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