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가리골 계곡을 다녀와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떠 지지 않는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차를 몰고 수원 시청 앞으로 갔다. 차에서 좀 쉬고 싶은데 ..... 시간이 없다. 오늘따라 버스가 일찍 도착해 있다. 지난 4일 동안 대난지도 섬으로 시작해서 고흥 상가 집 까지 힘든 여정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너무 피곤해서 차에 오르자마자 눈을 감았다.
아침 가리골에 도착했다는 소리에 잠이 깼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인지 초반부터 몸이 처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뒤에서 따라가니 한결 편하다. 늘 뒤에서 따라 가는걸 그렇게 꿈꿔 왔었는데 이렇게 현실로 이루어지니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300년 전 심마니의 꿈에 나타난 백발노인이 일러준 곳에서 산삼을 캐고 그 자리에서 솟아난 샘물이 있었다고 하는 방동 약수터가 나타났다. 탄산약수로 엄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약수터 주변은 오가는 길목의 쉼터이다. 방동 약수터에는 물을 뜨려고 하는 사람들이 줄 서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물을 떠주는 친절한 아낙의 물을 받아 마셨다. 톡 쏘는 독 툭한 맛이 있어 두 모금이나 마셨다.
아침가리골로 가는 방동리 고개가 참 이쁘다. 내리막길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이 여느 바람보다 시원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려 가슴으로 바람을 맞았다. 손끝에 닿는 풀들이 내 손등을 간지럽힌다. 단풍마도 가르쳐 주고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겨우살이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주고 오늘 산행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약초박사 총무님의 약초에 대한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렇게 산행을 계속 따라 다니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약초에 대해 풍월은 읊겠지! 약초의 설명과 함께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드디어 계곡 트래킹이 시작되는 조경등교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자리를 펴고 점심을 나누어 먹었다. 누군가 따라준 5년 되었다는 담금 주 맛이 일품이다. 이어서 따라주는 잣 막걸리 이것 또한 걸쭉하다. 맥주도 이어지고 마시고 나니 조금 아 딸딸 하다. 다리도 좀 풀리는 것 같고... 술맛을 다 느끼기도 전에 사람들이 갈 길을 재촉한다.
다들 마음이 급한가 보다. 부리나케 짐을 챙기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오늘 계곡 트래킹은 천천히 여유로움인데... 내생각과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다 같이 아침가리골 계곡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찰칵!
"아침가리골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방태산(1435m) 과 주억봉(1443m), 구룡덕봉(1388m), 가칠봉(1240m)으로 이어지는 험준한 산맥의 북쪽에 형성된 깊은 계곡으로서 약 12~3Km에 이르는 물줄기는 방동리 갈터 까지 흘러가는데 이곳에서 점봉 산 에서 흘러온 진동계곡과 합류되어 흘러가다가 기린면(현리)에서 내린 천과 만나 소양강이 되어 인제를 지나 소양 댐까지 이르는 물줄기를 형성한다. '아침가리'란 예쁜 이름은 조선시대 이 계곡 부근에 절을 짓고 살았다는 스님 '아승(亞僧)'에서 비롯됐다. 아승이 머물던 골짜기라고 '아승가리'라 부fms다. 마을에 밭이 적어 아침나절이면 밭을 다 갈 수 있다는 뜻이 더해져 '아침가리' 혹은 '조경동(朝耕洞·아침에 밭가는 동네)'으로 굳어졌다.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에는 삼둔 사가리라 하여 일곱 군데의 피난지소를 기록하고 있는데, 난을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곳으로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월둔 달둔이고, 오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명가리 적가리다. 예로부터 전해지기를, 난과 포악한 군주를 피해 숨어들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초반부터 물이 허리에 찰 정도로 깊어 조심스럽게 건너고, 돌을 밟고, 다시 숲길을 걷고, 얼마쯤 가다가 물속으로 풍덩, 못하는 수영도 해보고, 물속에 한참 있으니 춥다. 길이 나있지 않은 길을 만들어 걷고 물들이 흐르는 길을 따라 같이 걸었다. 물은 굽이쳐 흐르고 흘러흘러 튀어나온 바위에 부딫치고 때로는 잔잔히 흘러 고요함을 지어내고 그러다 갑자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져 폭포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물을 따라 내려가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고 나무숲을 따라 내려왔다. 저만치에 우리와 반대편에서 먼저 올라와 계곡에 머물러있던 동료 분들이 손짓을 한다. 그곳에는 고기, 상추, 포도 등 각종 과일이 즐비하다. 상추에 싸서 먹는 고기 한 점이 정말 꿀맛이다. 주막에 들려 잠시 쉬었다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든든하게 먹었으니 다시출발. 바위를 잡고 기어오르고 내리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밑으로 내려 갈수록 나는 옷이 젖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다른 옷은 다 가지고 왔는데 갈아입을 바지를 깜박 잊고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동교 도착 전 계곡의 끝자락에서 정갈하게 몸을 씻고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저녁은 두부전골을 먹었다. 반찬들이 하나같이 맛있다. 컨디션 난조인가? 버스에 타니 춥게 느껴졌다. 반팔위에 긴팔 옷을 덫 입었다.
수원에 도착하니 어둑한 밤이 되어 있었고 여름 더위가 몸속으로 파고든다.
오늘 하루! 계곡여행 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를 안겨 주었다. 뒤에서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웠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았던 것 같다.
비록 두 번째 참여 이지만 모두들 낯설지 않아서 좋았다.
다음부터는 산행 식구들의 얼굴과 이름을 한명씩 익혀야겠다.
이제 잠시 쉬어야겠다.
2019. 9. 9 책상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