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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버 개발사 2번째 글을 이어 갑니다.
제가 왜 이 글을 시작했는지, 지금은 조금 후회도 됩니다. 너무 방대한 작업이라, 더군다나 제가 나이가 많아서 지나간 탁구 역사를 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또 이런 분야를 공부했던 것도 아니면서 이런 전문적인 분야에 손을 댄 것이 참 부담스럽네요.
그래도 카리스(KARIS) 러버가 지나간 탁구 러버 역사의 연장선 끝에서 도약함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지나간 러버사를 정리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넥시의 역사 가운데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구요, 특히 탁구사에 있어 한번쯤, 누군가가 해 주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적어 보려고 합니다.
노파심에서 미리 말씀 드리지만 이 글의 부분 부분은 저의 추정에 의해서 진행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역사적 팩트(fact)들은 자료로 남아 있지만 그 팩트들을 연결하는 자료는 없기 때문에, 저는 그 쪽에 더 관심을 두고 글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그 팩트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은 기록만으로는 어려운 일이거든요.
지나간 글에서 1920~30년대까지 탁구라켓의 역사를 정리해 보았지요. 그런데 그 글의 이면에 담긴 얘기들을 오늘은 적어 보려고 합니다.
탁구 라켓이 러버와 블레이드로 분리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의 티바사 사장이신 롤랜드 씨의 아버지이신 에어빈씨의 업적이지요. 1969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1970년 무렵 전까지는 러버사라는 것이 별도의 역사로 분리되어 기록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이 최초부터 러버사를 목표로 하지만 결국 시작은 라켓의 역사에서부터라고 봐야 하겠지요.
그런데 지난 글에서 저는 라켓의 역사를 이렇게 소개를 드렸습니다.
1. 1890년 이후 배드민턴 채와 비슷하게 생긴 배튿도어에 다양한 형태의 공 (털실을 말아서 만든 것 같은 형태 등)을 사용하여 실내 스포츠로 시작
2. 배틀도어용 라켓인 긴 손잡이에 그물을 엮어 만든 라켓에 송아지 가죽을 씌운 벤조라고 불리우는 라켓이 등장
3. 1900년대로 진행하면서 이 벤조 형태의 라켓의 손잡이가 짧아지는 일도 일어났고, 또 전체를 나무로 깎아 만든 라켓이 등장함. 이 당시 중요한 변화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셀룰로이드 공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탁구가 하나의 정규 스포츠로 자리 매김 하기 시작했다는 점. 즉 공의 등장이 탁구를 규정화 된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음
4. 1900년대에서 1920년대로 이어 오면서 이 라켓에 다양한 무늬나 그림을 넣는 장식적인 형태가 다수 존재 => 탁구가 귀족들의 실내 스포츠였기 때문에 귀족적 취향을 반영하였을 것이며, 그 결과 귀족들의 초상화가 그려 지거나 혹은 고급스러운 소재들이 손잡이에 가미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5. 그 과정에서 목판 라켓의 손잡이가 점차 짧아 지는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으나 이것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다양한 손잡이 길이들이 존재함
6. 공에 회전을 주기 위해 목판에 줄을 그어 표면을 거칠하게 하기 시작
7. 목판 위에 사포를 덧대거나 혹은 목판 위에 코르크를 붙이기 시작. 사포가 먼저인가, 코르크가 먼저인가에 대해서는 선후사에 대해 이견들이 있는 것 같으나 두 가지 경향이 동시에 존재했고 20년대 이후의 경기에서는 사포를 사용한 경기들이 보다 더 우세했던 것처럼 보임. 이 샌드페이퍼 라켓에 대해서는 공이 느리고 랠리가 길다는 특성 때문에 현대의 탁구인들에게도 향수를 불러 일으켜 미국에서는 사포를 붙인 라켓으로 경기를 벌이는 일도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전국 대회가 되고 있음
위와 같이 지난 글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진과 글이 분리된 느낌이 있습니다만, 위의 글이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신다면 지난 글을 읽으시면 이해가 되실 듯 합니다.
러버에 대한 이야기 외 공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하고 지나갈까요?
그 당시 탁구 경기는 실내에서 귀족들이 재미 삼아 치는 형태가 많다고 얘기 드렸지요?
유럽의 귀족들이 사용한 식탁은 길고 넓습니다. 그래서 많은 손님들이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유럽의 귀족이란 사람들이 누린 풍요는 지금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어마 어마하게 넓은 정원에서 자기 정원을 돌아 다니기 위해 말과 마차를 여러 대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유럽의 귀족들이지요. 그러니 그들의 식탁 크기와 식탁이 있던 공간의 크기는 충분히 탁구를 즐길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탁구공도 그냥 맨들맨들한 공보다는 고급스러운 식탁을 상하지 않게 하는 형태가 선호 되었습니다. 즉 맨들맨들한 탁구공 위에 천을 덧대어 만들었지요. 그러니 옛날의 원시적 탁구공은 결과적으로 천 표면 공이었습니다.
아주 초기 공에는 코르크 재질 위에 실로 얼기 설기 엮어 만든 것도 있네요. 이것은 1891년도의 공입니다. 아직 셀룰로이드 재질이 출현하기 이전이구요, 또 바운드도 매우 낮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890년대 말로 가면서 셀룰로이드 공이 출현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공과 비슷한 형태의 공이 탁구 용품으로 등장했지요.
그러다가 위 사진처럼 셀룰로이드 공이 등장했지만, 그 공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셀룰로이드 위에 천을 덧씌웠습니다. 귀족들의 식탁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 점차 천을 씌우지 않은 공이 보편화 되어 갑니다. 아무래도 바운드가 낮고 불규칙성이 있는 것이 문제가 되어 공에 덧댄 천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초기의 공 중에는 보시는 것처럼 이음매가 아주 두꺼운 공을 비롯하여 제대로 만들지 못해 심각한 짱구공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질문이 하나 생기지요. 왜 공에 회전을 주기 위해서 고무로 된 러버를 사용하지 않고 사포나 코르크를 사용하게 되었을까? 심지어는 나무 목판 위에 격자 무늬의 홈을 파는 원시적인 방식이 사용되었을까 하고 질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지나면서 하드 러버라는 것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 하드 러버가 또 희안하게 OX 형태, 즉 핌플 아웃 러버이면서 스폰지를 사용하지 않은 러버입니다. 제대로 회전을 주려면 스폰지를 깔고 그 위에 고무판을 붙인 현대적인 러버가 가장 우선될 것 같은데, 왜 OX 러버가 먼저 사용되었을까요?
우선 하드 러버를 장착한 초기의 라켓들을 살펴 보지요. 이 라켓들은 대략 1930년부터 50년대까지 사용되던 라켓들입니다. 라켓 위에 사인이 된 경우도 많은데, 선수들이 ITTF에 기증한 라켓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라켓을 만들던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우선 당시의 라켓 제조자들은 화학도 잘 알고 나무도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첫 출발은 귀족들을 위해 가구를 특별 제작하던 목공들이 라켓을 만들기 시작했겠지요? 그러다 보니 그들이 익숙하게 알던 소재들을 가지고 첫 출발을 하게 됩니다.
목공들이 사용하던 소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마도 나무, 가죽, 사포, 코르크 등이었겠지요. 그래서 그 소재들이 라켓의 소재로 쓰이게 된 것 같습니다. 순서에 따라 차례 차례 쓰이기 보다는 각 라켓 제조자들이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각각 다른 순서로 사용되었을 것 같습니다.
또 그 당시에는 다양한 콤비네이션 라켓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한쪽은 가죽을 덧 대고 한 쪽은 코르크를 쓴다던지, 한 쪽은 사포를 쓰고 다른 한 쪽은 코르크를 쓴다던지 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30년대에서 50년대를 진행하면서 그런 여러 형태들이 점차 물러 나면서 돌기가 있는 단단한 고무 재질을 덧댄 라켓들이 보편화 되었지요.
그럼 왜 초기에는 OX 형태의 러버가 사용되었을까요? 그것은 지금처럼 러버를 교체하는 개념이 아니고 하나의 라켓에 하나의 러버가 영구적으로 붙어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내구성을 고려한 것이 그 원인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물렁 물렁한 재질의 러버를 사용한다면 곧 못 쓰게 될 것이므로 아주 딱딱한, 지금으로 말하면 플라스틱에 가까운 재질의 고무들이 러버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러버들은 지금처럼 찰기가 있지 않고 아주 단단하기 때문에 공에 회전을 주지 못 했지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러버들로 공에 회전을 줄까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 딱딱한 표면에 요철을 만들면 더 낫지 않을까 한 것입니다. 그래서 최초의 탁구 러버는 돌기가 오돌토돌 올라와 있는 OX 형태의 러버가 됩니다.
이런 형태의 러버들은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사용되지만, 1950년대 이후 스폰지 러버가 등장하면서 점차 소멸해 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50년대가 되면 스폰지 러버가 보편화 되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런 하드 러버를 사용한 선수들은 어떻게 경기를 했을까요?
아래 영상을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영상의 출발이 1920년대부터이므로 아마 샌드페이퍼 라켓, 코르크 라켓, 그리고 하드 러버 라켓까지 고르게 등장하지 않을까 싶으네요. 영상에서도 등장하는 당시 유명한 헝가리의 바르나 선수의 라켓은 사진 속에 등장한 것처럼 하드 러버 라켓입니다. 아마 바르나 선수와 몇몇 선수들이 하드 러버를 사용하면서 샌드 페이퍼와 코르크, 가죽 소재의 라켓들은 20년대 이후 차츰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영상 첫 머리에 등장하는 시대 구분 문구들이 아주 의미있습니다.
1920년대 : 핑퐁이라는
명칭이 보편화 되고 샌드 페이퍼 라켓이 대세를 이룹니다. ITTF가 출범하고 최초의 세계 대회가 개최
됩니다.
1930년대 : 하드 러버 (딱딱한 재질의 OX 러버)와
손가락으로 회전을 주면서 넣는 서브가 허용됨. (혹은 일반화 됨) 넷트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똑딱 거리는 귀족의 실내 스포츠에서 점차 경기력 높은 스포츠로 발돋음 하게 되고 바르나를 비롯한 세계적 스타 탁구인들이 등장, 인기를 누림
1940년대 : 탁구의
황금기, 탁구가 세계적인 스포츠로 인기를 누리면서 손가락으로 회전을 주는 서비스가 금지되고 손바닥 위에
공을 올렸다가 회전 없이 떨어 지는 공에 서브를 넣게 됨. 베르크만,
바나, 리치 등 많은 선수들 활약
1950년대 : 스폰지
러버가 대세를 이루고 유럽 챔피언스 리그가 시작됨
오기무라, 타나카 등 일본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시기 (당시 무려 10mm 에 이르는 두꺼운 스폰지 러버로 때려 대는 일본
선수들의 사일런트 스매시에 유럽 선수들이 크게 당황했다고 합니다.)
1960년대 : 루프 드라이브와
로빙이 유행하던 시기. (드디어 회전력이 많은 러버들이 사용되면서 회전에 의해 게임을 주도하려 하는
루프 드라이브 전형과 뒤에서 받아 내면서 상대방의 실수를 기다리는 로빙 전형 등 지금으로서는 낯선 스타일이 인기를 누리기 시작합니다. )
1970년대 : 스카이
서브와 발 구르기, 그리고 라켓 돌리기 등이 등장 (중국
선수들이 양 면에 다른 러버를 사용하면서 같은 색을 적용해 라켓을 돌리면서 상대방에게 혼란을 주던 시기이지요. 공을
높이 던지고 떨어지는 동안 라켓을 도르륵 굴리다가 서브를 넣는 순간 발로 쿵 구르면 어떤 면에 공이 맞았는지를 알 수 없어 서브도 못 받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구요, 바로 이 시기가 이질러버라는 용어가 많은 선수들에게 공포를 주던 시기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가 있던 시기
1980년대 : 올림픽에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궈예화, 장가량, 발트너
등의 선수들이 세계적 이목을 끌며 탁구의 세계화가 가속화 되던 시기입니다.
1990년대 : 스피드
글루잉이 인기를 누리면서 러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던 시기.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를 재패하기 시작하던
시기로 페르손, 가티엥, 공링후이 등이 대표적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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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간이 흐르면서 탁구가 너무 빨라졌기 때문에 정작 귀족들은 귀족답지 않은 스포츠라고 손을 놔버렸을꺼 같은데요?^^;
영상을 보시면 20년대에는 신사복 재킷만 벗고 치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 점차 귀족들의 유희에서 스포츠로 넘어 았을 듯 합니다.^^
귀족들의 전유물에서 만인의 스포츠로 넘어오게 된 셈이군여~
좋은 정보 얻어감에 늘 감사합니다~ ^^
예, 감사합니다. ^^
길지만 더욱 정독하여 읽게됩니다 집에서 편하게 한번 더 정독해봐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꾹!
예, 감사합니다. ^^
자료 수집과 설명 많은 노력을 드리셨는데 .. 편하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