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은 저녁만 되면 한화야구에 울고 웃는 한화이글스의 父子팬입니다.
저는 다이나마이트 빙그레 시절을 추억하는 이글스 광팬입니다.
아들만 하나 있는데, 2004년 아이가 4살 때 처음 인천 문학경기장 한화경기에 데려 가보니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얌전히 제 옆에서 야구를 보더라구요,,됐다 싶었죠.
그 뒤로 목동,문학,잠실 한화경기 때 계속 데리고 다녔고, 아이는 불행히도(ㅋㅋ) 그렇게 한화팬이 되었지요.
6살 때 인가 현대유니콘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수원 경기에 갔는데(선발투수 정민철, 김태균 홈런),
아이는 이미 한화 광팬(훌리건 수준)이 되어, 상대편 야유하다가 현대팬들이 너무 어린 꼬마가 그러니까
어이 없어서 웃더라구요..그 해 한국시리즈 올라가고 그 뒤로 헐,,
8살 때는 문학경기장 개막전 다음 경기를 보러 가서, 3루 프렌들리존에 앉았는데
경기내내 주심이 우리한테 계속 불리한 볼판정을 해서
아이가 계속 주심을 야유를 하니까, 3루심이 클리어링타임 때 다가와서 볼을 하나 주면서 씨익 웃더라구요..
물론 아이는 야유를 계속했습니다.
문제는,
아이랑 야구장 갈 때마다 지고(직관 승률이 2할 정도?),
특히 문학경기장은 찬란했던 김성근 SK가 상대이기때문에 참담했습니다. 직관 전패..
SK가 너무 싫어서 경기장에서 받은 SK응원타올을 집에서 오랫동안 발걸레로 썼습니다. ㅋㅋ
오랜만에 이기는 경기 보러가자 해서 갔던, 류현진이 나온 목동경기에도 지고(류현진 6실점 조기강판),,,
경기 끝나고 자리에서 아이한테 진심으로 얘기했어요,,
아빠때문에 한화팬이 되었는데 정말정말 미안하고
너는 서울에서 태어났으니 이제부터는 서울팀이나 외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롯데를 응원하라고.
아빠도 이제 한화팬 안할거니까 너도 이제 떠나라고.
아이는 아무말도 없더군요,,참 슬펐습니다.
아이는 이제부터 한화팬 안할거라는 아빠의 얘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아이는 9살이 되어 리틀야구단에 들어갔습니다...집에서 가까운 히어로즈리틀야구단.
사실 아이가 더이상 한화팬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히어로즈팬이 되길 바랬습니다.
아이와 한화팬으로서의 고통을 공유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빠는 원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애는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그쵸?
어느 해, 한화는 플레이오프 진작에 탈락했고, 히어로즈는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목동구장에 갔는데, 저는 한화 응원하고 아이는 넥센 응원하기로 하고 서로 떨어져 앉아서 경기를 봤는데
이녀석,,한화를 응원하고 있더군요. 끝나고 집에 가면서 아이가 그러더군요.
'아빠, 도저히 안돼. 그냥 한화 응원할래.'
'그래, 우리는 한화팬이다. 우리가 보면 최강팀인데 다만 져도 납득할 수 있는 경기만 하면 좋겠다, 그치?'
그 뒤로 우리 부자는 꼴찌를 도맡아 하는 한화 야구에 조금 무심한 채 하면서
물론 각자 마음 졸이면서 열심히 한화를 응원하고 있었지요.
한화 이기면 그날은 네이버 다음 야구기사 다 읽고 하일라이트 반복해서 보고,
집안 분위기도 지는 날까지는 좋고, 한화가 지는 날부터 인터넷, TV는 이기는 날까지 안봅니다.
우리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까페 글들 보니까 다른 분들도 그렇더군요. ㅋㅋ
집사람은 야구시즌 되면 야구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유감스러워 하지만,
이제는 체념했습니다. 또 한명의 보살이 생긴 거죠. 짝짝~
2009년 이후 작년까지, 매년 우리는 프로야구 개막 전에는 올해는 한화가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시작해서 매시즌 초반, 올해도 안되나벼,,,그 느낌 아시죠?
어느 덧 아이는 자라서, 모 중학교 야구선수가 되었고 이제는 제가 아이에게 야구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서로 토론도 할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만,
변하지 않는 건 우리 부자는 한화팬입니다. 집사람은 우리 부자의 팬이고요.
작년 가을, SK 시절 우리를 혹독하게 짓밟았던 김성근 감독이 우리 팀 감독으로 부임하고,
실실 웃으면서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개로 타자를 농락하던 송은범이 입단하게 되고,
우리 두 부자는 한화팬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라고 하면서
2015년 프로야구 개막을 학수고대했습니다. (저는 일때문에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 주말에만 집에 갑니다)
엊그제 LG 경기 정성훈 홈런으로 역전패하고 집에 전화를 했는데,
아이도 야구 연습 끝나고 집에 와서 경기 후반을 봤더군요.
전화로 서로 울분을 토하고, 아이가 '아빠, 내일은 이길 거야' 그러더군요.
제가 아이에게 얘기했어요.
'근데, 아빠는 너희 팀(야구부)이 져서 분한 것보다 한화가 야구 지는 게 더 분하다'
아이가 그러더군요. '아빠, 솔직히 나도 그래'
헤헤....
어제는 이성열 홈런, 윤구진 폭투, 강경학 폭풍질주,,,
끝나고 아이와 통화했죠. 아이도 흥분한 목소리였구요.
아이와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와~~한화 야구, 144경기를 이렇게 하면 어떡하냐'
더 많이 이겨줬으면 좋겟지만,
한화라서, 이글스라서 행복합니다.
아들도 아마 여기 까페 회원인 거 같은데,
아들이 이 글 볼 수도 있어서 아들한테 한마디 합니다.
'아들아, 한화 야구는 아빠한테 맡겨 두고, 너는 이제 너 야구에 좀 신경써라.'
아이가 뭐라고 할까요? ㅋㅋ
-끝-
첫댓글 좋네요 ~~~ 부럽습니다~~~
송구스럽습니다..;-)
ㅎㅎㅎ 재미있는 글입니다. 아드님 야구 잘해서 나중에 한화 선수의 핵심이 되길 기원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아이가 직업야구선수까지 되면 제 인생 험난합니다요,,ㅋㅋ
저와 비슷하네요... 아빨따라 한화팬 된거... 흥미진진할때 전화옵니다. 봤냐구... 이동할때 잠깐잠깐 보나 봅니다. 같이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네요. 고3이라서...
아드님 졸업하면 또 같이 하실 수 있겠습니다. 고3 아드님 건승하길 기원합니다.
흐뭇하네요. ^^
감사합니다 !! 야구로 행복하시길..
저도 아버지에 이어서 2대째 이글스팬인데 2006년 제가 야구를 처음 보기시작했을때 류현진선수 데뷔전이 끝나고 호탕하게우승시면서 물건이 또 나왔다고 박수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흠...말씀에 여러 생각이 납니다. 2대 이글스팬 계산동이글스님, 화이팅 하십쇼!!
보는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가 않네요...아드님 나중에 꼭 한화 선수가 될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아이한테는 운동은 즐거울 때까지만 하라고 얘기합니다. 어려운 얘기지요.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와.. 부럽네요!
우리딸은 왜 야구장을 싫어할까요?ㅠ
롯데광팬인 아버지를 둔 제 집사람도 야구를 싫어했으나, 가끔 야구장은 따라 갑니다.
열광적인 분위기는 좋대요.
따님 미래에 야구광팬인 좋은 남자친구 만나면, 싫어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ㅋㅋ
물론 아버지하고는 같이 안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에고에고
부럽습니다~~ ㅎㅎ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길 빌겠습니다~~
우아 우리첫째가 3살 둘째가 1살인데 내년에는 가봐야겠군요 저도 우리 아들들이랑 한화야구 보면서 서로 울분토하면서 얘기할수있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네요ㅎㅎ근데 한화를 응원할까요?? 애들이. . .
ㅋㅋ,,2대가 같은 팀 야구팬이면 좋은 점도 많지만,,성적이 안좋으면 리스크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화팬하면 아이들 인내심과 아량을 배울 수 있으니 추천합니다 !!
저도 올해 한화 수원경기는 무조건 다볼 계획이구요~~~
정말 자랑스런운 한화 부자팬입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올해 수원경기 한화가 많이 이겨줬으면 하는데 상대가 KT네요. KT가 초반에 분발해줘야 하는데..
그래도 많이 이겨야겠죠?
감동입니다...
송구합니다. 한화팬분들 자체가 감동입니다. 한화팬분들 대단합니다.
부럽습니다. 재밌네요 ㅎㅎㅎ
요즘 한화야구를 보면서 이전 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이제는 승리에 대한 욕심이 납니다. 안되면 말고!!ㅋㅋ
울컥하면서 봤네요. ㅎ 저희 아들은 이제 6살인데 '독수리팀'이 최고인 줄 알고 있어요. 곧 현실이 되겠죠 ^^
솔직히, 저도 아이와의 예전 기억들을 끄집어 내면서 몇 번 울컥했습니다. 6살 아드님한테 진짜 최강한화를 보여 주실 수 있겠습니다!! 부럽습니다.
이런게 행복이겠죠.
감사합니다. again 1999 !!!!
부럽당...
송구합니다..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좋은 추억이네요. 김성근 감독이 와서 그냥 후련합니다.
공감이 팍팍갑니다^^
저도 군대다녀온 다큰 아들녀석만 둘인데 아이들 유치원때부터 야구장에 데리고 다녔으니
팬이된지 벌써 20년이 훌쩍넘었네요^^
질때는 화가나서 집안분위기 쐬하고 있으면
외출에서 돌아온 울 마눌님 "또 졌구만"하고
놀립니다~ㅋㅋ
그래도 주말이면 우리 삼부자 도시락 싸들고
열심히 직관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