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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윗댓 눈치보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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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킬 시 고소.
[출근 가능할까요?]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다 갑자기 울린 문자 알람에 벌떡 일어났다.
여긴…! 제일 급여를 많이 줘서 머리에 남아있던 가게잖아!
분명 경쟁자가 많을거라 생각해 기대도 안했는데…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쳤다.
[네. 가능합니다.]
말투는 건조하게, 들떴다는 사실을 들키면 취소 문자라도 날아오는 양 아무렇지 않게.
내일부터 출근이다.
***
“어서와. 이건 우리 가게에서 지켜야 할 규정이야.”
요즘 감성에 맞는 분위기의 술집이다. 주방에 통 유리가 있고 그 주변으로 둥글게 바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 저기 테이블이 적당한 간격으로 놓여있으며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핫한 펍 가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주방 옆 바 너머로 크게 놓여 있는 파티션이었다.
인테리어를 둘러보던 내 시선은 눈 앞의 종이로 향했다.
“네에…”
앞의 것들은 기본적인 규칙이다.
뭐, 지각하지 않기나 손님이 오면 정중하게 인사하기 등등.
그런데 가장 밑에 있던 글자가 신경쓰인다.
그 글자의 폰트가 유독 두껍고 중요 별 표시가 그려져 있는 것과는 무관하게 단순 내용만으로도 괴리감이 느껴졌다.
“1번 테이블에는 손님을 받지 말아야 한다. 본인의 목숨을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한다.
그러나 평범한 손님과는 다른 분위기의 사람들이 찾아오면 친절하게 1번 테이블까지 안내하고 성심 성의껏 서빙을 해야한다.”
본능적으로 1번 테이블은 아까 본 파티션 너머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훑다가 그 규정만 소리내어 읽으니 사장은 아무렇지 않은 듯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 그 규정이 가장 중요해.
어떤 특별한 손님인지는 보면 바로 아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당분간은 익숙해질 때 까지 내가 같이 봐줄거고.”
그러면서 주방을 손으로 가르켰다.
“내가 없으면 주방에 있는 녀석한테 물어보면 돼.
이름은 양민기 라고 하는데 나중에 오면 인사 나눠.”
“네.”
이상한 규칙과 관련해서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경험해보기 전에 미리 물어보면 그냥 관두라고 할 것 같은 기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터득하는걸 원하는 분위기 였다.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니 사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유니폼을 건네줬다.
“오늘부터 잘 부탁해, 진달래.”
“열심히 하겠습니다!”
크고 단단한 손을 맞잡으며 나는 빙긋 웃었다.
드디어 돈을 버는구나! 신난다!
뭐 그딴 생각을 하며.
***
“5번 테이블에 감자튀김, 블루문 두잔!”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조금 일찍 온 덕에 테이블 번호와 메뉴 종류를 외웠다.
또 다른 직원인 민기와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 새 저녁 시간이 되었는데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이 들이닥쳐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스윽-
“진달래! 달래야!”
주방에 있는 민기가 소리치며 이름을 불렀다.
방금까지 음식이 잘못 나왔을 때에도 들어본 적 없던 긴장감 어린 목소리.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고 쳐다보자 언제 와 있었냐는 듯 작은 어린 사람 형체가 파티션 너머 그림자로 비춰져 눈에 보였다.
아, 그 규칙.
친절하게 안내하라고 해서 당연히 정문으로 들어올 줄 알았는데…
사장이 1번 테이블에서 굽신대며 인사하다 나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1번 테이블 손님이 찾아오면, 너는 다른 테이블 서빙은 신경쓰지 말고 거기만 주의해.
그 시간 동안은 내가 네 일을 할테니. 알겠지?”
아까 오픈 전 사장이 했던 말이다.
조금 손을 떨며 파티션을 열어 제끼고 그 특별한 테이블의 손님을 마주 보았다.
“어, 어, 어서오세요, 손님.”
어린애? 이렇게 작은 아이라고?
여기 술집 인데?
일순 당황했지만 종일 어서오시라는 멘트를 내뱉은 덕에 훈련이 된건지 자동적으로 입에서 말이 나왔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 찾아온 꼬맹이를 본 순간 무엇이 평범한 사람과 다른지 한 눈에 알아 차렸다.
어림잡아보아도 미취학 아동으로 보였는데 피부가 굉장히 새하얬다.
이렇게 까지 창백한 피부는 본 적이 없을 정도였는데 마치 살아있지 않은 것 같은…
하얗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자칫하면 푸르게까지 보였다.
또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는 탁하고 뿌얘보였기에 이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들은 신체에 색이라는게 없나보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가장 큰 차이는 흰자, 아니 흰자라고 불리는 눈알 색은 까만 어둠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검은자와 흰자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악마… 인가?’
절로 이런 생각이 드는 외모였다.
하지만 분명 규정에는 “목숨을 지켜라.”고 적혀있었지.
그저 선넘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문구가, 지금은 진심으로 와닿았다.
“맛있는거 줘.”
작은 악마가 입을 열어 말하고 두 팔을 쭉 뻗었다.
뭐지?
당황한 내가 주춤거리고 서 있자 주방에서 힐긋 지켜보고 있던 민기가 뒤로 와 속삭였다.
“쟤는 키가 작아서 도와줘야해…!”
아!
말을 듣자마자 바로 팔을 뻗고 있는 아이의 옆구리와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내밀어 단단히 잡고 의자 위로 조심스레 앉혀주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천으로 흘리지 않게 턱 밑 옷 안에 넣어 정리하고
“식사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하며 주방으로 슬쩍 들어갔다.
아이는 고개를 무의미하게 끄덕이며 테이블 위에 놓인 장난감에 집중했다.
“왜 이렇게 긴장되지?”
“잘 하고 있어. 금방 나오니까 갖다주면 끝이야.”
“저런 어린아이 일 줄이야…”
중얼거리자 민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놀랐어? 보통 쟤는 잘 안 오는데, 그래도 대하기 쉬운 편이야. 운 좋은걸?”
다독이는 말에 위안이 되면서도 쉬운 편이라는 말에 부담감이 몰려왔다.
“특별한 손님이 한 명이 아니야?”
“응. 여러명이야. 한 여섯명 정도? 근데 너무 걱정하진마.”
따끈하게 데운 수프와 아이용 식사를 한꺼번에 건네며 그는 안심 시켜주었다.
“식사 대접만 잘 해주면 아무 문제 없어. 지금까지 계속 그래 왔어.”
‘내가 실수해서 망치진 않겠지?’
성격이 그렇게 꼼꼼한 편이 못되는 나 이기에 불안감을 삼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작은 아이는 밥을 알아서 먹고 폴짝 뛰듯이 걸어가 파티션 맞은 편 벽 너머로 사라졌다.
“수고했어. 할 만하지?”
퇴근 시간.
내일도 나올 거지? 라는 물음이 담긴 사장의 질문에 머릿속에는 오늘 번 급여가 계산되어 자신만만한 소리로 튀어나왔다.
“네. 괜찮은데요? 내일 뵙겠습니다!”
나는, 이 날로 그만 뒀어야 했다.
***
첫 날 큰 사고 없이 마무리 하고 또 같이 일하는 사람들 성격도 마음에 들었기에 기분 좋게 다음 날 출근을 했다.
“있잖아. 그 특별한 손님들은 매번 같은 시간에 오는 거야?”
어제 대략 마감하기 2시간 전에 왔으니 그 시간이 되기 전 시계를 보며 슬쩍 민기에게 물어봤다.
“음~ 그랬던 거 같아. 거의 비슷한 시간마다 오는 듯?
그래서 항상 알람이 울리면 내가 미리 재료를 꺼내놓지.
음식도 항상 같은걸 먹으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아서 그 시간만 되면 좀 긴장돼.”
음식이 맛이 없거나 찾는 재료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문득 궁금증이 생겨 입을 열려는 순간, 민기가 먼저 선수를 쳤다.
“왔다!”
어제보단 조금 한가해 주방에 있던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려 오늘 온 “특별한 손님”을 바로 볼 수 있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정장(핏이 굉장히 잘 어울려 놀랐다) 차림에 키가 굉장히 큰 신사의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아니 귀신이라고 해야 하나.
왠지 아까 민기가 얘기하는 투로 보니 칭하는 말이 귀신, 유령이나 “걔들” 따위로 부르는 듯 했다.
아무튼 그런 모습들을 빼면 어제 본 그 아이처럼 희끄무레하기도 하고 푸르스름하기도 한 새벽의 눈(snow)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될 것 같은 흑돌의 눈바탕과 탁한 우윳빛깔의 눈동자 역시 아이의 그것과 같았기에 사장이 말한 차이점에 대해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진달래, 뭐하는 거야! 자리 안내 해야지.”
정장을 입은 그 유령 놈은 서서 이쪽을 빤히 바라보았고 큰 키와 분위기에 압도 당해버린 나 역시 순간적으로 멍하니 아이컨텍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사장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어 더듬거리며 손을 뻗었다.
“아! 여기 앞 테이블에 앉아주시면 됩니다.”
고개를 정중하게 끄덕이며 자리에 앉던 그는 내민 메뉴판도 펼쳐보지 않고 아까와 같은 눈으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시선에 부담스러워진 내가 먼저 빙긋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하자 싶었다.
아마 처음 보는 사람이라 저러는 걸까? 호기심인 것 같다.
“어제부터 새로 일하게 된 진달래 라고 합니다.
서빙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필요하신 게 있으면 저한테 말씀 주세요.”
마주보고 있는 너의 특이한 눈동자는 신경 안쓰여- 하는 인상을 최대한 주며 싱긋 싱긋 웃었다.
그제야 고개를 두어번 끄덕 거린 그가 메뉴판은 펼쳐보지도 않은 채,
“샤토 디켐과 블루 드 젝스.”
라고 간단히 주문을 끝냈다.
그리곤 고개를 갸웃거리며 낯선 것에 대한 흥미로운 미소를 짓기 시작해, 황급히 알아들은 제스쳐를 취하고 주방으로 숨었다.
“화이트 와인이랑 블루 치즈?
저 귀신이 이런 당도 높은 술을 다 시키고 별 일이네.”
민기가 희안하다는 듯 중얼거리며 쟁반에 와인과 치즈, 그리고 체리 초콜릿도 함께 담아 나에게 건네었다.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그 순간마저도 이상하게 끈끈히 들러붙는 그 시선이 느껴져 식사하는 동안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가 슬쩍 손으로 치즈를 가리키고
“먹을래요?”
라며 말을 걸었다.
손끝에 위치한 치즈로 시선을 옮겼다가 괜찮다는 뜻으로 웃으며 고개를 휘저었다.
거절하고나니 기분이 상했나싶어 걱정 되었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이젠 와인잔을 톡톡 쳤다.
마치 아니면, 이거? 하고 물어보는 듯해 역시나 거절했다.
“흐음…”
두 번이나 거절 당한 그는 더 이상 권유는 하지 않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
“아, 안녕히 가세…”
인삿말을 다 듣기도 채 사라졌다.
어제 그 꼬맹이 유령이 싹싹 긁어먹고 간 접시와는 달리, 절반 넘게 음식을 남기고 일어서 벽 너머로 간 것이다.
‘혹시 주는 음식을 내가 거절한거에 기분 상해서?’
걱정이 되어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치 내 머릿속을 읽은 듯, 민기가 접시 위에 남은 음식을 보고 “역시-” 하고 말했다.
“이렇게 많이 남기다니 저 놈이 이렇게 단 음식을 먹을리 없지. 그새 입맛이 변했나 했다.”
“단 거를 평소에 잘 안 먹나봐?”
내 물음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단 한번도 본적 없어.
맨날 쓰고 질기고- 아무튼 이상한 음식만 먹었거든.
꼭 우리 할아버지가 즐겨먹는 그런 음식들? 취향 올드해.”
정장 입은 유령의 입맛을 평가하며 민기가 깔깔대고 웃었지만 나는 그가 음식을 남긴 것에 대해 신경이 쓰여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오늘도 잘했어.”
하지만 사장님의 도닥임에 금새 기분이 풀렸고,
집에 가서 오늘도 딱히 어려운 점 없었던 것을 떠올리자 마음이 편해지며 슬슬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
“이게 뭐야? 이딴걸 먹으라고 내온거야?
당장 다른 거로 가져와!”
다음 날, 세번째 특별한 손님을 마주하기 전 까진 그랬다.
나폴리탄 형식의 소설입니다~^0^~
첫댓글 흐어재밌다.. 대박.. 심장 쫠깃..
잼따 ㅎㅎ
헐 너무 재밌다 벌써.... 세번째 손놈 넘 궁금
손님 무사와요ㅠ
재밌다 재밌다
허걱 너무 재밌다
두번째 손님은 왜 단걸 시켰을까!!!!
헉헉 존잼!!! 음식 먹으면 어케 되는 거지?? 그나저나 유령 중에도 진상이 있나..? 극한직업이노ㅠ
두번째 손님 달래한테 관심있어서 단거시킨 거 아녀!!?
또 주세요
오... 재밌다 놀이공원 그 썰 같은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형식 글 또 보길 기다렸어 ㅠㅠㅠㅠ
뭐야뭐야 두번째 손님 뭐야~~~
뭐야뭐야 다음편 궁금해..
헐 넘 재밌어
넘 재밌다...
너무재밌다 혹시 소설가여시? .ㅎㅎ두번째 손님 먼가 섹시한 분위기라 플러팅 하는거같아~~~~~ 나같음 얼른 치즈한입 먹었겠는데.ㅎㅎㅎㅎ아까비~~~/
아우 넘 재밋다ㅋㅋㅋㅋㅋ
개존잼!!!
오 재밌다
허억 너무 재밌어..
!!!!!!
너무 재밌다...
같이 먹고 싶어서 시켰나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남귀신이랑 플러팅까지 서는 구조
존잼
존잼
존잼
재밌다 !!!!!
정주행 시작 존잼 스멜난다
와 존잼
어린 인간은 단거 좋아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 나 이런거 좋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