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최대 흥미와 관심은 식색입니다. 일체 문화활동의 노력하는 초점이 식색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이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볼 필요가 없습니다. 식색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짐승입니다. 짐승은 고뇌도 없이 식색을 자유로이 충족하며 사는 목적이 오직 그것입니다. 부귀(富貴)란 말은 식색의 사회적 표현입니다. 부자가 되고 귀하게 되는 것을 소망하는 까닭은 오직 잘 먹고 잘 놀고자 함입니다. 그것으로 모든 게 다 채워진 것 같지만, 돌아보면 짐승에서 하나도 더 나아간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얼' 빠진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이 단순한 욕망에 미쳐있는 것이라도 면해야 합니다."
그날 류영모와 김효정 부부의 방 한 가운데에 긴 책상이 놓여졌다. 방은 옛 두칸짜리 방으로 폭이 2.4m 정도였고 길이는 4.6m 쯤 되었다. 그 한복판에 책상 벽이 놓인 것이다.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류영모 부부에게는 아주 다른 의미가 되었다.
류영모는 남녀 사랑에서 신을 사랑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짜 이성(異性)은 하느님 뿐이며 사람은 모두가 상대적으로 동성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이란 바로 상대성과 절대성이며 이것이 인간과 신의 진정한 '이성관계'라는 것이다.
"사람은 남녀의 맛이 아니라 남녀의 뜻을 읽어야 합니다. 남녀의 뜻은 신의 거룩함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남녀의 사랑이 신의 사랑에까지 도달할 때 영원한 사랑이 되는 것입니다. 부부의 사랑을 천국까지 끌고갈 순 없지만, 부부의 사랑을 천국의 사랑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