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브루쉘에서 룩셈부르그까지 기차여행을 한적이 있었다. 룩셈부르그는 베네룩스 삼개국중
하나인 작은 도시국가로써 브루쉘에서 3시간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데 한국여행객들은 잘 찾지 않는
그런 코스이기도 하다. 유럽의 기차내부는 대게 복도를 가운데에 두고 이인용좌석과 일인용좌석으로
되어있으며 한쪽방향으로 좌석이 설치되어 있지만 두세개정도는 마주보는 좌석으로 설치되어있다.
물론 마주보는 좌석 중간 벽에는 간단한 음료수나 물건을 올려놓을수 있는 작은 테일블이 앙증맞게
설치되어 있다.
브루쉘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마주보는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차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차가 떠나기바로 직전 숨이 턱까지 올라온 왠 동양인 아줌마 하나가 기차에 오르더니 하필 내앞에
자리 를 잡고 앉는 것이였다.
기차를 타본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마주보는 좌석에 앉아있을때 시선처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똑바로 바라다 보기도 그렇고 마냥 외면하기에도 그렇고 아무튼 그때 나는 낯선 분위기가 어색
하기만 하여 차창밖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던 중이였는데
'가톨릭 형제님시군요,,,,반갑습니다,,,저는 이곳에 파견나온 글라라수녀입니다.'
그랬다. 그 조선족 아줌마 같은 촌스런 사복을 입고 내앞에 앉은분은 한국에서 오신 수녀님이셨다.
(참고로 유럽에선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사복을 입으신다.그리고 한국의 수녀님들은 사복에 익숙하지 않아
옷입는 컨셉이 마치 조선족아줌마들같이 좀 촌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나는 놀라움과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꾸벅인사를 하며 나의 세례명은 바오로이며 온양본당에 적을 두고 있다는 등
몇가지의 신상발언을 하는 것으로 예의를 갖춘후 자리에 앉을수 있었다.
수녀님께서 내가 가톨릭신자인 것을 알게된 것은 손가락에 끼고 있는 묵주반지와 팔목에 차고 있는 묵주
팔찌를 보고 알게 된 모양이였다.
기차가 출발하고 수녀님은 자신의 소속은 안동교구이며 이곳에 오게된 이유와 한국을 떠나온지 1년6개월
정도 되었으며 앞으로도 10년더 이곳에서 봉사를 해야 될것 같다는 말을 덧붙히기도 했다.
수녀님께서 이곳에 오게된 이유는 부루쉘에서 룩셈부르크로 가다가 부루쉘에서 두시간정도 기차로 달리면
있는 '보랭'이란 작은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 '성모마리아님 출현 성지' 가 있고 그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수녀님은 뜬금없이 자신의 운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였다.
'한국에서 여기올때 운동화 두컬레를 가지고 왔어요.두컬레면 5년정도는 신을수 있겠지 생각해서 그런건데
유럽은 걷는 곳이 많아서 그런지 일년육개월만에 두 컬레의 운동화가 모두 다 닳아서 신을수가 없게되었네요.'
워낙 청빈하고 근검절약을 철저하게 수행하고 지내시는 수녀님들의 생활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말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으며 또한 이곳이 한국이면 당장 내려서
한컬레 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음에 그저 안타까운 생각만 들었고 그저 묵묵히 수녀님의 푸념을
들어주는 것으로 나의 안타까움을 대신할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수녀님은 헤어지기가 아쉽다는 말씀과 함께 수녀님이 근무하고 계신 '보랭'이란 곳에서 내렸고
나는 어둠이 깔린 룩셈브르크를 여기저기 둘러본 귀국 수녀님과의 우연한 동행을 까많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느날 도미니크수녀님과 수락산을 등반하던중
'바오로님,,,이게 글쓰는 소재과 될지 모르겠네요,,,창원에는요,,,수녀님들의 구두를 돈을 받지 않고 수선을 해
주는 곳이 있어요,,,'만복양화점'인가 아무튼 그곳은 우리들에게 돈을 받지 않아요,,,'
'그런곳이 다있어요,,,? 참 복받을 양반이구만,,,,'
어느날 도미니크 수녀님께서 낡은 구두와 손을 봐야할 운동화 한컬레를 수선하기 위해 그곳에 맡긴 모양이다.
그리고 며칠후 구두와 운동화를 찾아왔고 구두는 신었지만 운동화는 그냥 포장된 상채로 신발장에보관하고
있던중 운동화 신을일이 있어 포장을 풀어보니 수녀님의 운동화는 없고 새로 산듯한 운동화 한컬레가 그안에
들어있더라는 것이였다.
깜짝 놀랜 수녀님은 다음날 그 양화점으로 쫓아 가서 걱정스런 목소리로 '운동화가 바뀐 것 같아요,,,
내껀낡은건데,,,이 운동화는 새로 산것 같네요,,,'
'허허,,,수녀님도,,,그냥 신으시지,,,그걸 다시 가지고 오시면 어떻해요,,,,사실은 수녀님 운동화는 아무리 고칠래도
너무 낡아 고칠수가 없더라구요,,,,그래서 운동화가게에서 한컬레 샀습니다,,,그러니 아무말씀하지 마시고
그냥 신으세요,,,'
'아니,,,아저씨가 무슨돈이 있다고 이 비싼 운동화를 사셨어요,,,,그러면 안되잖아요,,,,나 못신겠어요,,,,'
'참내,,,그럼,,,다른 수녀님에게 주시던가요,,,난 모르니 수녀님이 알아서 하세요,,,,'
',,,,,'
손사래까지 마구 저으며 운동화를 가져가라던 만복양화점 사장님의 고집을 꺽을수 없다는 판단이 든 도미니크
수녀님은 포장된 운동화를 다시 수녀원으로 가지고 와선 도미니크수녀님은 신지 못하고 결국은 동료수녀님이
신을 수 있게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왠지 마음이 짠해지며 묘한 감동이 온몸으로 몰려오는 것이였다.
그래서였을가 그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운동화 한컬레 때문에 한시간을 푸념하며 고민을 하던 부루쉘
여행시 기차에서 만났던 '보랭'의 수녀님도 생각나는 것이였다.
도미니크수녀님은 지금도 낡은 구두와 운동화를 신고 다니신다. 글라라 수녀님도 먼 이국땅에서 낡은 운동화를
걱정하며 그리 사시고 계실 것이다. 그렇다. 그냥 낡으면 버리고 다시사서 신으면 될 낡은 운동화까지 수선하여
신으시며 가난하게 생활하고 계신다. 그래서 나는 그런 마인드로 긴 신앙의 길을 홀로 걷고 계신 수녀님같은
성직자들을 존경하지 않을수 없다..
'도미니크 수녀님,,,내 다음에 월급타면 운동화 한컬레 사드릴께요,,,,
그러니 낡은 운동화는 이제 그만 벗어 버리세요,,,'
첫댓글 수녀님들의 삶을
우리가 어찌 이해 하겠습니까?
언제 어디서나 수녀님들을 뵙게 되면
자연히 고개가 숙여집니다
수녀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