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카오야이를 아시나요
2019. 8. 금계
태국 카오야이 주 카오야이 국립공원. 면적 2168 제곱km, 지리산국립공원의 5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최고봉 1351m. 방콕 북동쪽 200km 지점. ‘카오야이’는 ‘큰 산’이라는 뜻.
캄보디아 국경 당그레크 산맥 서쪽 위치. 상록수림과 낙엽수림. 삼바사슴, 긴팔원숭이, 코끼리, 곰, 호랑이, 사향고양이, 호저, 도마뱀, 뿔새, 딱따구리, 박쥐 등 서식.
개인별로 가려면 방콕에서 버스로 팍총에서 내려 툭툭이를 이용하면 된다고.
왼쪽 사진은 카오야이 국립공원 안에 있는 ‘해우나록’ 폭포.
칠하우스 연못 앞에 선 네 쌍의 부부. 그냥 보통 사이가 아니고 목포에서 전교조 때문에 해직되어 복직할 때까지 4년 반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한 사이.
칠하우스가 무슨 뜻이라고 이성우 선생이 가르쳐주었는데 무엇인지 깜빡 까먹었다. 그래서 내 별명은 ‘조 아이고’다. 건망증을 깨달을 때마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네 쌍의 부부는 목포 해직동지인 이성우 선생의 초청을 받아 태국 카이야 산맥 700m 중턱에 자리 잡은 칠하우스에 도착했다.
머리카락 희건 사람이 칠하우스 사장 이성우 선생.
이성우 선생은 전교조에서 탈퇴하지 않았다고 해직 당했다가 복직한 뒤 한때 함평골프고등학교에 재직했다. 그 인연 때문인지 이 선생은 가까운 골프 친구들과 함께 여러 해 동안 방학 때면 타이, 베트남, 필리핀 등지로 보름이나 한 달씩 골프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가 결국은 4년 전에 카오야이 700m 중턱의 칠하우스를 10년 동안 임대했단다. 만여 평에 객실 40개, 주로 한국에서 오는 골프 손님들한테 숙식을 제공하고 칠하우스에서 가까운 란료찬위 골프코스, 카오야이 cc, 보난자 cc에 손님들을 실어 나르는 사업을 한다고 한다.
우리 네 부부는 골프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으므로 날마다 오전에 한 군데, 오후에 한 군데쯤 이 선생이 모는 승합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할랑할랑 구경 다니고 나머지 시간은 칠하우스에서 태국 마사지를 받으며 쉬었다.
8월 3일 밤, 제주항공 비행기로 무안공항 출발. 인천공항에서 두바이 운행하는 A380은 2층까지 500명이 탔는데 제주항공은 200명이 탑승하는 소형비행기였다. 큰 비행기는 좌석 뒷면에 텔레비전 화면이 붙어 있어서 심심찮은데 제주항공은 텔레비전이 없어서 심심하고 지루했다. 게다가 기내식도 주지 않고 물만 겨우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인천공항을 가자면 다섯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데 목포에서 가까운 비행장이라 조금쯤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해야 마땅했다.
타이까지 다섯 시간 좀 더 걸렸을까. 우리보다 두 시간 느린 태국은 아직도 오밤중이었다. 방콕 비행장으로 마중 나온 칠하우스 소속 두 대의 승합차에 나눠 타고 두 시간 반 걸려 칠하우스에 도착했을 때에도 아직 오밤중이었다.
이 선생이 골프장 사람들과 친숙한 덕분에 우리는 허물없이 골프장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칠하우스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니까 여기가 란료차위 골프장이나 되는가. 낯선 이국땅에서 골프도 칠 줄 모르는 사람이 골프장을 구경하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딘지도 잘 모르고 따라간 곳. 여기도 골프장과 무슨 관련이 있나. 카오야이 지방에는 유럽풍의 건물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런께 여그도 무슨 골프장쯤 되는갑다. 정열적으로 노란 꽃더미 사이로 너른 잔디밭에서 젊은이가 여인을 업은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이국적인 풍경이 나그네의 마음을 흠뻑 사로잡는다.
뒤를 가로막은 카오야이 산맥과 여기 사이는 평평한 고원지대다.
이국의 청춘남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혹적이다. 그래, 청춘은 아름다운 것이여.
이 늙은이는 씩씩하고 아리따운 느그들 모습만 봐도 부러워서 눈물이 난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이 난다.
어마어마하게 큰 불상이 카오야이의 랜드마크처럼 우뚝 솟아 있다. 우리는 며칠 동안 이 불상 주위를 뱅뱅 맴돌았다. 어떤 때에는 이 사진처럼 앞이 보였다가 어떤 때에는 뒤꼭지가 보였다.
부처님이라기보다는 도가 높은 고승의 실제 모습을 본뜬 것 같기도 하다. 하기야 석가모니만 부처인가, 누구라도 도를 열심히 닦으면 성불하는 거제.
카오야이 국립공원 입구 매표소. 입장료 1인당 400밧(X40=16000원).
거의 2m쯤 되어 보이는 구렁이가 도로를 유유히 거닐고 있다. 태국은 불교국가라 사람들의 신심이 깊은지 살생을 멀리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마음이 지극정성이란다. 달리던 승용차 두 대가 멈추어 서서 구렁이가 비켜나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카오야이 국립공원 안에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한단다. 도로 곳곳에 원숭이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야생동물들한테는 절대로 먹이를 주지 말란다. 원숭이한테 먹이를 주면 때로 몰려와 승용차 지붕까지 올라와 발을 동동 굴리며 야료를 부리고, 먹을 것을 강제로 빼앗기도 한다던가.
해우나록 폭포 가는 길에 건너는 다리. 그야말로 밀림이 우거져 있다. 목포가 북위 34도인데 여기는 북위 15도쯤 되는 것 같다.
드디어 해우나록 폭포. 최 선생은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까지 찍어 차 안에서 틀어주었다.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시원하게 가슴을 식혀주었다.
카오야이 산맥에 출몰한다는 야생 코끼리떼. (실물은 못 보고 액자를 재촬영)
우리가 점심을 먹은 카오야이 국립공원 안 식당. 이곳저곳에서 마음에 드는 음식을 사다가 함께 모아 먹는데 값도 싸고 음식 맛도 괜찮았다.
이탈리아의 도시를 본뜬 토스카나 마을. 프리모 광장.
아열대지방의 꽃들은 햇볕을 호복하게 받은 탓인지 빨강 노랑 하양이 모두 새빨갛고 샛노랗고 새하얘서 처절하게 요염하다.
코끼리 체험장. 코끼리가 두 마리밖에 없었다. 한 코끼리에 세 명씩 여섯 명이 타고 나니까 나머지 세 사람은 마실 나간 코끼리가 돌아올 때까지 20분 이상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다.
코끼리 타보기는 그야말로 경이롭고 환상적이었다. 터벅터벅 떼어놓는 코끼리의 육중한 발걸음이 느껴졌고 밀림을 헤친 다음 냇물을 텀벙텀벙 튕기는 순간은 야생의 느낌마저 진하게 전해졌다.
코끼리야 고맙다, 태국 분위기를 전해줘서, 너희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해줘서!
PB밸리 와이너리에 갔다.
포도밭과 포도주공장을 견학하고 포도주를 종류별로 넉 잔이나 시음하고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와이너리 구경은 처음이었다. 나는 소주파라서 포도주가 얼마나 오묘하고 향기롭고 개미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도 70년 만에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 같아서 호기심이 충족되었다.
이성우 선생이 이번에는 승마 체험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내가 극력 반대했다. 제주도에서 조랑말을 한 번 타보기는 했지만 이건 조랑말이 아니라 미국에서 수입한 커다란 말이라서 한번 낙마라도 하면 나이 먹은 사람들 아주 위험할 것 같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주머니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결국은 다섯 명이 타는 걸로 낙착을 보았다.
승마 시간은 한 시간 반. 그 중 30분 정도는 마장 안에서 기초교육을 받았고, 밖으로 나가서 직접 말을 몰고 다니는 데에는 한 시간 조금 덜 걸렸다.
재미있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쟁기질 할 때 ‘이랴, 워’하는데 거기에서도 말을 멈출 때는 고삐를 잡아당기며 ‘워’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서투른 사람들이라 인솔자가 말을 천천히 몰고, 그 뒤를 기우뚱갸우뚱 비틀거리며 천천히 따라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유가 생기고 승마가 재미졌다.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에는 또각또각 말발굽소리가 경쾌하게 울렸고, 밭 사잇길을 걸을 때에는 이따금 길가의 풀들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끔은 말이 길가의 풀을 뜯어먹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또 교관이 가르쳐준 대로 황급히 고삐를 끌어당겨 재갈을 당겼다.
정말 흙냄새, 풀냄새를 맡게 해준 환상적인 승마 체험은 카오야이 관광의 백미였다.
8월 8일, 카오야이 칠하우스에서 점심을 먹고 이성우 선생 내외분과 작별인사를 하고 칠하우스 승합차로 방콕 행. 오후 7시에 유람선 ‘프린세스’호에 올랐다. 저녁 뷔페를 겸한 선상 유람은 방콕 관광의 백미였다. 음식들도 아주 맛이 좋았고, 시원한 밤바람이 살랑거리는 밤경치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게다가 배에 오르자마자 색소폰 연주자가 능숙한 솜씨로 승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또 활달한 여가수가 여러 나라 말로 노래를 불렀다. 윤수일의 ‘아파트’가 흘러나오자 우리는 도도한 흥을 이기지 못해 식탁에서 팔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우리는 방콕 올 때 타고 왔던 제주항공을 오밤중에 타고 무안공항에 도착했다. 8월 9일 아침이었다.
(왓 아룬 사원)
그러고 보니 우리 해직당한 때가 벌써 30년 되었다. 우리들의 우정이 왜 질기고 끈끈한지 생각해보았더니 잇속으로 만나지 않고 너남 없이 손해 보면서 만난 때문이지 않나 싶다. 소나무도 추워봐야 그 푸르름을 알 수 있다지 않던가.
우리를 태운 채 밀림을 헤치고 다니느라 수고한 코끼리한테 먹이 주고 한 장. 김종대 선생 부부 금슬이 유별나게 좋았다. 혹시 우리 보라고 쇼라도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이번 우리 여행에서 여러 가지로 노고가 많았던 김귀식 임시 총장(총무 겸 회장).
여행 내내 색색의 커플 티를 바꿔 입고 다녀서 시샘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부부도 팔십 넘으면 화려한 커플 티를 두어 개 장만해야겠다.
칠하우스 식당 입구 풍경.
아차, 이성우 선생 사모님 사진이 없네? 어찌나 바삐 뛰어다니다 보니 우리와 차분히 사진 찍을 짬도 나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함께 기념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다니 매우 죄송하다.
5일간 머무르는 동안 사모님 덕분에 시원찮은 한국의 백반 집보다 훨씬 깔끔하고 세련되고 맛도 좋은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즐겁고 편안한 여행을 위하여 수고가 많았던 이 선생과 사모님께 감사 말씀 올린다.
부인들은 태국 마사지를 두 시간씩 세 번이나 받았다. 남자들은 바람 살랑거리는 휴게실에서 고스톱을 세 번이나 쳤다.
패키지여행만 따라다니던 나로서는 카오야이가 내 일생일대의 호사스럽고 편안하고 인상 깊은 여행이었다.
특히 타이치고는 산악 고원지대라 날씨가 선선하여 너무나 좋았다. 우리나라로 돌아오니 폭염으로 숨이 턱턱 막히고 입이 떡 벌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