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항상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재작년인가 다음해 다이어리와 플래너 그리고 탁상일지를 사기 위해 11월 어느날 교보문고를 갔었다.
넓은 진열대에 내가 찾는 양지사의 탁상일지와 다이어리 그리고 플래너는 보이지 않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미 다 팔리고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몇군데를 가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급기야는 센텀주변의 문방구를 다 돌아다닌 끝에
겨우 더 비싼 다이어리를 구할 수가 있었다. 그런 다음 작년에는 일찍감치 10월16일에 교보문고에 들라서 구입하였다.
오늘 방금 교보문고에 가서 2024년도용 다이어리 플래너 탁상일지를 사왔다. 영수증을 보니 32800원이다.
학교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하다보니 메모하는 습관이 들어 위의 3가지는 필수품목이 되었다.
지금은 은퇴하여 백수가 되었어도 메모하는 숩관은 그대로 남아 있다. 밖에 나갈 일도 별로 없어 메모할 일도 없지만
없으면 그냥 서운하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아무리 양식이 없어도 내년에 파종할 보리와 나락은 종자를 고이 간직해 둔다.
한해의 농사를 망치면 식구들 양식이 없어 굶어야 하므로 풀뿌리를 캐아 먹든 나무껍질을 벗겨 먹든 씨나락과 보리는 남겨 놓아야 했다.
나락 한톨이 자라서 열매를 맺으면 약250알이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황식물로 알려진 강냉이는 척박한 토지에도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불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렇지만 강냉이는 우리의 주식이 될 수 없으니까 나락과 보리를 심는 것이다.
한해의 계획은 보통 정초에 세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농사를 보면 우리 조상들은 그 전해에 내년에 지을 농사를 위해
씨앗들을 준비하고 논밭도 갈아엎고 거름도 져다내어 토지를 비옥하게 만든 것을 보면 벌써 한 해 전에 다음해의 준비를 미리 해 왔던 것이다.
요즘 신세대는 '베짱이와 개미'의 우화를 잘 모를 것이다. 한여름 그늘에 앉아 노래나 부르면서 세월을 보내고선
추운 겨울이 오자 한여름 땀흘려 일한 개미를 찾아가 양식을 빌려달라는 베짱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