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11가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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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를 지배한 슈퍼 마리오부터
온라인을 달군 ‘바벤하이머’ 밈,
새로운 역사를 쓴 외국어 영화 등
지난 1년간 영화계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선정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오는 10일(현지시간)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할리우드의 심장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주요 부문을 싹쓸이하며 새 역사를 썼다.
그리고 올해는 ‘아메리칸 픽션’, ‘플라워 킬링 문’같은
영화가 여러 부문에 후보에 오르며
또 한 번 기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
이벤트 혹은 관전 포인트 11가지를 살펴봤다.
1. 엠마 스톤, ‘아카데미 2번 수상 여배우’ 목록에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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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스톤은 자신이 주연 및 제작한 영화
‘가여운 것들’로 작품상 및 여우주연상
후보 모두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은 과연
이번 시상식에서 35세 이전에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수상한 8번째 여배우가 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이러한 기록을 세운 여배우로는
메릴 스트립, 조디 포스터, 엘리자베스 테일러, 베티 데이비스,
루이제 라이너,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힐러리 스왱크가 있다.
남배우 중에선 이러한 기록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이미 지난 2017년 ‘라라랜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엠마 스톤은
2020년작 ‘노마드랜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에 이어
같은 영화로 여우주연상과 작품상 후보 모두에
오른 2번째 여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엠마 스톤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장담하긴 이르다.
현재 여우주연상을 두고 엠마 스톤과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턴 간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2. ‘바비’, 8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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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인형에 대한 고정관념을 풍자한 영화
‘바비’의 그레타 거윅(오른쪽에서 4번째) 감독과 영화 출연진
비록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엔 오르지 못했으나,
영화 ‘바비’는 이미 아카데미 후보작의 새 역사를 썼다.
‘바비’의 감독이자 공동 각본가인 그레타 거윅은
‘레이디 버드(2017),’ ‘작은 아씨들(2019),’ ‘바비’ 등
감독을 맡은 첫 3편의 영화가 모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유일한 감독이다.
총 8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바비’이지만,
빌리 아일리시의 ‘왓 워스 아이 메이드 포’로
주제가상 하나만 수상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8년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영화
‘스타 이즈 본’이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레이디 가가의 ‘섈로우’로 주제가상 하나만
수상했던 상황과 떠오른다.
3. 작품상 후보에 오른 외국어 영화가 최다인 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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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프랑스어 영화 ‘추락의 해부’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외국어 영화 2편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영화 ‘기생충’은 비영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의 새 역사를 썼다.
수상 몇 주 전, 봉준호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수상 소감 당시
“자막이라는 1인치 높이의 장벽만 넘으면
정말 멋진 영화를 많이 접할 수 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아카데미 측은
봉준호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 후보작에 선정된 것이다.
2024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엔
미국 영화이지만 부분적으로는 한국어로 제작된
영화 1편과 외국어 영화 2편이 이름을 올렸다.
그리 대단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지금껏 외국어 영화는 1년에 최대 1편만이
작품상 후보로 올랐던 아카데미의
지난 96년 역사에선 새로운 기록이다.
칸 영화제에서 선보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프랑스어 영화 ‘추락의 해부’는
이번 아카데미에선 작품상에 이어
감독상, 각본상 등 총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마찬가지로 칸 영화제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국 제작사가 맡아 독일어로 제작한 홀로코스트 영화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또한 작품상 포함
총 5개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아울러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부문에는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된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또한 이름을 올렸다.
4. 킬리언 머피, 아카데미 10년의 기록 깨나
아일랜드 출신 배우 킬리언 머피는 원자폭탄 개발 과정을
다룬 영화‘오펜하이머’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영화 ‘오펜하이머’가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에서 트로피를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오펜하이머’가 작품상을 받고, 해당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 킬리언 머피가
남우주연상마저 수상한다면,
2012년 이후 남우주연상과 작품상
모두 가져가는 최초의 영화가 된다.
2012년 해당 기록을 세운 건
영화 ‘아티스트’와 주연 배우 장 뒤자르댕이었다.
아울러 킬리언 머피는 아일랜드 출신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가 된다.
5. 올해 후보로 오른 커플은 4쌍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연인 아서 하라리와 함께
‘추락의 해부’의 각본을 맡아 함께 각본상 후보로도 선정됐다
감독상 후보인 쥐스틴 트리에는
연인 아서 하라리와 함께
각본상 후보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앞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리에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우린 아파트에 갇혀 있으면서”
이 영화의 각본을 썼다면서 “이상하게도”
결과적으로 서로를 죽이지 않았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에마 토머스, 크리스토퍼 놀란 부부가 제작한
‘오펜하이머’는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한편 에마 토머스, 크리스토퍼 놀란 부부는
공동 제작한 ‘오펜하이머’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아울러 ‘영화’ 바비 덕에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 부부는
함께 각색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 영화의 공동 제작자인
마고 로비와 톰 애커리 부부
또한 작품상 후보의 제작자가 됐다.
6. 브래들리 쿠퍼, 이번엔 드디어 트로피를 품에 안을까
브래들리 쿠퍼는 올해 드디어
아카데미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까
영화 ‘행오버(2009)’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브래들리 쿠퍼는 여러 영화에서
주연, 감독, 각본을 맡으며 무려 12차례나
아카데미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한번도 트로피를 손에 넣지 못했다.
사실 쿠퍼는 아카데미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생존 인물 중 5번째로 가장 많이 후보로
선정된 기록을 지녔다.
쿠퍼보다 더 많이 후보로 선정됐으나,
수상하지 못한 이들은
사운드 엔지니어인 그렉 P. 러셀(16회),
작곡가 토마스 뉴먼(15회), 작사가 다이앤 워렌(15회),
특수효과 감독 다니엘 수딕(13회) 뿐이다.
올해 시상식에서 쿠퍼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으로
남우주연상,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나,
해당 부문에서의 수상 확률은 그리 높지 않기에
올해도 이 기록을 깨긴 쉽지 않아 보인다.
7. 동성애자 배우로 새로운 역사를 쓴 두 인물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조디 포스터와 콜먼 도밍고는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며 이미 새 역사를 썼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사상 최초로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배우 2명이
수상 후보에 올랐다.
두 배우 모두 영화에서도 동성애자 역할을 맡았다.
영화 ‘러스틴’에서 흑인 민권 운동가
베이어드 러스틴을 연기한 콜먼 도밍고와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에서
수영 코치 보니 스톨을 연기한
조디 포스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배우가 후보로 오른 건
지난 1998년 ‘갓 앤 몬스터’에 출연한 이안 맥켈런이 유일하다.
맥컬런 또한 해당 영화에서 동성애자 역을 맡았다.
8. 릴리 글래드스턴, 아메리카 원주민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선정
배우 릴리 글래드스턴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이 될 수 있을까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배우 릴리 글래드스턴(37)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앞서 영화 ‘웨일 라이더’의
뉴질랜드 출신 배우 키샤 캐슬휴스,
영화 ‘로마’의 멕시코 출신 배우
얄리차 아파리시오가 있기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원주민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아메리카 원주민 배우로는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사례다.
글래드스턴은 미 북서부 몬태나의
‘블랙피트 인디언 보호구역’ 출신이다.
글래드스턴은 이미 미국 배우조합상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했으며,
당시 출신 부족 고유의 블랙피트어로도
짧게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9. 이미 새 역사를 쓴 ‘아메리칸 픽션’
스털링 K. 브라운(왼쪽)과 제프리 라이트는
풍자 영화 ‘아메리칸 픽션’에 출연했다
영화 ‘아메리칸 픽션’으로 제프리 라이트와
스털링 K. 브라운가 각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흑인 배우 2명이 한 영화로 주연과
조연 부문에 함께 선정된 최초 사례다.
‘아메리칸 픽션’은 한 흑인 작가가
인종적 고정관념과 비유를 담은 책을 농담 삼아 썼다가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부당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10.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이번엔
놀란 감독 덕에 남우조연상 거의 확실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1950년대 ‘미국 원자력위원회’를 이끌었던
루이스 스트로스 의장 역을 맡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 덕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남우조연상 수상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2008년,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트로픽 썬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을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당시 그는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에게 트로피를 내준 바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올해엔 다우니 주니어가
놀란의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1950년대 ‘미국 원자력위원회’를 이끌었던
루이스 스트로스 의장 역을 멋지게 해내며
남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 사후 아카데미상 후보로 오른 싱어송라이터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로비 로버트슨은
지난해 8월,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록 그룹 ‘더 밴드’의 멤버로도 잘 알려진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로비 로버트슨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사운드트랙을 맡아 작곡했다.
로버트슨은 해당 영회 외에도 지난 수십 년간
스코세이지 감독과 여러 영화에서 함께 일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로버트슨은 ‘플라워 킬링 문’이
개봉하기도 전인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났다.
로버트슨은 ‘성난 황소(1980)’, ‘’코미디의 왕(1982)’,
‘컬러 오브 머니(1986)’, ‘카지노(1995)’, ‘갱스 오브 뉴욕(2002)’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 ‘아이리시맨(2019)와 같은
영화의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다.
로버트슨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부문에
사후 후보로 지명됐으며,
스코세이지 감독은 ‘플라워 킬링 문’을
로버트슨과의 추억에 바친다고 밝혔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