曉起呈强哉(효기정강재)
김천령(金千齡:1469~ 1503)
본관은 경주. 자는 인로(仁老).
1489년(성종 20) 진사시에 합격, 1496년(연산군 2) 식년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다.
청빈한 대간으로 칭송받았으나, 1503년 35세로 요절하였다.
죽은 이듬해 갑자사화 때, 앞서 대간으로 재직하면서 정침(鄭沈)의 가자(加資)를 주장한 일로
부관참시(剖棺斬屍)의 추형을 당했다.
중종반정으로 신원되고 도승지에 추증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보니
曉起窓扉手自推 효기창비수자추
나무 우듬지에 새벽달이 여태 배회하고 있네
樹頭殘月尙徘徊 수두잔월상배회
봄 하늘 새벽이 밝아오니 갈까마귀 흩어지고
春天漸曙林鴉散 춘천점서림아산
누워서 보니 청산이 문을 열고 들어오네
臥看靑山入戶來 와간청산입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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扉(비): 문짝, 집, 주거.
推(추): 옮기다, 밀다, 변천하다, 추천하다, 천거하다, 받들다.
상(상):오히려, 바라다, 바라건대, 높다, 숭상하다.
徘徊(배회): 목적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님.
漸(점): 점점, 차차, 차츰 나아지다, 천천히 움직이다.
曙(서): 새벽, 날이 밝다, 밤이 새다, 때, 아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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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 젊은 나이로 요절한 시인.
그의 모든 시에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깊은 비애감과 세상의 달관(達觀)이 있다.
살아서 한 번 죽고
죽어서도 한 번 더 죽은
세상에 머물다 간 짧은 생애에
죄 아닌 죄까지 누명을 쓰고
온화한 외모에 올곧은 성품
왕조차 무서워하지 않는 기개
연산군 10년 갑자사화 때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하였다
지금 그가 사는 세상은
갈까마귀 배고파서 우는
그런 세상이 아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