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 정다운 사람들끼리 원문보기 글쓴이: 삿갓
[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SNS
지난 토요일 낮시간,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뒤 덕수궁 돌담 따라 걷고 있는데 한 청년이 다가왔다.
"장동혁 대표 퇴진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데스크 주위에 청년 서넛이 서있었다. 일반 사람들이 장동혁 사퇴에 무슨 관심이 있다고 이 더운 날에 나와서 쓸데없이 힘을 빼나 싶었다.
나름의 이유야 있겠지만, '이재명 대통령 퇴진'도 아니고 자기 당 대표 퇴진을 위해 길거리에서 벌이는 이런 장면이 바로 '국민의힘' 다운 모습일 것이다.
폭싹 망할 것 같았던 국민의힘이 6.3선거 이후로 얼마간 살아났다. 민주당이 전체적으로는 이겼지만, 핵심 승부처인 서울시장,경기도 화성을, 부산 북갑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본지가 선거 다음날 <이재명 정권은 '숫자'로는 이겼지만 '진짜 싸움'에서 졌다> 기사에서 처음 짚었고 그 뒤로 다들 그렇게 해석했다.(아래 관련기사)
이런 국민의힘에게 '호재(?)'는 더 있었다. 투표소에 투표지가 부족해 투표를 못하는 황당한 사건이 보고됐고 '올공 청년 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2030 청년들이 올공에 몰려와 "재선거"를 외치는 장면은 엄청난 폭발력을 잠재하고 있었다.
지방선거 전부터 사퇴 압박에 몰렸던 장동혁 대표는 선거 결과가 나왔으니 당연히 물러날 줄 알았다. 그런데 올공 시위 둘째날 밤인가 시위 군중 속에 마스크를 쓴 장동혁 대표가 포착됐다. 그는 사퇴 대신 올공 시위에 올라탄 것이다.
나는 이를 장동혁의 정치적 '시운(時運)'으로 봤다. 운(運)과 싸워서 이길 개인 능력은 없다. 장동혁은 계산이든 본능이든 '큰 판'을 잘 읽어낸 것이다. 그 순간 그는 이미 정치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정치가 생물(生物)"이라는 게 이런 이치이다.
6.3 선거 다음날 장동혁이 '청산 대상'이었다면, 최고의 스타는 오세훈· 한동훈이었다. 하지만 이 둘은 그 화려한 당선 컨벤션 효과를 삼사 일도 채 못 누렸다. 그 뒤 좋든 싫든 매스컴의 조명을 받는 쪽은 올공 시위에 올라탄 장동혁이었고, 실제 장동혁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올라갔다.
만약 오세훈· 한동훈까지 올공 청년 시위에 합세하고 국민의힘이 청년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안을 수 있었으면 정국은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 게 틀림없다.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코너에 몰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세훈· 한동훈 등 보수 정당의 유력 자산들은 자기 쪽 이해타산과 장동혁 경계를 위해 '올공 청년 시위와 거리를 뒀다. 나는 이게 앞으로 이들의 정치적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특히 친한계 정치인들이나 인플런서들은 민주주의 기본인 참정권 훼손에 항의하는 올공 청년 시위를 "부정선거음모론자" "극우세력"으로 조롱 폄하하는 데 앞장 섰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오세훈이나 한동훈이 과연 '큰 인물'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또 '보수 재건' 등을 입에 올리던 친한계 집단이 사실은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이 공천받기 위해 한동훈을 앞세운 당권 탈환만이 주관심가 아닌지 의심한다. 이들에게는 더 이상 대의나 가치, 정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젠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어록'과 딱 들어맞는다.
“집안싸움에 집착하다 지구에 침공한 화성인을 편들 태세인데, 일단 지구부터 구하고 봐야 하지 않겠나."
물론 나는 여전히 장동혁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자신의 반대자들에게 '윤리위원회 징계 회부'나 해대는 그런 협량과 정치실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싶다. 요즘 장동혁의 눈빛이 이상해졌고 더 독단적이 됐다는 얘기도 듣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지금은 '장동혁 문제'를 놓고 부질없이 내부 싸움으로 힘을 소진할 때가 아니다. 장동혁을 몰아내기에는 타이밍을 이미 놓쳤고, 진짜 싸워야 할 상대가 미소지으며 감상하게 만들어줘서는 안 되는 것이다.
|
|
출처: 정다운 사람들끼리 원문보기 글쓴이: 삿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