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과의 곤충,
나무 그늘·숲에서 사는데 모기보다 좀 크고 빛은 흑색, 흰 반점이 있음,
낮에 사람·짐승의 피를 빨아먹고 열병균·주혈사상충의 병원균을 매개함’
‘남의 것을 착취하는 악한’
사전에 있는 각다귀를 풀이한 두 뜻입니다.
이 말은 참으로 많이 들었는데
아직도 나는 각다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여름에도 산엘 적지 않게 돌아다니니 본 적이야 있겠지만
저게 그것이라고 누가 알려주지 않았고
내 기억에 어떤 것이라고 각인될 만한 어떤 인연이 없었으니
아직 모르는 것일 터,
사전에 풀이된 대로 한다면 그건 사람이나 동물에게
적지 않게 성가시고, 때로 위험하기도 한 곤충임에 틀림없는데
단지 성가시고 위험한 곤충이라는 차원을 넘는 인식이
그 낱말에 자리잡고 있으니
그게 바로 두 번째 풀이인 ‘남의 것을 착취하는 악한’,
그렇게 성가시고 위험한 놈은 곧 나쁜 놈이라는 인식이
그 뒤쪽에 자리잡고 있음을 보게 되는데
내게 불리한 것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협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는 것,
각다귀는 그 생긴대로 살아가는데
그것을 나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그야말로 인식 그 자체에 문제가 있음
생태적 삶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남의 것을 빼앗아 먹고 사는 무리’를 ‘각다귀’라고 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니냐는 겁니다.
말이 좀 길어지겠습니다만
엊그제 저녁에는 아산 유성기업 노조 문제로 거리에 쫓겨난 사람들을 위한
조촐한 기도회가 있어 거길 다녀왔는데
노조를 강제해산시키기 위해 회사가 고용해서 쓰고 있다는
용역회사 사람들이 벌였다는 행패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한 번 사람이 하는 짓이 어디까지일 수 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몹쓸 짓이라고 보는
회사 주인 측의 입장에서 보면 노조를 구성한 사람들이
성가시고 위험한 존재로 보일 수 있을 터,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들을 해산하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용역회사 직원들을 불러들여
말도 안 되는 폭력을 잔인하게 행사하게 한 것을 보면
누가 잘못인지는 또렷하게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던 현장,
용역깡패라고 불리는 그 용역회사 직원이라는 사람들
참으로 안타까운 방법으로 먹고 산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각다귀’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겠느냐 싶은 겁니다.
어떤 사람들을 일러 ‘각다귀’라고 부르게 된 그 너머에는
아마도 ‘각다귀 같은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잘 살피면 각다귀와는 아주 다른
좀 더 쉽게 살려고 하는 사람의 얕고 얇은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는
그 행위를 ‘각다귀 같다’고 한 것은 그야말로 인식의 천박함,
하여 나는 오늘 ‘각다귀’라는 낱말풀이의 두 번째 것을
내 마음의 사전에서 지워내려 하는데
어디 나랑 같이 그걸 지우고 살 사람 계시는지요?
날마다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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